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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어른이 된다는 것

그래 그러자

아직은 애들이 어려서 애들 사진을 허락없이 표지 사진으로 띄울 수 있지만 조금만 더 크면 이렇게도 할 수 없겠지? 각자의 프라이버시도 매우 중요하니까...미안 얘들아


주말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세 명의 애들을 보고 있으면 '애들이 크고 난 다음 세대에는 어떻게 될까?', '어떻게 내가 역할을 하는 게 좋을까?'하는 심오하고 장기적인 생각부터,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오늘은 뭐하지?'하는 단편적인 생각 등 별의 별 생각이 다든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은 날 키우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하는 생각도 들면서 말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테지만, 나도 나만의 생각, 방식이 있다. 어른이 되면서 변화되는 생각, 더 견고해지는 생각, 그럼에도 아직 인생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지극히 주관적인...뭐 내가 적는 글이 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 한 인간, 즉 나 자신은 먼지 같은 존재겠으나, 나 자신의 인생의 입장에서는 전부인 것이 나의 일생이기에, 그 전부인 관점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부모님의 손을 떠나, 물리적,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만나 결혼하고 나의 자녀들을 낳고, 그렇게 한두살 나이를 먹고, 그런 일상이 모여 오늘이 된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는 참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된다는 것, 그런 과정 속에서 내가 생각하고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 이 사회의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고, 쉽게 되는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이제서야 몸으로 느끼고, 말하게 되었다. 멋 모를 때는 나이만 먹으면, 아니 주민등록상 법적 나이만 되면 나는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런데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그 어른은 보통 사람은 아니어야 할 것 같다. 어른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다 자란 사람", "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더라. 난 스물 살 이후로 다 자랐다고 생각했고,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어른이라고 믿었다.  다 자란 관점에서보면 난 육체적으로 더 자랄 일이 없으니 어른이 맞다. 이제 줄어들일만 남았으니, 그 관점에선 누구하나 토달일 없이 어른이다. 근데, 그렇게 말하고 나니 뭔가 옹색하다. 비겁한 변명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어른임을 증명해 보이고 싶기도 하고, 애가 셋인 어른임을 쫌 뽐내보고 싶기도 해서 좀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생각 좋다.     


어른이 된다는 것. 취업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결혼해서 출산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 애들이 셋이고, 밥벌이로 하는 일이 사람과 관계된 일이다 보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별걸 다 생각한다 싶기도 하고, 때론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아직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다는 것. 애들과 함께 얘기하고 밥을 먹고 놀다보면 어른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른인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아무튼 생각이 많아진다. 애 셋과 함께 있으니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것 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생각해야 할 것이 다르고, 또 한 다음세대에 대해 생각을 반드시 해야하는 그런 점도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 쉽지 않다. 그럼에도 먼저 자라난 한 사람으로 내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다음세대에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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