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소란스러운 골목

by 이땡은

이집트 룩소르에서 1박에 8천 원 조금 안 되는 호스텔에 머문 적이 있다. 그 숙소에 들어가는 길은 꽤 어두컴컴했고 초행자의 입장에서는 음산하게까지 느껴졌다.


출산율이 많이 낮아져서 어린 나이의 친구들이 큰 폭으로 줄어든 한국과 달리 이집트에는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숙소로 들어가던 그 골목에 특히 많았다. 바글바글... 거의 밤 10시가 될 때까지 그 골목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다 뛰쳐나와 놀이터도 뭣도 없는 그 깜깜한 길목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호스텔에 머무는 손님으로서 그 소란스러움이 유쾌히 다가오진 않았다. 나는 쉬고 싶은데.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자기들끼리 신나서 엄청 큰 데시벨로 내 귀를 찔러대니까.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그다음 날엔 아이들이 크게 오래 떠들지 않았다. 전 날에는 몇 시간을 그렇게 떠들더라니. 아랍어의 ㅇ자도 모르고 이집트의 문화도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서는 도통 영문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사라진 골목을 지나려니 그 조명 없는 골목이 더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사실 그다지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인상이 깊어 그날의 골목 분위기가 한 번씩 떠오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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