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amazing grace
2000년에 개봉한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화제작 "Eyes Wide Shut"이 생각난다. 상류층의 탐욕과 부유함이라는 가면 뒤의 이중성, 인간 본성의 내재된 욕망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역작이었다. 다소 내용이 선정적이고, 파격적인 부분이 있지만, 현실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이자 명작이다.
여기에 나오는 니콜 키드먼의 마지막 대사를 오랫동안 잊을 수 없었는데, 마침 딱 지금 이 순간 떠올랐다.
maybe I think, we should be grategul, grateful that we managed to survive though all of our ventures whether they are real or only a dream.
영화하고 완전히 다른 얘기지만, 2주 전에 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있었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는 그런 일이었다. 그 때 되새김질하며 갑자기 떠오른 말이 바로 "Eyes wide shut"의 그 대사 "We should be grateful, grateful...","감사하며 살자!"였다. 기적처럼!
회사 선배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그 날 저녁 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일요일 저녁, 같이 가고자 한 선배의 차를 타고, 함께 그 곳으로 갔었다. 우선 같이 가기로 한 선배집에 가서 내 차를 주차하고, 선배차로 함께 이동을 했고, 장례식장에서 나와 선배차에서 그만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그 때부터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차를 세워 둔 선배집에 새벽1시가 안된 시간에 도착했다. 선배가 나를 깨우는데 정신이 안들고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선배도 평소와 다름을 느꼈단다. 눈도 좀 풀려있고, 이상한 감에 여러 번 나에게 물어 보았단다. 여기까지도 선배의 기억에 의존한 내용이고 난 기억에 없다. 이런 내가 운전대를 잡았고, 그래도 긴가민간 한 선배는 군 고구마 2개와 비타500을 나에게 주었다. 난 아셈타워가 우뚝 선 영동대로를 타고, 시속 100km를 밟아 영동대교를 타는 순간 잃었던 정신이 번쩍들었다. 마피 꿈 속의 한 장면처럼!
"여기가 어딘가! 이건 뭐지? "하며 선배가 준 고구마를 주서 먹고 정신이 들었다.
운전했던 것도 믿기지 않고, 그 순간에 고구마를 먹은 것도, 영동대로에서 그렇게 과속한 것도 모두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강남에서 일산까지 아무 일없이 온 것도 기적일 뿐 아니라, 그저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조차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삶이란 참 말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 때가 있다.
집에 와서 누우니 잠이 안온다. 더 아찔하고, 기억하는 것 조차 무서웠다. 아내를 깨울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다. 죽다 살아난 주제에 꼴에 배려랍시고...
아침에 아내에게 어제의 일을 얘기하니, '남의 장례식 갔다가 본인 장례 치를 뻔 했네' 하며 기겁을 한다. 그럴 수 밖에...애 셋을 두고, 이게 가당치나 한 일인가!
오늘의 기억이 기적이듯, 나의 삶의 큰 변곡점이 되는 일이다. 다시 주어진 내 삶을 감사하며, 의미있게 삶을 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