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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제자리 찾기

김영란법

2015년 11월에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내부자들」은 700만 관객을 동원하여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큰 호응과 공감을 얻어 낸 한국 사회의 저변에 깔린 부정과 부패, 비리를 고발한 대표적 영화이다. 학연과 지연의 연줄에서, 언론과 기업의 유착관계, 가장 신뢰받아야 할 검찰기관의 부조리 등 한국사회에 공공연한 비밀인, 누구나 그럴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내용을 시원하게 폭로한... 사실 한국사회의, 한국인의 민낯을 드러낸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는 왜 이 내부자들에 공감했으며, 왜 이 「내부자들」에 열광했는가? 부끄럽지만,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사실이기에 그렇다.


최근 많은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을 들어봤을거다. 이 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재직한 김영란 씨가 정부안 으로 최초 국회에 제안했던 법이라 「김영란법」이라 통용되고 있다. 이 법이 제안되자마자 논란이 일어 국무총리 중재안, 수정법안 제출, 국회처리 불발 등 법 시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대한변협, 기자협회,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 이 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합헌결정되었으며, 결국 2016년 9월28일 정식 시행된다. 어찌됐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이 「김영란법」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부정청탁 금지, 금품 수수 금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이하 청탁금지법 제1조)

지금까지 '얼마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가 많았으면 이런 법이 생겼겠는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왜 이제서야 법이 만들어졌는지?' 생각하면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기본적으로 후진국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7,80년대에 그랬고, 아직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후진국을 방문하면 공항에 있는 공무원과 군인이 외국인을 상대로 출입국허가 명목으로 달러를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경제력이 약해 소득이 낮아 도저히 생계유지가 어려워 불법수취를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법과 제도에 대한 인지와 수준, 방법과 절차의 폐쇄성, 정보와 권력,자본의 독과점이 높고, 그에 통제가 특정권력에 집중되어 있어 기본적으로 부패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절대왕정시대, 봉건주의 등 권력이 소수에 집중한 시기에는 불법이 난무하고, 그것이 일정 수준, 임계치에 넘어서면 체제와 제도는 붕괴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절대왕정시대도 있으나, 예로부터 우리 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좋은 문화이긴하나 또다르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점은 상명하복, 절대 권위주의라는 부정적인 요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잘못 이해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뿌리를 깊게 내린 것이 어찌보면 부정청탁과 뇌물, 로비로 이어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건데 공경과 감사에 대한 선물이 지나쳐 객관적인 생각과 판단을 흐리게 하고, '정'이라는 생각으로 주고 받고,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 그 의미가 변질되어 굳어져 갔을거다. 잘 알다시피, 어릴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할 것 없이 촌지문제로 세상이 한 참 시끄러웠다. 또한 부정입학, 입시비리 또한 단골로 등장하는 부패메뉴였다. 결국 주고 받는 것이 도를 지나치고, 그 기준이 모호하고 의미를 상실시켜 이러한 문화를 사회 깊숙히 뿌리를 내리게 했다. 이것 뿐이겠는가? 금권선거, 부정채용 청탁, 부정 인허가, 각종 특혜시비 등 권력과 자본을 움직이는 자에게 부정청탁을 뇌물로, 혹은 다른 어떤 대가성 제공으로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단면이다.


이런 부정,부패,비리 등에 관한 청탁과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이 김영란법이다. 이 법 제5조에서  부정청탁의 유형을 열거해 주고 있다. 유형을 보면 뉴스에서 자주 본 비리내용에 대한 요약정리인 듯 하다. 아마 낯선 내용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1. 인가ㆍ허가ㆍ면허ㆍ특허ㆍ승인ㆍ검사ㆍ검정ㆍ시험ㆍ인증ㆍ확인 등 법령(조례ㆍ규칙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서 일정한 요건을 정하여 놓고 직무관련자로부터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직무에 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2. 인가 또는 허가의 취소, 조세, 부담금, 과태료, 과징금, 이행강제금, 범칙금, 징계 등 각종 행정처분 또는 형벌부과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감경ㆍ면제하도록 하는 행위


