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칸타타 콘서트를 관람하러 향하는 길. 도로에 나무가 종류별로 심어져 알록달록 했다. 드라이브하는 느낌에 들떴으나 한편으론 단풍 물드는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듯 해 서글펐다.
공연장에 다다르자 주차요원 분이 앞 차량에 고개를 깊숙이 숙이는 걸 보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라고 하기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아는 사람일까? 생각하던 찰나 이내 내가 탄 차량에도 깊이 고개를 숙이셨다.
"와. 간지 난다."
품격 있고 성품이 훌륭해 보이는 자태. 한 번씩 숙이는 그의 고갯짓에 우아함이 깃들어있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하지만 난 그대로일 거야. 쉬운 행위지만 쉽지만은 않다.
쾌적하고 넉넉한 공간의 무료 주차장에 주차 후 기분 좋게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 관람시간은 120분이며 총 3막으로 진행됩니다. 인터미션 따로 없으니 화장실은 미리 이용하여 주십시오. 또한, 커튼콜 포함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
1막은 아기 예수의 탄생 뮤지컬이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앞 커다란 홈 안에 숨어 라이브로 연주해 주었고,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볼 때는 사운드가 작고, 자막을 띄워주지 않는 것에 불편함이 컸는데 여기는 양쪽 작은 스크린에 자막을 띄워주며 소리도 무지 컸다. 무교인 나의 입장에서 관람하기에도 괜찮았다.
2막은 1920년도쯤을 배경으로 둔 뉴욕의 출판사 사장 짐의 이야기였다. 크리스마스임에도 일 하기 바빠 자녀들의 놀아달라는 애원을 외면하는 워커홀릭인데 사실 가난했지만 사랑꾼이었던 과거가 있던 것이다. 자녀가 태어나면 열렬히 사랑할 것을 다짐한 그였으나 우선순위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뒤늦게 깨달은 짐은 일이고 뭐고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보내겠다며 중요한 계약상대를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추후 계약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이 100년 전이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적용되는 문제를 꼬집어주어 훈훈하고 보기 좋았다. 내 말이 그 말이다. 있을 때 소중히 여겨야 한다.
1막 종료 후였는지, 2막 종료 후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목사님이 나와서 크리스마스에 대해 설명하셨다. 우리는 모두 죄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셔서 무교인 나에게는 내용이 어려웠다. 그 후, 어린아이들이 뛰어나와 율동을 보여주는데 트리를 연상하게 하는 옷을 입고 엉성하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내 차게 식은 가슴에 인류애를 불어넣어 줬다. 퀄리티 있는 공연은 아니라서 그런지 동네 교회에 온 거 같았다.
3막은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캐롤 무대였는데 아래 홈에 있는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무대에 악기연주자들과 합창단원이 같이 섰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합창단 여성들과 밝고 신명 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율동에도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렇게 3막은 비교적 짧게 끝났다. 공연 시작 전에 커튼콜 포함 촬영 금지라 해서 커튼콜이 있는 줄 알았지만 없었다. 그래, 뭐, 거짓말 한 건 아니니까...
여하튼 다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