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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자본계급사회

진입장벽

얼마 전 신입직원 선발 면접관으로 참여해서 지원자에게 커리어의 비전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의 대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원자의 대답은 "건물주가 되는 것입니다." 건물주... 이 대답을 두고 나 스스로에게 뭔가 큰 생각을 하게 했다. 뭐랄까? 요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자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한 미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던져 주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가고 있는가?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역사적으로 자유와 평등 아래, 신분 계급이 철폐가 되고, 자유롭게 정치, 경제 ,문화 활동을 하면서 누구나가 원하는 일을 하는 그런 사회가 건국 헌법이래 70년이 지났다.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자본계급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계급에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평민에서 양반으로 가기 위한 진입장벽, 자격이 있어야 되는 직업에 있어서의 진입장벽, 좀 더 높은 상위 계급으로 가기 위한 자격에 대한 진입장벽, 건물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이라는 진입장벽 등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진입장벽이라는 것이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어느 영역에서나 진입장벽은 존재하지만, 개인의 재능과 노력의 유무에 따라 그 진입이 결정되는 사회일수록 선진 사회임에는 틀림없고, 그 반대일수록 불안정 사회, 불평등 사회일 가능성이 높다.  


건물주라고 대답한 지원자는 왜 건물주가 되고 싶어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 건물주가 되면 자본이득이 생긴다. 소위 말하는 불로소득 말이다. 노동을 하지 않아도 생기는 자본이익, 즉 근로소득과 반대개념으로 노동의 대가로 생기는 것이 아닌 이자, 배당, 임대료, 상속, 복지 등의 재산 소득을 말한다. 그런데 그 건물주는 다른 조건이 아닌 자본이 있으면 가능한 것이며, 그 진입장벽은 자본이라는 것 단 한가지이다. 일정 수준의 자본이 있으면 건물주가 될 수 있다. 건물의 크기, 위치에 따라 자본규모는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자본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본에 따른 진입장벽, 그것이 바로 자본계급 사회의 시작이다. 자본이라는 것이 특이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 영향력이 제도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 특성 중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그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부의 대물림현상이 문제라기 보다는 자본이 만든 진입장벽이 더욱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변에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교육 수준, 직업 선택, 결혼 등의 사회적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별히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본의 진입장벽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만들어 낸다. 부의 대물림을 넘어서 젊은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 허탈함, 상실감을 심어주게 되어 사회의 동력을 잃어 버리게 만드는 것, 사회의 정체, 미래의 정체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자본이라는 것은 주어진 재능과 노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따라오는 그러한 것,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을 때, 주어지는 값진 것이라는 사실아래 자본에 따른 진입장벽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건물주가 되는 것도 좋지만, 조물주가 준 자신의 재능과 소명을 따라 최선의 노력으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이 땅에 많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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