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애창곡

by 지구별여행자


노오란 백열등 불빛아래 더 노오란 양은 주전자.


막걸리 한 사발에 두부김치 한 접시


찌그러진 양은 잔에 찰랑이는 처 자식의 얼굴



무거운 하루의 피로에 한 사발


토끼같은 자식 걱정에 한 사발


야속한 세월의 무게에 또 한 사발



깊게 패인 주름살에, 검게 그을린 콧잔등에


오른다 취기가, 오른다 흥이


“백사장~ 아부지가 많이 취하셨어~


좀 모시러 와야 쓰겄어~“



비틀비틀 흔들리는 걸음걸이에


오늘도 시작되는 아버지의 레퍼토리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이~~있다~~“



얼큰한 취기에도 가슴을 탁 치며


구성지게 꺾는 포인트는 여전하시다.



구슬프게 이어지는 노래가락에


터져나오는 울음을 묻는다.


처자식의 얼굴을 그린다.


무거워지는 세월을 얹는다.



아버지는 늘 노래 끝 자락 같은 소절을


채 부르지 못하시고 맨 바닥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꺼이꺼이 우셨다.


나는 기억도 못 하는 아버지의 아버지를 부르시며.



이제는 그 분의 갈지자 걸음걸이가


구슬프게 꺾어 부르던 그 노래가


덩실덩실 나빌래는 어깨춤이


흥이 한 껏 올라 바알간 그 콧잔등이


애잔하게 그립다.



오늘도 하루의 고단함과 야속한 세상사를


막걸리 한 사발에 녹여 들이킨다.



멀리 걸어오는 막내아들이 보인다.


노래나 한 곡 뽑아볼까나.


“홍도~~야~~ 우지마라~~~”


오늘도 하루의 고단함과 야속한 세상사를


막걸리 한 사발에 녹여 들이킨다.



멀리 걸어오는 막내아들이 보인다.


노래나 한 곡 뽑아볼까나.


“홍도~~ 야~~ 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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