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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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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Jul 31. 2022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업무의 거대한 파도를 넘다.

# 학교에서 어벤저스 멤버들을 만나다. 

여름방학기간 여유롭게 집에서 아점을 먹고 핸드폰을 보니 카카오톡이 와있었다.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기프티곤이었다. 같이 학생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보내주셨다. 

20년 교직생활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방학기간 7월이 생일이라서 솔직히 학교에서도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는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계신 교장선생님이 교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겨주셨지만 나는 방학기간이어서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 감사의 톡을 다시 보내드렸다. 


2022년 1학기, 20년 교직생활에서 가장 힘든 경험들을 한 시간이었지만 훌륭한 동료들과 같이 거대한 파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올해 15년 만에 학생부장으로 학생부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체벌과 기합이 허용되던 시대에 학생부에 몇 년 있었는데 학생인권으로 인하여 완전히 분위기가 바뀐 학교현장에서 15년 만에 학생부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3년 가까이의 비대면 수업을 끝내고 대면 수업을 앞두고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학생부장을 맡게 되었다.


3년 가까이 계속된 비대면 수업의 혜택을 가장 본 부서가 바로 학생부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는 기간이 적으니 사건 사고가 적었던 것이다. 


3년 가까이의 나름대로 수월했던 시간을 보낸 전임 학생부 구성원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새롭게 누가 봐도 고난이 예상되는 학생부를 총괄하는 학생부장으로 맡게 된 것이다. 


역시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거의 3년여 만에 실시된 대면 수업은 학생 생활지도에서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나았다. 비대면 교육의 부작용으로 학생들 간의 관계 형성이 약했고 서로를 이해할 시간이 없어 많은 갈등이 생겼다. 이는 결국 어마어마한 사건사고를 발생시켰고 학생부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러 학교가 연관된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다른 학교 학생부장들과 통화를 해야 한다. 모두 동병상련의 입장이었다. 다른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부는 전년도에 있던 인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모든 인원이 새로 구성되었다. 심지어 교직생활을 처음 해보시는 분도 계셨다. 결론적으로 우리 학생부는 대면교육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어마어마한 사건사고의 파도를 잘 넘어왔다.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구성원 모두의 동료애와 끈끈한 관계로 대면교육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거대한 사건사고의 파도를 넘어섰다. 


내가 학생부장이지만 업무를 맡은 신 분이 너무 과부하가 걸린다 싶으면 내가 일부 업무를 덜어내서 처리했다. 솔직히 부장이면 계원들이 맡고 있는 여러 업무들에 대한 책임과 조율을 맡아야 돼서 바쁘지만 다른 분의 업무를 덜어내서 내가 하는 것 어렵지 않다. 귀찮지만 내가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한다고 생각하면 못 할 일은 아니다. 행정업무를 깔끔하게 잘 처리한다는 말을 항상 들어와서 내가 조금 귀찮으면 되지 하는 자신감도 있었다. 


A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인데 아무도 오기 싫어하는 학생부를 자진해서 왔다. 남자라면 한 번쯤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정말 멋진 상남자로 우리 학교의 생활지도를 맡고 계시다. 심지어 3월에 코로나 감염으로 거의 2주 가까이 학교에 나가지를 못했는데 A 선생님이 학생부 차석으로 모든 일을 다 알아서 잘 처리했다. 내가 너무 의지하고 항상 같이하고 싶은 분이다. 그렇지만 안타깝지만 내년에 다른 학교로 옮길 마음을 가지고 계신다. 아쉽지만 존중해 드리려고 한다. 


B선생님은 특수교사이다. 특수아동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인데 이례적으로 가장 까다롭다는 학교폭력 담당이다. 특수교사가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수교사는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특수학습 학생들을 담당해야 돼서 항상 학교에서도 존중해주고 별도의 부서로 활동을 하신다. 하지만 학교에 남자 선생님들이 없어서 나의 고집으로 특수 선생님이 학교폭력 담당이 되셨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하셨지만 특유의 책임감을 가지고 정말 서류처리가 많은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고 계시다. 참고로 올해는 학교폭력이 작년에 비해 몇 배가 발생했다.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해서 아직 이전 사건들이 처리가 안되었는데 다음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럴 경우에는 서로 나누어서 사건을 처리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또 방학을 앞두고 B 선생님의 아버지가 암으로 입원을 하게 되어 연가를 쓰시게 되어 처리 중인 사건을 내가 처리했다. 한 학기 동안 수고하셨고 업무 신경 쓰지 말고 아버님 잘 간호해 드리라고 말씀드리고 나머지 사건 처리를 하고 교육지원청 보고를 했다. 


