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의 첫 혼자 유럽 여행기
23살, 무작정 떠난 유럽 여행.
학기 중에 주 40시간의 알바와 전공강의, 과제 등을 병행하며 지칠대로 지쳐있던 중, 무작정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일까. 혼자 먼 타지에 간다는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전에 모든 예약을 끝냈다. 갑자기 두려워져도 되돌릴 수 없었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만큼 벅찼다.
온전히 '나'만이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나는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었는지, 나는 어떤 것을 경험하고 싶었는지.
이 여행을 통해 나는, 온전히 나는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지.
이 여행 속에 '타인'은 없었다. 너, 우리, 당신은 없이 '나' 뿐이었다.
짧은 인생이지만 23년 동안 이렇게 깊숙히 '나'에게 집중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타지를 여행할 때, 나의 시야는 곧 내 인생의 넓이가 되었다.
혼자 여행을 하다보니, 함께 한 누군가와의 시간이나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나와의 대화와 내가 느끼는 감정, 나의 시야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길, 공원, 신호등, 사람들, 계단, 표지판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의미를 찾아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터질 것만 같이 커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혼자 다니면서 참 많이도 해맸다
길도 많이 잃었다.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많고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며 모든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사실 내가 이 여행에서 사랑하게 된 순간들을 떠올릴 때
대부분은 헤매이다 발견한 장소들, 그런 곳에서 발견한 장면, 사람들이 떠오른다.
또
길을 헤매지 않고 비로소 알게 되었을 때, 영어가 무섭지 않아졌을 때, 드디어 지하철 환승하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크지 않지만 그 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무서웠던 그 소소한 두려움들.
그런 무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혼자 이겨냈을 때, 그 쾌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혼자 일기를 쓰면서 여행을 정리할 때 느꼈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이겠구나
혼자 수없이 헤매고 모든게 처음이고 어렵겠지만
결국에 그 순간들이 모이면 반짝반짝하겠구나.
포기하지 않고 부딪혀보면 헤매더라도 언젠가는 도착하겠구나
헤매는 동안 마주하는 모든 경험들은 값을 매길 수 없겠구나
어찌 되었든 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깨달음을 주겠구나
이런 여행은 날 더 밀도있고 큰 사람으로 만들어주는구나
수많은 인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곳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나에게는 양분이 되고 있구나
그동안 힘들고 고생했던 순간들이
지금 이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가치있는 기억으로 변했다.
나를 위한 무언가는, 항상 필요하다.
그 '무언가'가 나에게는 '혼자 여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공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