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의 지배
우리는 코로나 급행열차를 탔다. 마치 영화 '부산행'처럼 그것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 채 어디론가...목적지가 어딘지 모르게 가고 있는 그런 상태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변화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10년이상은 충분히 앞당겼는 것 같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로 판단하자면, 1998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동전쟁, 북핵위기, 미중분쟁, 사드사태, 사스, 메르스 때와 유추해 봐도 너무 영향이 높다. 물론 그 만큼 내가 사회 주류 세대에 속했고, 한 가정의 가장이고, 한 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서 일수도 있겠지만(늙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지만) 출퇴근 및 업무형태의 변화, 아이들의 교육, 종교활동,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임, 우리 모두의 여행 등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고, 일상의 자유에 심각한 침해를 주었고, 우리 가치관 변화의 변곡점을 주고 있음에 틀림없다.
우리의 일상이 완전히 변화되었다. 마스크가 속옷같은 필수품이 되었고, 개인위생, 공중보건이 생활화되었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 듯, 행동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음을 몸소 실감한다. 생존이 곧 생활이 되었다. 그러나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인해 상대방을 불신하고, 서로 불편해 하는 빈도가 증가되고 있다. 누가 누굴 만나고 다니는지 아무도 알수 없기에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그런 사회로 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기침을 하면 많은 사람이 불편해하고, 싫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런 사회가 되었다. 누구나 변화에 저항이 있기 마련이지만 생존앞에 저항은 의미가 없었다.
1.경제활동의 변화
코로나가 가져온 경제활동의 위축은 감히 충격적이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제통계의 지난 1/4분기 성장율은 이미 전분기 대비 -1.3%p 떨어졌고, 올해의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에 대해서 어떤 기관도 성장(+)를 예측하는 곳은 없다. 지난 10년간 3%를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2019년 2%까지 내려왔고, 올해 초 코로나 여파로 인해 어디까지 내려갈 지 아무도 낙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
여기서 경제성장율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로, 해당 연중 생산된 재화나 용역 총량의 증가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o. 실질 경제성장률(전년비) = [(올해 실질GDP - 전년 실질GDP) / 전년 실질GDP] ×100
세계의 각 기관은 앞다투어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 IMF 역시, 한국의 성장전망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해 -2.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0.2%, 블룸버그 -0.1%, 한국금융연구소 -0.5%, 한국경제연구원 -2.3%, KDI -1.6% ~ +0.2%, 기획재정부 +0.1%로 한국 경제 전망치를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가 발표한 2019년 우리나라의 국내 총생산 명목GDP는 1조6422억달러이다.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환산해 보면 1970조가량된다. 경제성장율 공식에 따라 수치를 대입해보면 올해 GDP는 -42조 정도 줄게되어 1928조가 올해 GDP로 예상된다.
42조가 어느 정도 큰 금액인가 하면, 2020년 7월1일 기준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이 20조 정도이고,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이 11조원이니 42조면 우리나라 최상위 대기업 몇 개의 시가총액 규모의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월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예산규모가 13조원 정도로 정부지출이 그만큼 늘었음에도 기업의 생산, 민간 소비가 더 악화되어 실제 체감 경기는 더 안 좋음에 틀림없다.
아직 추경예산이 더 투입되겠지만 엄청난 정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이 정도의 경제성장율을 예상한다는 것은 기업 생산활동과 민간 소비분야는 분명 이 예측보다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위 그래프로 알 수 있듯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코로나로 가장 어려운 경제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1분기는 시작에 불과하고, 얼마나 더 떨어질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직 위기가 오지 않았음에 더욱 더 불안한 상황이지 않을 수 없다. 각 카테고리별로 어떤 변화가 올지 생각해 보면서 좀 더 잘 알 수가 있다.
