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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품(品)과 격(格)

2년 전에 에세이 책을 출간했을 때, 제목을 무엇으로 할 지 고민 끝에 "유쾌하게 품격있게"라고 결정했습니다. 저의 삶의 철학이기도 하고, 제 자녀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그 제목에 들어간 품격(品格)에 대해, 그 의미, 어원에 대해 깊이 찾아보고, 고민해 보았습니다.


1.품(品)

품이라는 단어를 우리 주변에서 굉장히 많이 쓰는 한자어입니다. 상품, 품질, 물품, 제품 등 물건의 성질과 바탕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기도 하고, 인품, 성품, 품격, 품위 등 사람의 바탕이나 타고난 됨됨이로 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한자의 구성을 보면 입 구(口)가 3개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자의 어원을 분석한 것을 보면 물건의 상형이 입 구(口)와 비슷하게 생겨 짐을 쌓아 놓은 모양이다고 하는 것도 있고(이 부분은 물품, 상품에 해당), 또 다른 어원 해석은 입 구(口)3개는 입이라는 것, 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홀수로 구성되어(짝수라면 동수인 경우 결정될 수 없음) 결정될 수 있는 최소의 입을 세 개로 표현했고, 그 입의 중요성을 성품, 인품이라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이 부분은 인품, 성품에 해당). 어쨌거나 입과 혀는 말로 표현되고, 그 말은 언어입니다. 언어라는 것이 성품, 인품, 품격, 품위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품"이라는 한자를 통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품격있는 사람이란 그에게서 발현되는 언어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2.격(格)

격이라는 단어도 품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많이 쓰는 한자어입니다. 격식, 품격, 인격, 자격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나타내는 한자어입니다. 격이라는 한자도 자세히  나무(),  각각의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 뒤쳐질 ()  ()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나무 , 뒤쳐질 ,     가지로 구성된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곧게 뻗은 나무는 예로부터 바름을 상징하며, 모진 바람과 시간을 이겨낸 기개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뒤쳐질 치는 자는 ‘뒤져서 오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이는 걸음걸이가 뒤처져 있다는 ) 결국  자는 천천히 걷는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자는 발을 뜻하는 ( )자가 변형된 것으로 이것은 걸음이 불편하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격식, 인격, 자격이라는 것은 나무와 발과 입이 합쳐진 것인데, 격식과 품위를 갖추기 위해서는 걸음이 불편한 발(행동), 수많은 입(언어)들을 이겨낸 곧게 뻗은 나무라는 것입니다.

품격이란 품과 격이 합쳐진 수많은 입, 절제된 언어와 곧은 기개(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으로 검증되고 증명된 그런 것입니다.


품격이란 그런 것임을, 아주 귀한 것임을 오늘도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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