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을

by 지구별여행자

저녁밥 짓는 구수한 장작 냄새가


온 마을을 뿌옇게 감싸 안을 때쯤


나무 지게 한 짐 짊어지고 내려오시는


할아버지의 흠뻑 젖은 등 뒤로


노을에 붉게 물든 구름이 산마루에 걸렸다.



아침부터 뜨거웠던 한 여름의 불덩이가


산을 오르느라 무뎌지고 순해졌다.


산마루에 몸을 반쯤 걸치고서


가뿐 숨을 몰아쉬는 저녁 해의 입김이


은은한 붉음으로 구름을 적신다.



어느새 뒷산 봉우리 뒤로 몸을 숨긴


저녁 해의 뜨거운 미련이, 열망이


시시각각 다른 물감으로 구름을 물들인다.


그 빛은 뜨겁지만 부드럽고


눈이 부시지만 온화하다.



빛을 뿌리며 산화하는 노을을 배경으로


반가운 얼굴들이 대문을 들어선다.


어린 시절의 나는 강아지처럼 강총거리며


맨발로 그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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