C 선생님은 우리 학생부의 막내로 유일한 20대이다. 거기다가 경상도 쪽에 계시다가 경기도에서는 처음 근무하시는 분이셨다. 인원인 증가되어 다른 부서에서 넘어온 졸업앨범 업무와 교권보호위원회 그리고 각종 학생부의 잡다한 업무를 떠 넘겨 드렸다. 죄송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부서에서 넘어와 나도 해본 적 없는 졸업앨범 업무를 정말 알아서 너무 잘 처리해 주셨다. 거기다가 학교에서 심의하고 의결해야 돼서 정말 까다로운 교권보호위원회 업무도 열심히 처리해 주셨다. 다른 부서랑 또는 교감, 교장, 학부모와 조율해야 할 일은 부장인 내가 처리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학생부장이라는 프리미엄이 있는 내가 나서면 조율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리고 몇 년 만에 처음 발생한 교권침해 관련 사안처리도 내가 많이 관여하고 서류 처리를 나누어서 했다. 아직 경력이 짧고 경험이 부족한 C 선생님이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C 선생님은 학생부의 막내로서 정말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 주셨다. 20대로서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D선생님은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으신데 올해 처음으로 교직에 입문하신 분이다. 처음에는 나이도 많으시고 교직경력이 없으신데 업무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정말 헛 된 걱정이었다. 명문대 출신의 명석함과 오랜 직장생활 경험 만렙의 경험을 통해 하나씩 물어가며 훌륭하게 담임업무도 부서 업무도 처리해 나가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이와 오랜 사회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 계셨다. 어마어마한 사고 사건들이 괴롭혀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부서원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나의 마음을 알고 항상 좋은 말을 해주시고 드러나지 않게 격려와 위로도 해주시고 종종 아침 김밥도 사 와서 나눠 주셨다. 그리고 부서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잦은 회식을 하고 비용을 결제하는 나를 보고 슬쩍 결제도 하고 n빵 하자는 의견을 주고 실제로 실행도 하셨다. ^^;






교장, 교감을 비롯한 다른 부서의 부장교사들도 선생님들도 학생부 구성이 올해 너무 좋다고 말하신다. 그런 것 같다. 교직 경력 20년 만에 이런 조합은 처음 겪어보는 것 같다. 그전에도 열심히 하고 인성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뵈었지만 구성원 전체가 학생부의 척박하고 어려운 부서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끈끈하게 그리고 책임감 있게 화목하게 처리해주는 경우는 없었던 같다. 예전에 교직 입문 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같다. 아마 학생부의 이런 어벤저스급의 인정 구성은 계약직이신 분들이 많아 올해로 끝나지 않을까 쉽다. 2022년 몇 년 만에 시작된 대면 수업 실시에 따른 토네이토처럼 몰아친 각종 사건 사고의 광풍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서로의 손을 잡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경험은 다시는 겪어 보지 못할 경험일 것 같다. 

오랜 직장생활 경험으로 인해 사회생활 만렙이신 D선생님이 일이 많고 힘들어도 구성원들이 관계가 좋은 면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교직 입직 전 회사를 몇 년 다녀본 경험이 있는 나도 동의한다. 

2022년 나중에 다시 함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훌륭한 동료들과 같이 코로나 팬데믹이 만들어낸 부작용의 거대한 폭풍을 꿋꿋이 넘어선 경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 2022년의 2학기가 남았지만 우리 학생부 어벤저스는 잘 극복하고 2022년은 정말 학생부 대단했어라는 기억을 남길 것 같다. 


직장생활에서 관계의 중요성에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일을 힘들고 지치게 할 수 있지만 옆게 같이 서있는 동료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의 소중함과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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