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05.방향과 속도와 시간

사회의 변화

물리량을 나타내는 것 중에 벡터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방향과 크기를 동시에 표현하는 물리량으로 특정 힘의 양과 방향을 계산하거나 속도, 가속도, 힘 등 크기와 방향을 모두 표시해야 할 때 벡터라는 것을 사용한다.


특정 물체가 어떤 방향으로 갈 때 그 힘의 속도, 시간 등이 고려 되어야 한다. 만약 우주선이 달에 도착하려면 달의 정확한 방향으로, 일정 속도로 가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도착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달에 도달하기 위해 정확한 방향과 최적의 속도로 얼마를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도출된다. 다른 환경적 제약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2018년에 들어서서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아젠다가 있지만 가장 큰 이슈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이 아닐까 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올해 16% 올랐고, 내년에 10% 더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7일 52시간 초과 근로금지가 시행되고 있어 일과 삶의 균형이 제도적으로나마 좋아지고 있으나 반대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혹자는 말하길 돈 몇 백원에, 몇 시간 덜 일하는 것 때문에 왜 그리 호들값들이냐 나라 안망한다고 할 지 모른다. 그렇다. 그 돈이 오른다고, 몇 시간 덜 일한다고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소리소문 없이 가게 문을 닫을 뿐...


최저임금은 시급기준으로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전년대비 인상액은 1,060원, 인상율은 16.3%, 자 그러면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인당 8,480원 오르고, 한달 209시간(주휴수당 포함)으로는 221,540원이 오르고 연간으로 보면 2,658,480원이 오르게 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근데, 여기에 4대보험, 필요운영 경비 등의 간접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그 임팩트가 절대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규모가 큰 업체의 경우에는 그 임팩트가 미미할 지 모르겠으나, 규모가 작고 영세한 업체(사실 대부분의 자영업)의 경우에는 심각한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요즘 주변의 자주가는 동네 카페와 식당 등이 문을 닫고 있다. 경기가 실제로 많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다. 얼마 전 가게 주인과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며 한 시간에 커피 한 잔도 팔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고 했는데..., 좀 더 지나니, 오전 시간대의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었고, 대신 사장이 직접 그 시간에 나오고, 그 마저도 좀 지나니 이제는 그 시간대에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런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많아지니, 몇 달 후 아예 가게 문을 닫아 버렸다. 혹자는 또 그게 최저임금과 무슨 상관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은 작년에 문을 열었어도 또 닫았지 않겠냐, 왜 그게 최저임금 때문이냐고...아니다. 최저 임금이 오르면 그것 하나만 절대 오르지 않는다. 다른 비용이, 물가가 동시에 오르고(원가에 영향을 준다) 다른 모든 것이 같이 오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영세업체는 소비자 가격에 따라 수요의 량이 급격히 차이가 난다. 그래서 판매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다. 커피 3000원에서 500원만 올려도 사람들은 다른 집으로 가서 사먹게 된다. 그러니 가격은 올리지도 못하고 인건비에, 원재료 가격까지 부담하고 나면 울며 겨자먹는 일만 남는다. 단 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는 관점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겉보기에는 참 사회가 좋아졌다. 정말 많이 변화되고 있다. 한국은 그 변화의 속도가, 뭐든 전광석화 같이 속전속결로 끝을 본다. 초고속 성장에 초고속 개혁이 정말 이렇게 전세계 어디에도 유래없는 속도로 지금까지 왔다. 박수를 쳐야 할 일도 있었고,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는 일도 많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지금의 이런 변화되는 모습이 그 방향이 맞지만 그 속도가 적절한지는 사실 의문이다. 뭐든 한 번에 되는 것은 절대 없다. 더욱이 사회 현상, 사회 의식, 사회 개혁을 한 번에 바꿀 수 있다면 전쟁은 왜 있고, 기근과 가난, 범죄, 폭력은 왜 존재하겠는가?  


또 근로시간은 어떤가? 초장시간 근로로 저녁이 없는 삶이 한국 사람들이라고 떠 들어 댄다. 일정부분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닌 것도 있다. 뭐든 일률적으로 보편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과히 대단했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되돌아 보면 지금 우리는, 우리 할아버지 살던 시대보다 지금 덜 일하고, 더 많은 생산을 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은 훨씬 적게하고, 훨씬 많은 양의 생산성을 가져 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OECD국가의 근로시간을 비교하면서 한국이 초장시간 근로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한국의 생산성,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점만 가지고, 문화적 배경, 경제적 환경, 국가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를 한다면 분명 잘못된 오류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을 더 뽑으라는 근로시간 단축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더 일을 해서 소득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까지 투 잡을 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가령 편의점에서 내가 일한다고 가정할 때 하루에 10시간 근로를 하면 나는 5일과 나머지 1일은 2시간밖에 못하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분명 더 일을 해서 생계유지나 소득활동을 해야 되는데 말이다. 결국 52시간을 더 초과하게 되어 근로제한을 받게 됐을 때, 반드시 더 일을 해서 소득활동이 필요한 경우 나는 다른 편의점이나 세차, 대리운전을 해서 소득활동을 이어가야만 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누구를 위한 법인가?  


그러한 점을 가지고 주 52시간으로 무조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근로시간의 강제한다는 것은 모기보고 대포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방향이 맞은 것도 중요하고 속도도 중요하다. 방향이 더 중요하긴하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과부하로 혹은 부작용으로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사실 최저임금이 오르는 것보다 최저임금보다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모든 조직은 사용 가능한 재원이 있다. 무제한으로 재원이 있는 조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임팩트로 재원의 일정부분 이상 소진한다면 그 이상 다른 사람에게는 배분할 수 없어 결국 급여의 하향평준화와 하후상박으로 조직의 생산성이 더 떨어질 가능성과 상대적 박탈감, 조직 내 몰입약화로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도 좋지만 좀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해 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내수부진, 물가 상승, 청년실업 증가 등 어느 것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내수침체 장기불황으로 악순환의 가능성이 농후함을 다시한 번 생각해 보면서, 우리 경제의 주축인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경제 전반을 재점검해 봐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104.FERMAT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