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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함부로 들먹이는가

by 주형민

근로자 A는 최근에 퇴사했다. 그런데, 퇴사하는 해에 사용하지 못한 11일분의 연차수당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회사에 연차수당을 요구했으나, 인사 담당자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하라고 했잖아요. 사용하지 않은 건 당신 탓이에요. 근로기준법에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에서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요.


근로자 A는 업무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 담당자의 말처럼,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수당이 소멸된 건지를 물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남은 연차휴가에 관하여 통보받았는지를 물었다. 근로자 A는 카톡을 통해 남은 연차휴가일수와 모두 사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 회사는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일까? 근로기준법의 해당 조문을 살펴보자.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① 사용자가 제60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개정 2012. 2. 1., 2017. 11. 28., 2020. 3. 31.>

1.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② 사용자가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같은 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신설 2020. 3. 31.>

1.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다만, 사용자가 서면 촉구한 후 발생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을 기준으로 5일 이내에 촉구하여야 한다.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다만, 제1호 단서에 따라 촉구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요약하자면 이렇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남은 연차휴가일수를 근로자에게 알리고, 구체적인 사용 시기를 통보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한다. 그래도 근로자가 통보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직접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그런데도 근로자가 남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회사는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면'이다. 카톡 등의 SNS나 이메일 등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게시판에 공지하는 방식도 안 된다. 근로자의 연차수당 청구권을 소멸시키는 절차이므로, 엄격하게 진행하라는 취지다. 법 조문을 살펴보면, 절차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노동 상담을 하다보면,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면서,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회사가 상당히 많다. 위 상담 사례에서, 회사는 서면이 아닌 SNS를 통해, 남은 연차휴가일수를 알려주고, 모두 사용하라고 했을 뿐,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


연차휴가 사용촉진 제도를 활용하려는 회사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반대로, 근로자는 회사에서 연차휴가 사용촉진 절차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사용촉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연차수당이 소멸됐다고 함부로 말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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