1)근무환경의 변화
우선 우리의 대도시 문화가 큰 위기를 맞이 했다. 대도시가 감염병에 매우 취약함을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는 것 자체, 사람들이 모여있는 환경 자체에 큰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로 재택근무가 불가피하게 진행되었다. 기존에 재택근무가 편의성, 유연성의 확대였다면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 확대이었다. 감염위험으로부터,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재택근무가 스마트워크를 말로만 부르짖다가 엉겁결에 재택근무가 확산되었다. 의도치 않게 원격근무가 도입되었고, 원하든 원치않건 간에 화상회의, 원격근무를 해야했다. 처음이 불편하지 이 상황도 곧 익숙해 진다. 그럼 새로운 근무 환경이 정착하게 되고, 그것이 곧 문화가 된다.
2)리테일환경의 변화
비대면 구매가 일반화되었다. 코로나가 덮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온라인의 매출규모가 오프라인과 같아지는 혁명의 분기점이 있었다.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으로 온라인구매가 대중화되었고, 코로나로 극대화 시점이 매우 빨라졌다. 코로나가 가져온 리테일 환경의 변화는 극명하게 갈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2조원대에 불과했던 e커머스 시장은 2016년 65조원대로 급성장한데 이어, 지난해는 134조583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반대로 2000년 10조원대였던 대형마트 시장은 2016년 4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전자신문 2020.04.28) 온라인 시장이 16년동안 32배 성장하는동안 오프라인 대형마트 규모는 4배 성장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년동안 오프라인 시장은 2000-2016년동안 연평균 +9%씩 성장하다가 2017-2019년 동안 성장이 없었고, 이와 반대로 온라인 시장은 2000-2016년동안 연평균 +24%씩 성장하다가 2017-2019년동안 +29%씩 성장했다는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베이코리아·11번가 등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작년 동월대비 16.9%p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0%까지 치솟았다. 온·오프라인간 역전도 임박했다. 2015년 30.4%에 그쳤던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구성비는 2018년 37.8%, 지난해 41.2%로 꾸준히 늘어나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올해 들어 급속도로 증가했다. 올해 2월 49.0%까지 치솟은 온라인 업체 매출 비중은 3월 드디어 오프라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전자신문 2020.4.28)
편리성과 코로나의 영향력으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구매는 이제 제1의 구매패턴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가속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리테일 환경의 변화의 시작은 바로 이제부터다.
2.교육활동의 변화
학교가 6개월 가까이 정상화되지 못했다. 교육체계와 제도 자체에 큰 변화의 시점이 온 것 같다. 학교가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큰 변화가 와야함을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있다. 나 역시 학부모로서 그리고 교육제도, 정책에 관심을 가져 온만큼 현재의 교육은 변화의 적기 타이밍에 틀림없다. 그동안 사교육 시장에서 장악해온 온라인 교육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공교육에서도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의 필요성이 의도치 않게 오게 되었고, 온라인 실시간 교육도 본격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오픈하게 되었다. 그러나 서버다운, 방법론, 컨텐츠의 부족, 활용 역량 수준이하 등 열악한 환경은 시작하자마자 그 수준을 여지없이 드러내게 되었고, 이게 우리 공교육의 현실임을 직시하기도 했다.
좀 더 과격하게, 우리 교육 시스템, 교육 현장, 교육체계가 과연 정말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도 가지게 되었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디지털 사회가 맞는가? 하는 우스꽝 스러운 현실앞에 교육활동의 변화를 강하게 드라이브해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정책, 그들의 편협한 생각, 어리석은 판단 앞에 교육을 맡겨야 하는가 하는 생각, 천편일률적인 정책들 앞에 코로나가 안겨준 숙제들이 너무나 어려워 보인다.
