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둣방 부부

by 이성출


멋지게 입을 일이 생겨서

굽이 망가진 구두를 들고 구둣방으로


전체를 갈아야 한다고

웬만하면 새로 사라더니

닥스라고 갈아주겠단다.


몇 살이냐고

고향이 어디냐고

무슨 일 하냐고


(안믿을까봐 좀 올려서) 쉰이 조금 넘었어요

전라도 광줍니다(두 분 모두 움찔)

백숩니다(빙긋이 안도한다)


67이고 공주이고 구둣일만 47년 했고 비밀번호 열쇠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열쇳일 하던 사람들 다 망했고 금이빨도 받는다며 꽁초에 불을 붙이고 피더니 허파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기침에 담배를 끈다.


여기 앉아요 우리 남편 기술 가졌으면 난 진즉 떼돈 벌었어요 허파 깊숙한 기침에도 이제 좀 줄여요 하는 부인은 두 눈에 초점이 맞지 않아도 연신 웃으며 남편을 바라본다.


제가 평택에도 살고 일산에도 살고 남양주에도 살았어요.


평택? 서정리에 있었지 거기 좋지. 근데 민주노총 놈들이 다 망쳐버렸어. 그 뭐더라 무슨 기업 있는데


쌍용이요?


아무튼 뭐 있어. 그래놓고 공항에서 가지 말라고 지랄했어. 민주노총이 나라를 망치고 있어.


연신 웃던 부인도 그니까요 그 놈들이 진짜 아이고 하며 안심하라는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본다.


사장님이 정말 예술가네요. 안심하라고 말을 한다.


이거 한 잔 마시고 하갰다고 종이컵에 있는 소주를 마시고 다시 구두를 다듬고 부인은 연신 웃으며 그를 본다.


잠깐 부인이 나갔을 떄 내가 젊었을 때 많이 놀았어. 근데 부인 하나는 잘만났어.


다 만들고 구두약을 손에 묻혀 광을 내며 걱정하지마 이건 서비스야. 2만원만 주면 돼.


구두를 받고 현금 2만원을 드리니 악수를 청한다. 왼손을 내밀길래 오른손을 청하니 오른손은 마비가 왔단다. 또 보자고 한다.


멋지게 입을 생각하며 집에 오다가 그래도 오늘이 전태일이 죽은 날인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