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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01. 2023

어른의 이별에 대해서

살아가는 동안, 만남과 이별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며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수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의 한 축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굴레의 한 순간 속에서 깊숙히 슬픔을 느끼고 유난스러운 시간과 감정을 쏟기에는

또 다른 만남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기에는 너무 많은 감정과 시간이 나를 압도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나는 1년이 지나고 같은 반 친구들이 바뀔 때마다 세상이 떠나갈 듯 울었다. 졸업식 사진을 보면 제대로 생긴 사진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잠시 키우던 금붕어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차마 보내주지 못하고 1주일 내내 눈물 속에 살았다. 그런 나를 보며 부모님은, 절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아야 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셨다.


1년 중 12월을 가장 싫어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연말이 되면 여러가지 이유로 1년 단위로 이루어지던 많은 집단에서 이별을 경험한다. 어디 멀리 떠나는 것도 아닌데,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슬픈 감정 속에 살기도 했다.



나는 이별의 순간에 유난히 유난스럽다. 그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기에 마음을 풍족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년에 1번 오던 이별의 순간들의 빈도수가 잦아진다.

그리고, 자꾸만 예고 없이 찾아온다.

충분히 슬픔을 예상하고 열심히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스펀지를 바닥에 깔아놓아야 그나마 다시 금방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별의 순간들이다.

어른이 되니, 자꾸만 이런 순간들이 온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순간들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유난떨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만 사랑해야 한다. 조금만 정을 줘야 한다.

유난 떨지 않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 조금은 슬프지만

그것이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임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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