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마음으로

by 제로

모두가 '나'로서 온전하게 살아간다 생각하지만 '나'들은 연결되어 있다.

동시대의 주변인들과, 과거의 누군가와,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방인과.


내가 행동하지 못할 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할 때,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내가 용기가 없을 때, 내가 비겁할 때,

누군가들에게 나의 삶의 일부를 빚졌다는 마음에 감사함과 동시에 부채의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만 잘살면 된다고,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한 삶을 살자는 이기심이 가득하던 때가 있었다.

나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기반들과, 당연하게 존재한다고 여겨왔던 수많은 편안함들은 나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나는 나의 의견과 감정을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고, 깊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며,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은 아니며, 안정을 추구하며, 겁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공부하고,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기반에는, 표현의 자유를 이룩하고 여성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지적하고 문학이 자유를 찾게 하기 위한 누군가들의 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12월 3일 밤, 내가 두려움에 떨며 뉴스를 보고 있을 때, 고민없이 국회 앞에 맨몸으로 달려갔던 시민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저항한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일상을 빚지고 있다는 마음으로 산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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