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 마스크

by 이성출


이서는 마스크를 쓴 자신이 진짜였어요. 버스를 타고 엄마와 가는 중이었죠. 어디를 가는지는 몰라요. 들었어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디를 간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니까요.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운이 좋게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한 자리 좌석에 자리가 나자 엄마가 이서를 자리에 앉으라고 배려해 주셨어요. 조금 지나서 버스 뒤쪽에 자리가 생겨서 엄마가 그쪽에 앉아서 가려는데 혼자 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었어요. 오히려 좋았죠. 혼자서 밖을 보는 건 이서의 취미거든요. 안심하라며 웃어 보이자 엄마는 고맙다며 뒤쪽으로 갔어요.


버스 안에는 이서처럼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여럿이었어요. 앞자리에 앉아 있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는 흰색 머리의 할아버지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요. 이서는 궁금했어요. 이서는 궁금한 건 참지 않기로 했거든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못 들은 것 같았어요. 이서는 용기를 내어서 소리를 더 높였어요.


”할아버지! “


할아버지가 살짝 몸을 돌렸어요. 할아버지가 이서를 보며 지긋이 웃었어요. 이서는 사람들이 웃을 때는 얼굴이 세로에서 가로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인지 세로는 좀 무섭고 가로는 마음이 따듯해졌어요.


“애기야. 왜 불렀니?”


이서는 세로와 가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할 말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할아버지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기, 있잖아요.”


할아버지는 살짝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가늘게 늘어뜨리면서 얼굴을 가로로 했어요.


“응, 그래. 할 말이 있니? “


이서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바뀌는 게 신기하면서도 할아버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기분이 좋아지니 할 말이 생각났어요.


”할아버지는 마스크를 왜 써요? “


”내가 할아버지로 보이는구나. 하하하. 그래. 할아버지는 요즘에 감기와 독감, 코로나가 유행이라길래 예방하려고 쓰고 있어. “


”저도 코로나 알아요.”


“아는 게 많네.”


“저는 이서인데요. 저는 마스크를 쓰면 기분이 좋아서 써요.”


“왜 기분이 좋을까?”


“마스크를 쓰고 거울을 보면 제가 예뻐서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예쁠 건데.”


“아니에요. 저번에 엄마도 그랬어요. 제가 마스크를 쓰니 예쁘다고요.”


“그래, 그렇구나. 근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건 몸에 안 좋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요? 몰랐어요. 할아버지는 아는 게 많으시네요.”


“아니야, 다른 사람도 다 아는 건데 뭘. 칭찬해 주니 고마워.”


“할아버지는 외로워요?”


“꼭 그렇진 않은데. 그렇게 보이니?”


“네. 고맙다는 말을 쉽게 하니까요. 친구가 많은 사람은 고맙다는 말을 잘 안 하거든요.”


“이름이 뭐라고 했지? 미안해. 할아버지라서 기억을 잘 못해.”


“이서예요. “


”이서는 친구가 많니? “


”네 저는 친구가 많아요. 엄마가 말을 잘해서 친구들이 많다고 했어요. “


“맞아. 이서는 말을 참 잘하네. 부럽다.”


“근데요, 걱정되는 게 있어요.”


“뭘까?”


“내가 마스크를 벗으면 친구들이 저를 싫어할 것 같아요. 전 그게 걱정이에요. 그래서 한 번씩 꿈도 꾸고 잠을 못 잘 때도 있어요.”


“할아버지 생각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왜요?”


“그게 있잖아..”


“이서야.”


이서의 엄마가 이서 옆으로 왔다.


“이서야, 다음에 내릴 거야.”


“그리고 아저씨!! 좀 전에 우리 애한테 무슨 말하셨어요?”


“네? 그게?”


“좀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저에게 물어보고 아이랑 이야기해야죠. 안 그래요?”


“아.. 네. 그게. 아무튼 미안합니다. “


”미안하셨으면 됐어요. 나이도 어리시면서 왜 애기랑 놀려고 해요. 이서야 내리자. “


”엄마 그게 아니라. 내가 먼저 말 걸었는데. “


”몰라. 됐어. 빨리 일어서. 내려야 해. 아저씨 미안해요. 됐죠? 이서야 내리자. “


이서는 내리면서 고개를 돌려서 아저씨를 봤어요. 아저씨는 얼굴이 가로가 되어 있었어요. 이서는 최대한 가로로 만드려고 웃어봤지만 원래 얼굴이 가로라서 아저씨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


”왜? “


”엄마는 내가 좋아? “


”응, 좋지. “


”근데 엄마는 어른인데 왜 가로가 되지 않아? “


”무슨 말을 하니? 이서야 엄마 손잡아. “


이서는 웃음이 나왔어요. 엄마의 말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서는 꿈이 생겼거든요. 가로가 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꿈이 생겼어요. 이서는 마스크를 벗었어요.


”엄마! 나 봐봐.! “


이서는 엄마를 보며 아저씨를 최대한 따라서 웃어 보였어요.


”이서는 항상 예쁘지. “


”진짜? 진짜? “


”응, 진짜. “


날이 추운 날이었어요. 이서는 춥지 않았어요. 이서는 춥지 않았어요. 이서는 춥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