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호바트

인생의 비타민같은 깜짝여행

by 토마토
공항에서 호바트 시나를 향해 다리를 건너는중. 멀리 웰링턴 산이 보인다.
베터리 포인트 거리를 걷다가 장미와 집이 너무 조화가 질이루어져서 한컷

내가 여기 왜 와있는 거지? 두발로 이곳을 걷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실감을 하지 못하는 중이다.

사는 것이 너무도 팍팍해서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그냥 비행기라도 타고 어디라도 날아가고 싶은 그런 날, 직장이라는 곳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 같은 그런 날 바로 오늘이다.

지난주에 무작정 호바트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호텔도 부킹닷컴에 젤 위에 있는 거, 차도 젤로 싼 걸로 빌려놓고는 이 여행을 기다리며 지난주를 보냈다.


그냥 사는 게 너무 힘들었나?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 아니면 정말 돌아다녀야 힘이 생기는 역마살이 끼인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말 그대로 기분 전환. 세상의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뀐 지난 십년 동안 외국에서 셰프 생활을 하며 이 나라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아지는 것이 없고 어쩐지 호주애들은 휴가도 잘 도 보내주는데 나에게는 휴가를 줄 생각이 없는 듯 보이니까 말이다. 내심 살짝 차별당하는 거 같아 기분이 상해있었다. 속상해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내 속만 상하지 않겠는가.


내 마음을 젤 잘 알아주는 것은 바로 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내가 호바트에 정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됐다. 해보고 싶은 건 무조건 해보자라는 내 좌우명에 맞추어서 난 계획 없이 호바트로 향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그렇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에 보내주는 것이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 분명하다.


처음 도착한 호바트는 무척이나 추웠다. 두툼한 것 옷을 꽉 여미고는 차를 빌려 호바트 시내로 향한다. 그곳에 오늘 묵을 호텔이 있기에. 갑자기 온 여행이라 단 하루만 이곳에 머물 수가 있다 휴일은 단 이틀뿐이지 않은가!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볼 작정이다.

우선 호텔에 짐을 풀고는 무작정 아까 다리를 건너다가 보았던 웰링턴 마운틴으로 향한다. 아직까지 산꼭대기에는 눈이 쌓여있는 곳. 그곳에 가면 어쩐지 눈 오는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말이다. 산의 아래쪽에 다 달았을 때 맑은 하늘이 보이고 날씨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절반쯤 올라갔을까 갑자기 눈 비슷한 것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펑펑 눈이 내리고 있다. 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하얀 눈을 말이다. 이게 정말 현실이란 말인가! 내가 호주에서 함박눈을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정말 아이처럼 펄쩍 뛰었다 너무 좋아서, 기대도 안 했던 이것에서 눈을 실컷 볼 수 있어서.

신기하게도 이것으로 마음이 꽉 채워졌다.

아! 난 추운 겨울이 그리고 함박눈이 너무도 그리웠던 것이었다. 온몸으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내 안의 온기는 더욱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고, 눈을 맞으며 찍은 사진을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환하게 웃고 또 다른 내가 있음을 알았다.


빨리 호텔로 돌아가 글을 써야겠다.

내 마음의 소리를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마음을 채워준다는 것,

기쁨을 준다는 것,

그것은 대단할 필요가 없는 거 같다.

무엇이라도 해주자

그러면 힘을 얻어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조금도 행복한 모습으로 내일을 살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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