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우리 부자에게 7,000원의 행복의 시간을 주었던 한식뷔페에 가기로 하였다.
그곳으로 걸어가면서 혹시 없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쉽지 않은 경제 여건 속에 종종 갔었던 음식점이 한두 달 만에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데 거의 6개월 만에 가는 거니 과연 한식뷔페가 그대로 있을지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다행이다...'
한식뷔페는 그 장소에서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고물가 시대에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결제를 하고 명세서를 보니
14,000원이 찍여 있었다. 2인 14,000 원이니 여전히 7,000 원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땀을 흘리며 산을 갔다 왔더니 시장함이 밀려와서 정신없이 이것저것 음식을 담았다.
그런데 아쉽게 오늘은 제육볶음이 나오는 날이 아니었다. 아쉬웠다. 맛있는 제육볶음을 눈치 보지 않고 잔뜩 담을 수 있는데...
뭐 그래도 7,000 원에 이 정도면 어딘가 한다. 기본메뉴 이외에 커피도 먹을 수 있고 라면도 끓여 먹거나 계란 프라이도 해 먹을 수 있다. 물론 귀찮니즘이 있는 우리 부자는 과감히 생략하고 기본메뉴에 충실하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산에 올라갔다 오느라 시장했던 우리 부자는 정신없이 식사를 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나서 커피 한잔을 하며 둘러보니 처음에 들어왔을 때랑 주변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7,000 원으로 행복을 얻은 사람들
1. 밥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
처음에 아버지와 같이 한식뷔페에 들어왔을 때는 11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근처에 있는 대형 건물 공사장의 인부들이 있어 마치 함바집 같은 느낌이었다.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들이 들려왔다. 정말 주인과 직원 그리고 우리 부자 이외에는 모두들 외국이 이었다. 여기가 정말 우리나라가 맞는지...
그런데 신기한 건 모두 출신국가별로 모여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공통점은 외모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모두 작업복에 안전화를 신고 있었고 체격이 크던 작던 공통적으로 우리가 먹는 양의 2배 이상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식사들은 하고 나서 웃으면서 잠시 이야기들을 나누더니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들 11시 50분쯤 일어서서 뷔페 밖으로 나갔다. 마치 우리들이 하듯이 '잘 먹었어요'하고 인사를 남기고...
점심시간에 먹는 7,000원짜리 한 끼 식사는 돈을 멀기 위해 먼 나라까지 와서 일하는 그들에게 무더운 날씨와 힘겨운 일들을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2. 병원 직원들
우리가 앉은자리와 가까운 자리에는 근처에 있는 요양병원의 직원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지 천천히 식사를 하고 꽤 오랫동안 수다를 떨다가 갔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 진상 환자나 보호자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했다.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나중에라도 병원에 가면 직원들에게 잘 대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푼 듯 커피 한잔 싹을 들도 다들 웃으면서 나갔다.
3. 직장 동료들(?)
말끔한 정장에 목에는 건설사 사원증 같은 텍을 건 사람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었다. 아마 바로 옆에 있는 모델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여러 팀이 들어와서 식사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친밀한 듯 보였고 어떤 팀은 말없이 고개 숙이고 식사만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어색한 사이...
식사와 대화에 별로 오랜 시간을 들이지는 않고 바로 끼니만 때우고 나가는 듯했다.
4. 일가족
유모차를 타는 어린아이가 있는 부부가 있었다. 한식 뷔페에 여러 번 왔었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부부는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고 아이는 종종 자기도 달라고 하는 건지 옹알거렸다. 한식 뷔페 음식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족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데...
얼핏 남자가 전화를 받는 것을 들어보니 아마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러 온 것 같았다.
5. 커플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데 젊은 남녀가 들어왔다. 뭐 연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젊은 남녀가 여기에 식사를 하러 오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포만감을 느끼며 커피 한잔을 들고 뷔페를 나섰다.
식사를 하고 나가며 사장님께 메뉴가 정해져 있냐고 물었다. 혹시 요일별로 정해져 있으면 방학 때는 제육볶음이 나오는 날 아버지와 같이 오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요일마다 다르기는 한데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했다. 또 재료가 부족하면 다른 메뉴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 동전을 집어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랜덤으로 피겨나 장난감이 나왔던 자판기가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정말 뭐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에 매번 동전을 집어넣고 했었는데..
그때처럼 오늘은 무슨 메뉴가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면서 그냥 아버지랑 같이 시간 될 때마다 오려고 한다.
정말 급여만 오르지 않고 모든 것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고물가의 시대, 서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시대이지만 잠시나만 7,000원의 행복을 줄 수 있는 이곳이 계속 있었으면 한다.
건강이 언제까지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랑 같이 등산을 갔다 오면서 들려 7,000원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