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를 쫓아
청룡영화제에서 화사와 멋진 합을 보여준 박정민 배우를 보고 많은 이들이 그랬듯 나 역시 설레었다. 개성 있고 매력 있는 실력파 배우라는 인식 정도 있었는데, 영상에서의 그는 남자로서의 이성적 매력이 아름답게 넘실거렸다. 단번에, 손쉽게(?) 감겨버린 나는 이리저리 킁카킁카 그의 발자취를 쫓다 결국 박정민 배우의 '쓸 만한 인간'에까지 당도했다.
유쾌하고 가볍게 물꼬를 트며 시작하는 산문집. 형식도 자유로우며 내용도 자유분방하다. 화면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느끼기 쉽지 않은 친근함과 인간미가 담겨 있다. 유머러스하게 풀어가지만 재미없는 개그가 많은데, 그 부분에서 유니크함과 평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읽다 보니 학창 시절, 조용한 친구 두 명의 만담콩트 무대가 떠오르는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정말 웃을 곳 한 군데 없는 개그를 치는데, 공기의 흐름이 너무 웃겨서 공연 내내 빵 터졌었다.)
대체로 가벼운 말투로 쭉 진행되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깊은 통찰력들이 튀어나오는데, 그냥 툭툭 나오고 쿨하게 사라진다. 상당히 담백하고 고소하다.
[ '가만히 보면, 모두가 의외로 살아 있다.’
제목도 없는 이 한 문장의 (시라고 하기에도 뭐 한) 시를 보면서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든다.
살고는 있구나. 굉장히 의외지만 다들 살아 있긴 하구나. 죽지 못해 살더라도 살아는 있구나.
꽤나 큰 메리트다. 살아 있다는 것 말이다. ]
[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뭔가. 특별하다? 잘 나간다? 바지통 6반으로 줄이고 머리에 젤 바르는 상남자스타일? 아니,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행복하시라. ]
그의 글에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다. 혼잣말을 하다가 카메라 앵글을 보며 관객에게 말을 걸던 어떤 작품 속 장면처럼, 글의 끄트머리에서는 모두의 행복을 빌어준다. 결국 다 잘될 거라며.
덕분에 위안 잘 얻었다. 적어도 하루는 더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힘이나마 얻어갈 수 있었다. 그 하루가 쌓이다 보면 그의 말처럼 결국 다 잘 될 거라고 믿으련다. 희망과 소망의 힘을 믿어보자. 아자아자!
끝으로,
읽다 보니 박정민 배우가 너무 친근해져서 "책 재밌게 잘 읽었어요 오빠~!" 라며 전화할 뻔했다. 당연히 모르는 사이라 전화번호 같은 거 없다. (박정민식 농담 따라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