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 연수 참가기
작년 12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바쁜 학교의 일상을 보내던 중 방과 후 교내 교사 연수를 수강하게 되었다.
같은 부서 선생님의 권유로 자의 반 타의 반처럼 귀신에 홀린 듯 방과 후 제빵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집에 오븐이 있어서 홈베이킹을 좋아하는 큰 딸이 쿠기를 만든다고 할 때 옆에서 조금 도움을 준 것 외에는 살면서 제빵을 해 본 적이 없었다. 2일의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고 첫날은 블루베리 빵이었고 둘째 날은 휘낭시에라고 하는 이름도 낯선 빵이었다.
반죽의 양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제빵 연수는 모둠을 이루어서 했다. 다른 모둠에는 식품 전공 선생님들이 계셔서 리더를 해 줄 분이 계셨지만 우리 모둠은 다들 전혀 상과 없는 전공에 제빵 경험도 없는 분들이 모이게 되었다. 어째튼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강사님의 설명을 경청하고 열심히 참여하였다.
어설펐지만 열심히 참여했다. 그냥 밀가루 반죽만 해서 굽으면 되는 건지 알았는데 반죽에도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가야 했고 생각보다 과정이 간단하지 않았다. 반죽을 하고 휘퍼를 열심히 돌리다 보니 땀이 나기도 하였고 조금씩 만들어지는 빵의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연수와는 다르게 결과물을 먹을 수가 있고 집에 가져갈 수 있으니까 더욱더 의욕이 충만하였다. 식품가공과 학생들이 요리나 제빵 실습에 왜 그렇게 집중하고 열심히 참여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오븐에 빵을 넣고 익기를 기다리며 같이 실습한 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시간들은 처음에 연수를 시작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기쁨이었다. 우리가 열심히 만들 빵이 제대로 구워져 나올까 하는 설렘과 혹시 시간을 놓쳐서 태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같이 교차하는 시간들이 약간은 초조하고 긴장되면 설레는 순간들이었다. 드디어 초조하며 긴장되고 또 설레는 기다림 후에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블루베리 빵을 만들 때는 과도한 욕심으로 내용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우리 모둠의 빵은 모두 터져 버렸다.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어야 하지만 우리 모둠의 빵의 모양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너무나 개성 있는(?) 우리 모둠의 블루베리 빵을 보고 있자니 약간은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블루베리 빵 실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 본 우리 모둠은 이틀 뒤에 이루어진 휘낭시에 실습에서 이를 만회하고자 하였다. 휘낭시에는 파리의 증권거래소 주변의 카페에서 한입에 먹을 수 있고 주머니에 들어가고 손이 더러워지지 않는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 고안되었다고 한다. 휘낭시에는 금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 생긴 모양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들렌과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흰자와 태운 버터를 사용해서 풍미가 매우 좋다. 요즘에는 가루와 아몬드가루 혹은 헤이즐넛 파우더를 함께 사용하거나 견과류 파우더만으로 만들기도 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준다고 한다.
이번에는 저번 블루베리 빵처럼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하여 강사님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집중을 해서 따라 했고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휘랑시에는 블루베리빵 때와 다르게 나름대로 형태도 맛도 괜찮게 나와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들렌과는 전혀 다른 식감에 다들 정말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에 대하여 감탄을 했다.
추운 날씨와 연말 각종 정산 업무에 시달리던 나에게 제빵 연수는 큰 힐링을 주었다. 땀이 날 정도로 열심히 움직이고 같은 모둠 샘들과 수다를 떨면서 실습을 하고, 또 실습 결과물을 먹고 가져갈 수 있으니 정말 금상첨화였다. 원래 귀차니즘이 강해서 해야 할 일들 외에는 관심을 잘 안 두고 집에서 늘어져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물론 집에서 혼자 다시 만들어 보라고 하면 다시 만들 자신은 없지만, 빵과 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버터를 녹이는 방법이라든지 휘퍼를 사용하는 요령 등은 홈베이킹을 좋아하는 우리 큰 딸에게 나름대로 전수를 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연수였지만 업무 스트레스도 풀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같다. 그렇지만 제빵 연수에서의 이러한 기쁨은 다음 조리 연수에서 큰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