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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an 06. 2022

학교는 아직도 2021년.

1월의 학교에서는

1월이 되면 주변 지인들한테 방학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아직 아니라고 말하면 아직도 겨울방학에 안 들어갔다고 놀란다. 우리 학교의 겨울방학은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작이 된다. 다른 학교에 비하여 조금 늦기는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학교가 1월에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 2월에 학생들이 출석하는 시간들이 없고 봄방학이 없어져 학생들은 겨울방학에 들어가면 3월 개학 때까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2월 새 학년 준비기간 동안에 학교에 출근을 해서 새 학년 시작과 새롭게 맡은 업무들을 인수인계받고 준비해야 한다. 학교를 옮긴 샘들은 새로운 학교와 이전 학교를 모두 나가서 인수인계를 받고 해야 한다. 


1월의 학교의 모습은 다소 어수선하다. 

학생들은 몸만 학교에 있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은 이미 학년말 고사를 다 끝내고 성적확인도 다 끝냈기 때문에 교외체험학습이나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그리고 임의적으로 알아서 조기방학(?)에 들어간 학생들도 일부 있다. 출석하는 학생들도 몸과 마음이 심히 많이 자유로워져 있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 거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혹시라도 수업을 하려고 하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미 교과서도 다 분리수거를 통해 버려져 책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거의 없다. 정상적인 수업활동은 어렵고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육 관련 동영상 시청 유도하지만 아이들의 관심과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있다. 학교를 안 나오는 아이들의 변명은 '학교를 가도 수업을 안한다' 이다. 아이들에 대한 생활지도와 학습지도가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이미 몸만 학교에 있지 마음은 학교 밖에 가있는 아이들, 특히 그중에서 고3 아이들을 지도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바쁘고 힘들고 심란한 시기이다.

반면에 선생님들에게는 연중 가장 바쁜 시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고 점검해야 하고 교육청의 각종 사업예산에 대한 최종 정산 보고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한 해 동안 자신이 맡았던 교육행정 업무를 정리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학교가 학교 각종 부서를 책임지는 보직교사를 미리 발표하기 때문에 보직이 바뀌거나 새롭게 보직을 맡는 교사는 기존에 맡았던 일도 처리하면서 새롭게 맡게 될 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기로 한 샘들도 자신의 희망대로 부서를 옮길 수 있는지 어떤 학교에 배치될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마음에 가지고 바쁜 학년말을 보내야 한다. 


그래도 결국 2021학년도는 마무리 된다.

학생들을 일찍 방학시키고 선생님들은 출근해서 다양한 학년말 업무를 처리하고 학년도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하다. 아직까지는 학점제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수업일수를 채워야 학생들이 진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12월 하순부터 다음 해 1월 초까지 교육적으로 무의미한 시간들이 학교에 존재한다. 

2022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일주일 가까이 되었지만 학교는 아직도 2021년을 마무리 지지 못하고 있다. 3학년 학생들은 아직도 졸업을 하지 못하고 20살이 되었다고 학생이 신분으로 자유로운 민간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몸만 학교에 있고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다. 선생님들은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그래도 학생과 교사 모두 기대하고 있고 바라고 있는 겨울방학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올해도 학생도 교사도 모두 충분히 재충천을 하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3월 개학일에 아이들의 밝은 미소와 초롱한 눈망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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