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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로뎀나무 아래서

한 번도 로뎀나무를 본 적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로뎀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들어 왔다. 성경 속에 꽤 유명한 엘리야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 엘리야와 함께 등장한 로뎀나무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엘리야는 당대 선지자 중의 최고의 선지자인데, 이런 대단한 사람도 좌절과 실패, 두려움 속에 죽고 싶은 마음을 먹은 이야기가 바로 "로뎀나무 아래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다른 성경이야기는 잘 생각이 안나는데, 로뎀나무 이야기가 얼마나 뇌리에 박혔는지, 15년 전 아니 20년 전의 그 엘리야, 로뎀나무 아래서의 이야기는 정말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엘리야가 당대에서 정말 큰 일을 해 냈고, 그 누구보다 두려운 존재였는데, 그래서인지 엘리야를 죽이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한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엘리야는 죽지 않고자 도망쳤는데, 하루 종일 도망치다가 다다른 곳이 바로 로뎀나무 아래였다. 그곳에서 죽기를 각오하다 잠이 들었는데, 천사가 나타나 하는 말이 바로 내 기억 속에 명장면이다. 그 말은 정말 대단한 말이 아닌 '일어나 먹고 자라' 였다.


실패와 좌절,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정말 대단한 그 무엇이 아닌 안식이라는 것이다. 잠을 자고, 먹고, 쉬는 것이 바로 그 두려움을 이기는 첫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두려움이 없는 존재가 있을까? 그 어떤 존재도 그럴 수 없고, 제 아무리 대단하고, 위대한 일을 해 왔다하더라고 좌절하고, 넘어지고, 두려움 속의 일을 언제가는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어떤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일상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자고 일어나 먹고 다시 그 길을 걸어 가는 것이 바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시 엘리야의 로뎀나무로 돌아가서, 엘리야는 스스로 죽고자 하였으나, 하늘의 천사, 하나님의 도움으로 일어나 먹고 다시 안식을 취한 후 더 큰 일을 감당하게 되고, 동역자 엘리사를 세우게 되고, 결국 하늘로 올라간 역사적 선지자로 기억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일, 모든 위대한 사명, 소명을 감당하는 이들도 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기의 때는 곧 기회의 때이고, 두려움이 가득한 때는 또 다른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고, 가장 어두운 때는 밝음이 곧 오고 있다는 것이다.


남산 하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어릴 때 들었던 그 로뎀나무 아래서가 저절로 생각나는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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