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100m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로 도착했다.
탕 소리가 나기 무섭게 앞으로 치고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속으로 감탄을 하곤 했다.
그렇게 나는 아무리 죽어라 뛰어도 마지막을 다투는 아이였다.
나에게 단거리 달리기는 따라잡을 수 없는 재능의 영역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장거리 달리기는 달랐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끝까지 포기하지만 않으면 장거리 달리기는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숨이 차오르던, 옆에 친구들이 포기하던 상관없이 그냥 끝까지 달린다는 마음으로 달렸다.
나는 늘 장거리 달리기를 끝까지 달려내던 아이였다.
누군가는 나에게 체력이 좋다고 말했지만, 틀렸다.
나는 그냥 포기하지 않고 달릴 줄 알았던 것 뿐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단거리 달리기를 잘하는 재능처럼, 나도 끝까지 버티는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남들보다 빨리 달려가는 것을 못하는 대신, 버텨내고 포기하지 않는 것을 잘하게 태어났다.
그래, 나는 원래 장거리 달리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