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도 "콜라보레이션"이 대세
회사원 이현진(38세, 가명)씨의 취미는 컬래버레이션 상품 수집이다. 화장품, 의류는 물론 식음료까지 종류를 무관하고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모으는 이유는 바로 희소성과 신뢰성 때문이다. 일반상품보다 품질이나 디자인 등에서 더 우수한 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한정수량인 만큼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이씨는 한정판 상품이 출시되는 날이라면 장시간 줄을 서는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컬래버레이션(협업).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기능이나 요소를 결합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프라와 노하우를 합혀 하나의 상품을 내놓은 것을 말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이 마케팅 기법이 최근 부동산 시장에도 확대되고 있다.
건설사들이 까다로워진 수요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손잡고 차별화 상품을 공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서다.
◆ 세계적인 거장과 함께 짓는 한정판 아파트의 등장
가장 기본적인 컬래버레이션은 바로 유명한 전문가들과 함께 집을 짓는 것이다. 이를테면 평면이나 단지 구성 등 기본 설계적인 부분은 건설사가 담당하지만 내외부 디자인 부문에서는 그 분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화건설의 갤러리아 포레다. 한화건설은 갤러리아 포레의 일부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프랑스 유명 건축가인 장 누벨에게 맡겼다. 일명 장 누벨 유닛이라 불리는 이 아파트 전용면적 331㎡은 분양 당시부터 높은 주목을 받았다. 이 타입은 조망을 중시해 거의 모든 공간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창을 내 분양 당시 다른 타입보다 높은 분양가에 공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황리에 분양됐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분양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국내 유명 실내 건축 디자이너인 전시형 작가가 인테리어에 참여해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해당 작가는 국내 최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와 갤러리아 팰리스 펜트하우스 등 다수의 고급주택을 디자인한 바 있어 고급주택 수요자들에게 더 유명해 어떤 상품을 내놓을 것 만으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수익형 부동산에서도 해외 전문가들이 손길이 닿고 있다. 반도건설은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와 공동 디자인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상가 전문 브랜드 '카림 애비뉴'를 선보인 후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아파트에 첨단기술을 더한다, 통신사와의 전략제휴도 적극적
디자인 및 설계에서 유명 전문가에세 힘을 얻었다면, 직접적인 삻의 질 향상을 위해서 최근 가장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 형태는 바로 통신사와 전략적 제휴다.
최근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 시장이 확대되면서 통신사의 역할도 커짐에 따라서다.
SK텔레콤의 스마트홈은 조명, 난방, 대기전력 차단 등 가구별 기본 서비스는 물론 아파트 단지별 공지사항, 주민투표, 엘리베이터 호출, 관리비 등을 공용 서비스로 제공한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등 30여 개 건설사와 제휴를 맺고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에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LG 유플러스는 SH공사 대우건설 반도건설 호반건설 동양건설 등 국내 주요 30여 개 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오피스텔 건설업체들과 홈 IoT 플랫폼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아파트 주거 환경에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 지니'와 홈 IoT 기술을 접목한 '기가 지니 아파트' 사업에 나섰다. '기가 지니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입출차, 택배·방문자 알림, 관리비 알림 등 단지 공용 서비스와 냉난방 제어, 조명, 가스, 문열림 감지 등 가구별 빌트인 시스템 등을 음성과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조회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 진화하는 컬래버레이션, 삶의 질 높여주리라 기대돼...
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컬래버레이션의 확대는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이 짙어 다양성과 차별성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그 변화로 인해 다양한 시도가 도입되면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만큼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 도입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