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가장 인상깊었던 책 중의 하나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설이다. 이문열이라는 작가를 내 삶에 각인시켜 준 내 인생의 책이다. 이 소설은 1987년에 발표되어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고, 2000년대에 이르러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군부독재시절의 어두운 과거를 재조명시킨, 개인적으로 독재시절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정치적인 부분을 문학적 장르로 승화하여 작품화한 이문열의 천재적 문학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만난 이문열이라는 작가의 거의 모든 책을 다 찾아 읽어 보았고, 그의 천재적 작품성에 매료되어 실제 그를 만난 적도 있고, 그의 정치, 이념, 가치와는 별개로 그의 뛰어난 작품성에 푹 빠져 있던 지난 시절의 추억이 떠올려진다.
어제 우리나라 수도 서울특별시의 수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참 충격적이고, 참담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자살이 아무리 사회문제로 심각하지만, 사회지도층이 이렇게 가버리니, 정말 비겁하고, 무책임함에 황망하다. 우리 나라의 지도층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될 줄이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지난 보수의 사회지도층들은 감옥으로 향했고,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 등 진보의 사회지도층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대한민국의 자회상을 보면서 이념이 무슨 소용이 있고, 무슨 가치가 있나?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기는 것이 맞는가? 우리나라는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앞에 내일이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 그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