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유
나는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 여행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혼자 타지에 여행을 간다고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가령 .. '안무섭니?'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니?'라는 걱정의 말들 + '심심하지 않니?' '친구없니?' 등등 ..
물론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 내가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한번 설명해보려고 한다.
1.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오감을 사용해서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그 사람에게 쓰이는 에너지 때문에 깨닫지 못할 아주 사소하고 자그마한 것들까지 모든 것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여행할 때 이어폰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조건 걷는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1시간 , 2시간을 아무것도 없이 혼자 걷다보면 타지의 향기, 소리, 자그마한 들풀까지 아주 깊이있게 경험할 수 있다.
물론 그 곳의 중요한 유적지,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그 순간순간 하나하나를 내 안에 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경험이 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오토바이 처음 타본 날 !! 그 해방감이란 …
2.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국에서 일상을 살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깊게 생각할 시간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타지에 나가면,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백지가 주어진다.
남에게 나를 맞출 필요도 없고 옆에 있는 사람의 호불호에 영향을 받을 일도 없다 .
그저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좋은지에 온전히 귀를 기울인 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혼자 여행을 가면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놓은 메모장을 키고 오늘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아, 오늘은 이게 먹고 싶다. 이게 보고 싶다. 그럼 여유롭게 준비하고 나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하고싶지 않은 것은 안해도 된다.' 라는 것이 나에게 주는 평온함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
호불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 호불호라는 것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 수록 새로운게 두렵고, 나의 호불호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편견에 빠져 싫어하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실은 시간과 함께 계속해서 변하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기에, 경험해보지 않고는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없다.
일상에서는 누구보다 틀 안에 갇혀 사는 통제형 인간은, 여행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아 한번 해봐?'하는 것들에서 새로운 나를 찾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난 동남아음식 시러시러 인간이었는데 (태국,베트남음식 등은 음식점 근처에도 안갔다) 태국에 와서 하나하나 시도해보니 내 입맛에 정말 잘 맞았던 것이다 !!
시야가 넓어지고 오감이 넓어지기 위해서는 나의 호불호를 불변의 것으로 맹신하지 말고 의식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주저없이 그것을 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혼자하는 여행이다.
3. 계획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다.
알 사람들은 안다.. 계획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견디지 못하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통제형 인간인 나 ..
그런 내가 유일하게 계획이라는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게 여행에서이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짠순이 같다가도 여행가서는 경비도 딱히 안정해놓는다. 그냥 쓰는대로 쓰는거다.
하루하루의 일정도 정리해놓지 않는다. 그저 그날 일어나서 루트만 잡아놓고 혼자 뽈뽈 거리며 돌아다닌다.
너무 몸에 힘주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면죄부 같은 하루하루여서, 여유롭고 소중하다.
4. 여행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들에 집중할 수 있다.
여행을 혼자 다니다보면 생각보다 새로운 인연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함께 다니는 사람보다,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인지.. 암튼 말을 많이 건다.
현지인들도 이런저런 말을 걸어올 때가 많고, 혼자 여행 다니는 다른 여행자들과도 시간을 보낼 기회들이 생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뭐랄까, 왜인지 모르게 인연같다. 발길 닿는 곳을 향해갔더니 우연히 그곳에 함께 그 시간에 존재한 사람들에게 신비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나도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조금더 여유롭고 다정하게 대할 수 있다.
한번 더 웃어주려고 하고, 한번 더 인사하려고 하게 된다.
사소하지만, 내가 산 음식을 건네고, 내가 가본 좋은 곳을 추천하고,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게 된다.
알고 지내던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험도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혼자 있음으로서 내 인생에 우연히 찾아온 인연을 받아들이는 경험도 너무나 소중하다.
5. 어려운 순간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인정한다. 혼자 여행은 쉽지 않다. 어려운 순간들, 당황스러운 순간들은 매일매초 찾아오고 그 순간 바로 옆에 날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게 무섭고 두렵다. 당장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 순간부터 혼자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냥 나는 사실 .. 그런 생각이다. 인생이 원래 그런거 아니겠는가 .. ㅋㅋㅋ
나에게 주어진 문제들은 어찌되었던 근본적으로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그 순간들에 비하면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은 귀여운 (?) 경험일 수 있다.
순간순간을 어찌저찌 완벽하진 않더라도 해결해나가는 나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칭찬해주기도 한다.
혼자 타지에서 생긴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다보면, 세상의 문제들도 그냥 당황하지 않고 맞서 싸우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 참고로 영어가 저절로 겁나 는다. 왜냐면 내게 생긴 어려움을 영어로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
6. 하나하나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나에게는 혼자 여행 일기장이 따로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하루하루 그날 아주 상세하게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고 누구를 만났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고 무엇을 경험했는지 적는다.
속기록 같은 느낌이기는 하지만, 나중에 들춰보았을 때 그 순간 하나하나의 감정과 감각이 모두 떠오를 정도로 자세하게 적는다.
잊지 않으려는 노력임과 동시에 그 순간을 내 안에 새겨넣으려는 노력이다. 어찌되었던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은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나에게 여행은 그 경험 그 자체만으로 이후에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순간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
정말 사소한 순간이더라도 모두 적는다. 그러다보면 혼자 카페에 앉아서 3시간 4시간을 주구장창 일기만 쓰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내가 여행에서 가장 즐기는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음료를 시켜놓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곱씹으며 행복해하는 순간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면 이 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혼자 여행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심심할 때도 분명 있고 외로울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위와 같은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혼자 여행을 다닐 것이고 나의 부피를 세계로 넓혀갈 것이다 ! 그리고 그것들을 정리해서 책을 하나 쓰는게 오늘 내가 갖게 된 하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