3. 채용ㆍ승진ㆍ전보 등 공직자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


4. 법령을 위반하여 각종 심의ㆍ의결ㆍ조정 위원회의 위원,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시험ㆍ선발 위원 등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직위에 선정 또는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5.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수상, 포상, 우수기관 선정 또는 우수자 선발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이 선정 또는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6. 입찰ㆍ경매ㆍ개발ㆍ시험ㆍ특허ㆍ군사ㆍ과세 등에 관한 직무상 비밀을 법령을 위반하여 누설하도록 하는 행위


7.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이 계약의 당사자로 선정 또는 탈락되도록 하는 행위


8. 보조금ㆍ장려금ㆍ출연금ㆍ출자금ㆍ교부금ㆍ기금 등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에 배정ㆍ지원하거나 투자ㆍ예치ㆍ대여ㆍ출연ㆍ출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


9. 공공기관이 생산ㆍ공급ㆍ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매각ㆍ교환ㆍ사용ㆍ수익ㆍ점유하도록 하는 행위


10. 각급 학교의 입학ㆍ성적ㆍ수행평가 등의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ㆍ조작하도록 하는 행위


11. 병역판정검사, 부대 배속, 보직 부여 등 병역 관련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12.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각종 평가ㆍ판정 업무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평가 또는 판정하게 하거나 결과를 조작하도록 하는 행위


13. 법령을 위반하여 행정지도ㆍ단속ㆍ감사ㆍ조사 대상에서 특정 개인ㆍ단체ㆍ법인이 선정ㆍ배제되도록 하거나 행정지도ㆍ단속ㆍ감사ㆍ조사의 결과를 조작하거나 또는 그 위법사항을 묵인하게 하는 행위


14. 사건의 수사ㆍ재판ㆍ심판ㆍ결정ㆍ조정ㆍ중재ㆍ화해 또는 이에 준하는 업무를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15.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에 관하여 공직자등이 법령에 따라 부여받은 지위ㆍ권한을 벗어나 행사하거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 사항을 행사하도록 하는 행위


또한 금품수수의 금지내용 중 법 시행령에서는 식사비는 3만원이하, 선물은 5만원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이하인 경우 처벌규정이 없어 각 항목의 규정이하 금액의 경우까지 그 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위 규정을 두고 우리 경제가 무너지니, 사회가 각박해지니 이런 소리를 해대는 언론과 사람이 있는데 원래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것이 이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 경제는 진작 무너졌어야 했고, 성장했으면 안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동안 잘못된 관습과 관행으로 사회적 비용과 폐단을 생각해보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생각이든다.


경제학에서 자중손실(Deadweight Loss)이라는 개념이 있다. 경쟁의 제한으로 인한 시장의 실패에 따라 발생하는 자원배분의 효율성 상실을 말한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수량이 정해져 시장규모가 결정된다. 그런데 특정 수요자나 공급자에 의해서 로비자금이 특정기관에 사용되는 경우, 결국 이 자금은 최종소비재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든 생산자든 특정 경제 주체에 비효율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되고, 그 손실을 자중손실이라 부를 수 있다.


위의 부정청탁 유형과 금품수수의 금액은 김영란법의 핵심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난 정정당당한 실력과 자율 경쟁으로 이루어지는 건전한 사회를 꿈꾼다. 혈연, 지연, 학연, 인연, 각종 연으로 이어져 온 사회는 이제 자리를 잃어갈 것이고, 본인의 실력과 정당한 경쟁으로 인한 사회 형성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개천에서도 용이나고 흙수저도 본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반드시 온다. 이 김영란법이 시작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떳떳한, 서로가 서로에게 아쉬울 게 없는 그런 사회에서 성숙한 이들이 만드는 건강한 사회가 이 대한민국에 속히 오길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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