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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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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눈부신 봄날 산책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십 수년을 월급쟁이로 조직생활을 해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 역시 조직생활이 정말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앞만 보고 가기도 어려웠고, 싫은 것을 표현하는 것도, 해야할 일을 하는 것도 모두 쉽지 않았습니다.


후배들에게,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하면서 전했던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잘하는 일을 하는 것, 보람된 일을 하는 것, 한 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을 일의 의미와 가치로 생각했는데, 실제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 자체로도 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음을 고백해 봅니다.


업력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력도 점점 쌓이고 어느 새 저도 리더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다같은 리더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리더는 정말 일 잘하고, 스마트하고, 또 어떤 리더는 차마 설명하기조차 부끄러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리더인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를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여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저 역시 현재의 리더를 내려놓았습니다.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현재 자리에서 내려오기가 가장 힘들고 무거웠던 이유는 저를 믿고 함께 했던 동료들과 팀원들 생각에 정말 수십 번도 고민과 번뇌를 했었습니다.


함께 했던 수십 명의 직원들 생각을 하니 정말 미안했습니다.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마지막 출근일에 퇴직을 오픈하고, 마지막 메세지를 전달했습니다. 짧고 굵고 간결하게 말입니다. 부족하고 자존심 강한 리더를 만나 이게 무슨 고생인가! 그 생각이 참...그치만 그렇게 현재의 자리를 내려놓았습니다.


퇴직한 다음날, 몇몇 저를 신뢰했던 직원들이 집앞에 찾아왔습니다. 참 부끄럽게도 존경이라는 영광스런 단어를 제게 언급해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일했던 리더 그 누구에게도 존경이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써 본 적이 없는데, 그 말을 들으니 참 고맙고 감사하고 더 미안했습니다. 지난 십 수년동안 누가 회사를 떠난다고 단 한 번도 울어 본 적이 없던 저였는데, 내가 떠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며 울고 있는 직원들을 보니 참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날 헤어지고 집에 와서 받은 꽃의 메세지를 보며, 존경이라는 단어가 밤새 되새겨졌습니다. 어떤 사람이 연륜이나 나이가 많다고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재력이 많다고 되는 것도 결코 아니며, 교육수준이나 학벌, 학식이 뛰어나다고 되는 것도, 권력이나 권세가 대단하다고 되는 것도, 집안 배경이 좋다고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만큼 누구를 존경하고, 누가 존경받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일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 하려는 것도 더더욱 아닙니다. 다시 제가 다른 리더의 자리에서, 어느 자리에 있든지 지금의 이 감사함과 기억을 가지고 그 누구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저의 역할과 책임, 본분을 다시금 되새겨 보고자 함입니다.


그렇게 기억해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였음에 정말 미안합니다.

그치만 꼭 다시 만납시다. 정말!


어제보다 나은 오늘

늘보다 멋진 내일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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