초,중,고, 대학생 모두 스스로 학습해야 하는 환경을 6개월 이상 지속한 최초의 세대가 바로 우리 다음세대들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해결하면서 디지털 사회를 학습하게 된 다음세대들이 공유하게 될 교육철학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급우들과 얘기할 수 없는 환경, 학교에 정해진 날에만 가면서 이것저것을 몸으로 배우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철저한 개인주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혹시 저 친구가, 내가 코로나 환자일 수 있다는 불신,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 속에 그들이 갖는 교육이라는 것은 매우 특수한 어떤 무엇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학교 아닌 곳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유형을 배우는 것이 일반화되고, 그것을 통해 그들이 사회 주류 세대가 되었을 때 그들의 공유문화는 완전히 다른 그 무엇이고, 그것이 결국 이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3.종교활동의 변화
종교가 이렇게까지 큰 변화를 맞게 될 줄은 정말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대구 코로나의 확산원인인 신천지 종교를 비롯하여 특히나 개신교계는 엄청난 위기를 맞았다. 모임 자체가 불가능하니, 정상적인 예배활동이 어려웠다. 집합 위주의 종교활동은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역시나 종교에서도 어려움은 개척교회나 소규모 집단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단체에 집중되었고, 온라인 인프라를 운영할 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은 급격한 위축 상황을 맞아야 했다.
종교활동도 비대면 온라인의 확산을 가져옴은 물론이며, 디지털, 비대면의 확산은 기존 집합 활동을 중심으로 이어 온 모든 활동에 제약을 주었다. 다만, 반드시 특정 장소에 모이는 것이 활동의 기본이 아니며, 그것만이 정답일 것이라는 패러다임에 전환을 가져왔고,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도 있는 반면, 기존 신자의 이탈의 가속화에 따른 양적 성장의 위축, 장기적인 코로나로 인해 양적 성장에 치중해 온 개신교계에 종교 개혁의 필요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개인의 신앙활동, 종교활동도 큰 변화를 맞아 앞으로의 종교 생활이 기존처럼 대규모의 집합인원이 한 장소에 모이는 등 과거의 방식으로 회복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곧 기존 종교단체의 변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본다. 특히나 대규모 집합 중심의 예배활동을 해 온 개신교계가 코로나 환경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여지고, 이는 곧 개신교계의 양적 위축을 가져 올 것으로 보여진다. 결국 종교계에서도 알곡과 쭉정이가 구분되는 시점이 코로나 이후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4.문화활동의 변화
일단 사람이 모이는 것에는 무조건 제약이 있게 되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은 부담과 불편, 불신이 자리잡게 되었고, 그런 영화관, 연극, 음악, 체육시설 등 대거 사람이 모이는 그 어떤 활동이 불가능했다. 코로나 이후라고 달라질까? 이 문화활동에 있어서도 기존과 같은 환경처럼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그러는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우리가 자주 찾던 가장 일반화, 대중화된 영화관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밀폐되고, 어둡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 우리는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되었고, 일부 확진자 동선이 포함된 영화관은 아예 문을 닫거나 상당한 기간 운영을 중지하게 되었다. 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심야영화 자체가 폐지되고, 개봉 작품도 대거 상영일정을 포기하거나 연기하여 기존 상영작으로 영화관을 운영하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버렸다.
다른 예술 문화활동이라고 다를까?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의 예술 문화 활동도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위기를 넘지 못했다. 10인 이상 모이는 것이 불가능하고, 코로나의 확산 시점에 따라 기 예정된 모든 예술, 문화, 체육 활동도 전면 중지되거나 취소되는 문화 생활이 없는 코로나 일상이 우리의 모든 자유를 막았다. 이제 문화활동을 업으로 하는 모든 이들은 누가 버틸 수 있는지의 싸움을 하고 있다. 문화활동 자체가 온라인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고 그런 활동이 어색해서 코로나 이후가 더 문제다. 물론 야외에서 체육활동을 하거나 아주 소규모로 하는 활동이 증가하거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부문(자전거, 등산 관련)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예술문화체육 활동에도 급격한 위축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5.가치관의 변화
경제, 소비, 교육, 종교, 문화, 우리의 직장, 전 일상의 영역에 큰 변화를 준 코로나! 생각이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행동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가치관도 말이다. 코로나의 상황이 6개월이상 전 세계에 진행되면서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이 변화되었다. 행동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치관도 변화되었다.
마스크는 필수품이자 생존물품이고, 나를 지키는 것이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되었다. 마스크가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게 되었다. 기침과 말하는 행동을 바꾸었고, 우리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것이 어디를 향할지 종착역은 어딜지 코로나 express의 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