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끈을 놓지 않았다, 범모삼천지교 3

3부. 끝내 놓지 않았던 것

by Coo Lee

1년 뒤,

아들이 돌아왔다.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말수는 줄었고, 표정은 훨씬 차분해졌다.


어딘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미국 미대에 가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그 말은

엄마에게 기적 같은 말이었다.


미래에 대해 생각조차 없던 아들이

드디어 자신의 꿈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마는 너무나도 기뻤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준비할 시간도, 돈도

충분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

SAT,

에세이,

지원서,

즉흥과제.


무엇 하나

여유로운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미술학원을 찾아야 했다.


대부분 압구정에 있었고,

용인에서는 거리가 멀었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원장님과 상의한 끝에

지도 시간을 줄이고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어렵게 길을 찾았다.


아들도

집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웬만한 거리는 모두 걸어 다녀야 했다.


배고플 때는

편의점 빵 한두 개로

끼니를 대신해야 했다.


부족한 물감과 재료는

학원에서 남는 것들을 모으거나

친구들에게 부탁해 채워야 했다.


SAT와 에세이 준비 역시

정규 학원을 다닐 수 없었기에,

모의시험 학습반 같은 프로그램에

두세 달 다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시간은

버티는 시간에 가까웠다.


다행히

아들은 개성이 강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었고,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원장님은

시간이 많이 드는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지도하기보다는

적은 시간이지만 더 중요한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했다.


그 방향에 맞춰

도전적인 입시 전략을 세웠다.


성공 확률은 낮지만,

조기결정전형(Early Decision)으로

가장 어려운 학교에 먼저 지원해 보기로 했다.


결과를 보고

차상위 학교에

정시전형으로 다시 준비하는 계획이었다.


1년여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 날,

이른 새벽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조심스럽지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합격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엄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은

한국에서도 한두 명 정도만 합격할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미대에 붙었다.


그 순간,

그들 가족에게

그 합격은 성공이 아니었다.


구원에

가까웠다.


이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엄마가 놓지 않았던 끈.


불안,

시행착오,

수없이 흔들리던 선택들.


아무도 확신해 주지 않았던 시간들이

처음으로 답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 모든 시간이

마침내 한 줄기 빛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빛은 합격증이 아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이 열린다는

아주 작지만 단단한 믿음.


그 믿음 하나로

버텨온 시간들이 있었고,


그 믿음은

끝내 끊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 단단한 끈처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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