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보이지 않는 시간
코비드 초기,
병원의 문은 닫혔다.
외부인의 출입은 제한되었고,
영업은 멈췄다.
환자 수는 줄었고,
진단 검사 건수는 급감했다.
매출 그래프는
낙하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통로가 하나 있었다.
장비 서비스였다.
진단 장비는 멈출 수 없었다.
환자의 검사는 계속되어야 했다.
서비스 팀은
제한적으로 병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그 통로를
단순한 유지보수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신뢰의 마지막 연결선이라고 보았다.
현장에서 장비를 점검하며
고객의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검사 건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예산이 묶여 있습니다.”
그 말 속에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담겨 있었다.
그는
물건을 팔지 않았다.
대신
관계를 남겼다.
직접 방문이 어려운 고객과는
전화와 화상으로 연결했다.
감염병 시대에 필요한 솔루션을
데이터로 설명했다.
무리한 제안은 하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매출이 아니라
신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팀에게 말했다.
지금은 매출을 쫓는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증명하는 시간이다.
매출은 결과다.
관계는 원인이다.
원인을 지키면
결과는 따라온다.
코비드의 한복판에서
그는 부임 후 첫 1년을 마감했다.
업계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본사 전체도
소폭 마이너스였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작지만
플러스 성장.
글로벌 성적표를 나란히 놓았을 때
한국은 상위 그룹에 속했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이 지사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호였다.
다음 해,
병원은 서서히 문을 열었다.
멈췄던 검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이끄는 팀은
20퍼센트를 훌쩍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회복이 아니었다.
확장이었다.
같은 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시장을 탓했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시간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묘수는 없었다.
사람을 지켰고,
약속을 지켰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어떤 시기에는
정교한 전략보다
일관성이 더 강력하다.
일관성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가 기회를 만들고,
기회가 결과를 만든다.
그가 얻은 가장 큰 성과는
20퍼센트 성장률이 아니었다.
“이번 사장은 다르다.”
그 말이
결국 이런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장은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