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어릴 적에 모래성을 쌓으며 흥얼대던 노랫말이다. 전래 동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친구들은 아마 잘 모를 것이다.
회사의 관리자가 근로자에게 이 노래를 부르며 제안한다. "실업급여 줄게, 퇴직금 다오"
실업급여를 받게 이직 신고를 해 줄 테니, 퇴직금을 깎거나 안 주겠다는 제안이다.
만약, 근로자가 개인 사정으로 퇴사하는데, 권고사직이나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이직 신고를 함으로써, 실업급여를 받게 해 준다면, 부정수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국가 돈이고, 퇴직금은 회사에서 지급하는 돈이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근로자도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실업급여액이 퇴직금보다 많다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선택하려 한다. 그래서 회사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인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상담이 뜸했는데, 최근에 이런 상담을 받았다. 회사 측에서 퇴직금을 약 300만 원 깎는 대신에, 실업급여를 받게 해 주겠다고 해서, '퇴직금 지급 확인서'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함께 퇴직한 동료에게는 실업급여를 받게 해 주면서, 퇴직금도 전액 지급했다고 한다. 배신감을 느낀 그는, 퇴직금을 다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했다.
퇴직 전에 퇴직금을 포기하는 각서는 '무효'지만, 퇴직한 뒤에 근로자가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기하는 각서는 '유효'하다.
상담이 밀려 있어서, 자세한 사정을 묻진 못했고, 좀 깊이 들어가자 그도 불편한 기색을 비췄다. 상담을 마치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회사 측에서 부르는 "(근)로자야, (근)로자야, 실업급여 줄게, 퇴직금 다오"는, 거짓으로 유혹하는 '가짜 선택지'다. 실업 급여와 퇴직금은 양자택일할 사항이 아니다.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안 되는데 회사에서 받게 해 준다면 부정수급이므로, 걸리면 나중에 근로자도 실업급여를 반환해야 한다.
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데(권고사직이나 근로계약기간 만료 등), 회사에서 '가짜 선택지'를 내민다면, 단호히 거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실업 급여와 퇴직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데, 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가?
세이렌의 유혹처럼, 회사에서 부르는 노래에, 귀를 막고 이렇게 노래하면 좋겠다.
"(사)용자야, (사)용자야, 헛짓 말고, 퇴직금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