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서 파리까지
상하이에 드디어 도착하였다. 11시간의 비행으로 다리가 좀 부어있었고, 중요한 건 아직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지 못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 탑승구를 향해 힘차게 걸어간다. '그곳에 가면 샤워장이 있을 거야' 하면서
환승하는 비행기를 타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무슨 경찰서에 온 것처럼 냉랭한 기운이 흐른다.
이곳에서 일하는 중국 사람들은 너무 냉소적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너무 불친절하며 그들을 죄인취급한다.
이해할 수 없는 공항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그야말로 텅 빈 상하이 공항 유럽행 항공기 탑승구로 향했다.
공항은 규모가 컸다 너무나 컸다 정말이지 크기만 컸다
훤한 그곳에는 식당도 몇 개 없고 탑승구 앞에 의자만 아주 많이 놓여 있었다.
샤워장을 찾아다녔지만 그 안에는 없었다.
아마도 VIP들을 위한 대개 장소에만 있는 듯했다.
샤워는 둘째치고 따뜻한 국수가 간절하게 먹고 싶었다.
한 식당 앞에 메뉴판에는 버섯이 잔뜩 들어간 소고기 버섯 국수사진이 있었고 중국 위안으로 표시되어있었다.
인터넷도 안되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싸봤자 호주보다는 싸겠지라는 생각으로 주문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 국수를 주문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말을 했다
"버섯국수는 다 떨어져서 주문할 수 없어"
아 그럼 뭘 먹지?
만두 한 접시와 맥주를 주문하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모든 것이 나의 예상과는 너무 멀어졌다
샤워장도 없고
따뜻한 국수도 없고
후덥지근하게 덥고
마실 물도 뜨뜻한 물만 나왔다
아!!! 상하이!!!
공항 안에서만 그런 것이겠지
다행이다 4시간만 이곳에 있으면 되니까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빈약한 만두한 접시만 먹고는 대기하는 곳에 앉아서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또 다른 12시간의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언어도 다르고
공기도 다르고
인터넷도 되지 않는 이곳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내가 외국인이고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고
음식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로워서 좋은 것도 있지만 불편하고 막막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누구도 내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어딘지 마음은 편안해진다
내가 몸을 풀려고 스트레칭을 시작했고
다리를 쭉 뻗고 손을 뻗고 몸을 늘이는 동작을 시작해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어쩐지 재미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게 되니 더 열심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어본다.
여전히 샤워하고 싶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파리에 도착해서 하면 그만이었다
하루정도 씻지 않았다고 큰일은 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 사는 느낌은 무척 갑갑했다
구글에 무엇이든 물어보고 살다가 그걸 할 수 없게 되자 그곳의 공기처럼 숨이 막혀왔다
정말 많이 구글에 의지해 살아온 인생인가 보다 나란 사람은
유튜브와 구글검색과 그리고 전자책 등등등
그런 것들이 모두 빠져버리니 책과 노트만 남아 있는 나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노트에 몇 자 끄적이는 일뿐이다
코끼리 다리가 되어버린 나의 다리
주무른다고 만져도 느낌도 잘 안 난다
우와 이러다가 빵 터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심하게 혈액순환 장애자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여행이 많은 것을 알게 해주는 군
씻지 못하고 찝찝한 상태에서는 글도 찝찔하게 써지고
머릿속도 어지러워지고
무엇을 해보고 싶은 욕구도 싹 사라지는 것이구나
아! 소고기 버섯국수
먹고 싶다.
충전기도 맞지 않아 핸드폰 충전도 되지 않는다
아! 상하이 빨리 떠나고 싶다 이곳을
어느덧 훌쩍 네 시간이 지나갔고 이제는 파리행 비행기 안에 탈 시간이다
이보다는 좋으리
이렇게 덥지는 않겠고
시원한 물도 맘껏 마실 수 있겠지
너무 좋다 다시 떠날 수 있음에
이제 12시간의 비행이 남았고 비행기는 가람들로 만원이었다.
사람들로 꽉 찬 비행기 안에서 무사히 12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시간이 이토록 더디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을 자려고 노력을 해보았음에도 불편한 좌석 때문인지 아니면 퉁퉁 부은 다리의 감각이 서서히 없어지고 있기에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읽고 있던 책에도 흥미가 없어졌고 더 이상 쓰고 싶은 글도 없었다
잠이 자고 싶었다.
목베개의 위치를 바꾸어보아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니 말이다.
어차피 파리에 도착하면 시차 때문에 잠을 들기가 힘들 테니까 지금 잠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보기로 마음먹는다.
필요한 것들 스낵이나 음료수를 갖다 달라고 부탁해 보고 화장실을 더욱 자주 갔다. 이번 비행기는 세 명씩 앉는 좌석이기에 중간이 끼여 앉은 나는 매번 옆사람에게 나갈 수 있도록 비켜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곤히 잠들어있는 옆사람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지루함을 달랠 길이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사람들은 코를 골고 깊이 잠이 들어있었고 뚫어지게 영화를 보는 이도 많았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다 앞사람의 영화를 화면만 같이 감상하기를 한 시간 정도 했을까 난기류에 의한 기체의 흔들림이 아주 심했다. 이러다가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도망칠 곳이 없으니 숨죽여 위급상황이 닥치질 않기만을 바랬다.
기내식이 두 번 더 나오고 그것들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 나는 더부룩한 배를 만지며 한시라도 빨리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만 바라면서 자꾸만 내 앞에 있는 화면을 통해 파리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며 다시 한번 유럽여행의 일정을 살펴보고 머무를 곳의 주소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진짜 파리에 가는구나!
그토록 원하던 곳이 가보는구나!
어느덧 24시간의 비행을 거의 마쳤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려고 준비하는 시간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진짜 왔나?
어쩐지 밝은 바깥 풍경을 살펴보며 이곳이 책에서만 읽었던 샤를 드골 공항이라는 생각에 다시금 살아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곳 시간은 아침 6시.
아직은 조용한 도시에 살며시 들어가 보려고 한다.
도착해서 기념사진을 찍을까 했지만 장시간의 비행으로 수척해지고 얼굴빛도 어두워진 나는 카메라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아참! 빨리 유심칩을 사서 핸드폰에 끼워야 한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출해야 한다.
2주 동안 30G에 39유로 정도 했으리라 가격이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유심칩을 바꾸자마자 메시지들이 마구 오기 시작한다.
불어로 하하하
아무튼 또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있고 이제는 구글도 사용할 수 있으니 든든한 마음을 가지고 트레인을 타고 파리 시내로 향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방은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그런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맨 나는 영락없는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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