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니...?
황당한 일들이 너무 많다.
진짜 바쁜 시프트였다.
전날 잠도 잘 못 잤고
환자 상태는 계속 변해서 의사한테 노티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동료 간호사가
환자랑 사이가 안 좋고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환자를 바꿔줄 수 있는지 물어봤다.
나도 내 환자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주고
여러 이유로 맡기가 싫어서
우선 알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주변에서 너는 왜 worse case를 받냐고 했다.
이제 나도 그 이유를 알겠다.
가슴통증으로 입원해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인데
펜타닐도 맞고 있고
A&Ox3라서 어느 정도 소통도 되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였다.
다른 간호사가 전에 맡았을 때부터
2-3시간씩 다른 곳에 가거나
자꾸 옷을 갈아입고 집에 간다 하거나
하는 그런 환자였기 때문에
병실이 2-3시간 동안 비어있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별생각 없이 라운드를 돌았는데
환자 짐이 없어진 걸 봤다.
사실 환자 짐이 어떤 게 있는지
잘 모르는데 직전에 약을 주면서
환자 가방에서 꺼내주었기 때문에
다행히 가방을 기억했고,
가방도 사라져서
그냥 1층 팀홀튼에 간 게 아니란 걸
깨닫고 부랴부랴 팀에게 알렸다.
우선 환자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더니 거절한 듯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서
의사한테 먼저 노티하고
전체 담당 간호사에게도
연락을 했다.
( 유닛보다 더 위에 전체 담당하는
간호사가 있다. )
그러다 두 번째로 전화했을 때
다행히 환자가 받았다.
" 안녕하세요.
병동 간호사 솔리인데
병실에 없고 가방도 없어서 전화했어요.
혹시 지금 어디 계신가요? "
" 저 지금 집이에요. "
" 네?
혹시 돌아오실 생각이신가요?"
" 아뇨 "
" 아...
제가 의사랑 한 번 더 확인을 하고
다시 업데이트 전화를 드려도 될까요?"
" 음 그러세요 "
의사한테도 메시지로 연락을 하고,
수간호사에게도 말을 하고,
나이트 간호사에게도 업데이트를 했다.
시프트를 막 시작하는 간호사에게
넘기고 싶지 않아서
내가 최대한 하고 싶어서 남아서
계속 여기저기 연락을 했다.
CCN ( Critical care nurse )는
조심스래 그 환자가
치매나 다른 정신 질환이 있는지 물었다.
아마 제정신이냐는 걸 묻고 싶었던 걸까.
이렇게 들리는 내가
지금 마음이 꼬여있는 걸까.
우선 그렇다고 했다.
제정신이고 정신질환도 있다고,
둘은 양립할 수 있으니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그간 상황에 대한 차팅을 하고 있는데
페이지 한 의사에게 연락이 왔다.
" 안녕하세요.
메시지 드린 것처럼,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퇴원의사를 밝혀서
업데이트드려요 "
" 아 제가 환자랑 전화를 안 그래도
방금 했는데요,
우선 병실은 내일 아침까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오픈해 두기로 했어요.
몇 가지 진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내일 아침까지 돌아온다면
저희 팀에서 보고 아니면
내일 아침에 퇴원처리 하셔도 될 것 같네요. "
" 아 혹시 환자도 알고 있나요? "
" 네 유선상으로 연락했어요. "
" 알겠습니다. 업데이트 오면 연락드릴게요
감사해요 "
너무 당황했고
뭐 이런 상황이 다 있나 했는데
생각보다 흔한 상황인 건지
다른 간호사들은 별일 아닌 것처럼
있길래 나도 그런가 보다 하고
마저 차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병동으로 걸려온 전화,
" 환자 P 씨가 병동에 전화하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연결할까요? "
" 제 환자인 것 같아요 연결해 주세요 "
" 아 안녕하세요.
저 다시 돌아가려고요. "
" 네? "
" 제가 받고 싶은 약 중에
오전에 안 받은 약이 있는데,
그거 받고 싶어요.
가서 그거 받고 생각해 볼게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병실 계속 비어있으니
그 병실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이게 무슨 경우인가
가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셀프로 입퇴원을 해도 되나.
암튼 그래도 안 돌아오는 것보단
나으니까 다시 여기저기 업데이트를 했다.
의사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 환자분 다시 돌아오신대요.
오전에 거부하신 약 다시 받으러 오신대요. "
" 그래도 우리가 병실을 남겨둬서 다행이네요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해요. "
" 나이트 간호사 그룹에 추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난 이제 이 일에서 빠지고 싶었다.
30분 정도 뒤
환자는 조금은 멋쩍은 듯이 들어왔다.
지난 2시간 동안 내가 한 고생을 생각하면
조금은 내 눈치를 보셔도 될 것 같다.
펜타닐 펌프를 밖으로 가져가지 따로 빼두고,
그리고 조용히 수간호사에게
나는 다음 시프트 때 저 환자를
절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왔다.
돌아와서 다행인 건지 모르겠다.
황당하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