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마주할 때
요즘의 나는 주말부부이며, 부득이 기러기아빠를 해야하는 일상이다. 날 두고 누군가는 삼대가 복을 쌓았다고 하고, 무슨 복이 그렇게 많아서 그런 호사를 누리는가? 하며 날 무척이나 부러워하기도 하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음에 내가 머쓱해 지곤 한다. 사실 아이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같이 시간을 못 보내주는 게, 이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인데, 하는 그 마음이 내 마음을 한 번씩 무너지게 한다.
혼자일 때 좋은 점이 있기도 하지만, 꼭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씩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난 그 때를 명명하기를 "외로움과 마주할 때"라고 해본다. 뭔가 시적인 표현 같기도 하고, 가볍지 않은 그 무거움의 공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외로움을 이겨보기 위해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기도 하고, 핸드폰 속의 모아둔 사진을 보며 그 기억 속에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마감하곤 한다.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혼자인 걸 좋아하고, 그런 사색과 산책을 일상화한지 오래된 것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봤지만, 아니더라.
오늘 큰 딸의 프사를 살펴보다가 의미심장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출처가 어디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딸아이의 캡쳐사진에 글귀는 여러 인터넷에서 수차례 인용되어 꽤 유명한가보다. (길 위에서 쓰는 편지, by 명업식)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증거,
실패했다는 건 도전했다는 증거,
좌절했다는 건 간절했다는 증거,
긴장된다는 건 진심이라는 증거,
그만둘까는 건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있던 증거,
도전하기 두렵단 건 용기를 냈었다는 증거,
슬럼프가 왔다는 건 열정을 쏟았다는 증거,
이런 글귀였다. '큰 딸이 사춘기가 맞긴 한가보다', 생각이 들다가도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걸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나만큼 말이다.
외로움과 마주할 때, 오늘 그런 느낌이 이 밤에 생각을 또 하게 한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나의 다짐이 있다면, "증명하는 삶"을, "열매 맺는 삶을 살자"인데, '증명이 뭘까? 그리고 그 열매는 무엇일까?'를 늘 생각하게 된다.
외로움과 마주할 때 드는 생각이다.
한 여름의 밤공기가 무척이나 무거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