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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이 Jan 20. 2024

DCEU의 늘그막에서

DCEU에 대한 회고 - 주관적인 영화 리뷰

※ 본 리뷰는 '맨 오브 스틸'(2013), '아쿠아맨과 로스트킹덤'(2023)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왓챠피디아


DCEU를 기억하지 말아 주세요

10년 전 멋진 미래를 꿈꾸게 만들었던 영화가 있었다.

 DCEU(DC Extended Universe)의 마지막 영화('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희열은 없었습니다. 재밌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냥 웃기에는 필자는 지난 10년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무래도 DC 코믹스는 DCEU를 흑역사로 보는 듯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회상 한번 해주지 않았습니다.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DCEU가 시작된 지 어언 10년이 지났습니다.

시작은 하늘 너머 우주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지구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단합하지 못하던 심해인들이 인간 사회와 화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DCEU의 역사가 종결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DC에 대한 애정을 담아 추억을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




DCEU의 현재를 만든 시작

DCEU의 이미지를 크게 망쳤다

 DCEU가 작금의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 데는 '맨 오브 스틸'(2013) 이후 연달아 나온 3편의 영향이 컸습니다. 유니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나고 후속작을 내놓는 와중에 DCEU는 마블을 따라잡기 바빠 자기들만의 색채를 찾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중간에 '원더우먼'(2017)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유니버스 전체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아무튼 관객들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은 유니버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흥행을 이어나갔습니다.


위 상단의 3편은 개봉 당시 필자가 친구들을 설득해 최대한 좋은 관을 예매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경우 예매율이 80%가 넘으면서 필자뿐만이 아니라 대중들의 기대 또한 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가 배신당함과 동시에 필자는 친구들에게 '시간 낭비'라는 죄목으로 원망의 구타를 당했습니다.




개성을 잡아가다

최고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개성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앞선 3편이 DCEU에 큰 타격을 주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후 DCEU가 각 히어로의 개성을 살려 DC만의 색깔을 만드려고 했다는 부분입니다. 호불호가 갈리고 유치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서사와 캐릭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시기는 히어로 코믹스에 익숙한 북미 쪽 호응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히어로 코믹스의 분위기보다는 서사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하는 한국은 아쿠아맨을 제외하면 큰 방향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다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이 때는 DCEU가 그나마 흥행이라도 보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마블 유니버스도 한창 질 좋은 히어로 영화들을 쏟아내고 있던 시기였던 만큼 그에 따라 히어로 장르의 유행을 잘 탈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역사를 다시 쓰다

지난 시리즈를 신경 쓰지 않는 작품이 있다는 게 DCEU의 특징 중 하나다.

 보통 유니버스 영화를 만들 때 제작진들은 비판받는 작품이 나오더라도 일관적인 시열대의 작품으로 대합니다. 이를 정사(한 창작물 세계관에서 실질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공인된 작품들 및 설정)라고 합니다.

확장판, 감독판과 같이 기존 작품을 수정한 작품은 나오지 않으며 동일 캐릭터가 독립된 세계관의 작품으로 나오는 경우도 없다시피 합니다. 이는 정보의 파편화로 관객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유니버스 시리즈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DCEU는 퀄리티만 좋으면 이런 문제는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기존에도 슈퍼맨 대 배트맨의 경우, 감독판이 출시되긴 했지만 정식 개봉작은 아니었기에 대중들에게 의미 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리그 역시 정식 개봉작은 아니었지만 제작진 측에서 자진해서 전작을 무시하는 작품을 만드는데 꽤나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인상 깊습니다.


DC의 수뇌부들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 유니버스의 존폐 여부보다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걸까요? 물론 돈 버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 수뇌부들이 그랬을 리 없습니다. 아무래도 계속되는 DCEU의 불안한 흥행성적에 수뇌부는 DC 코믹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DCEU와는 별개로 DC 코믹스 원작 작품들이 나왔고, 당시 DC의 작품들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향상되었습니다. 개중에 '조커'(2019), '더 배트맨'(2022)은 각각 현실적이면서, 예술영화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정의감 없는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독특한 기조를 만든 것도 대단합니다. 특히 '조커'(2019)의 경우 엄마 생신에 맞춰 감상한 적이 있는데 무척 좋아하셨던 추억이 있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계속되는 호불호와 흥행실패

'블루 비틀'은 아예 개봉도 못했고 VOD 시장에 풀어버렸다.

 제작진들의 노력과 전반적인 퀄리티 향상에도 불구하고 부진이 계속되자 결국 DCEU는 유니버스 시리즈의 종료와 새로이 리부트 된 DCU(DC Universe) 세계관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여파로 관객들 마음에 DCEU는 어차피 끝난 유니버스 시리즈라는 심리가 자리 잡았습니다.

종료 발표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이 흥행 실패를 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더 나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들 희망조차 없는 절망의 시리즈. DCEU는 말 그대로 희망이 없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필자도 모든 걸 포기하고 보는 심정이었습니다. 그저 팬심을 담아 마지막까지 응원해 주는 아련한 행위를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쿠아맨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친구들을 억지로 끌고 가 보기는 했지만 미래가 없다는 사실보다 필자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이 마음에 남아있었습니다.




DCEU를 기억해 주세요

어린 시절에 본 슈퍼맨, 배트맨을 기억하는 것처럼 DCEU도 추억하고 싶다.

 사실 원래라면 저번주에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2023)을 리뷰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남은 무거움 때문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완성된 글을 폐기하고 그간 DCEU의 여정을 회고하는 지금의 글을 써봤습니다.

대체 필자의 마음속 무거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또 이런 추억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요?

필자는 DC코믹스의 열렬한 팬입니다. 자랑스러워할 만한 완성도는 아니었지만 DC의 역사를 지워내려는 듯한 제작사와 관객들의 시선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무도 DCEU를 기억하는 걸 원치 않는 것, 그것이 필자의 마음속 무거움이었습니다.


DC 코믹스는 DCU를 통해 유니버스 시리즈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귀환한 이 새로운 시작은 축복받아 마땅하지만 지난 시리즈를 지나치게 푸대접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DCEU의 마지막 작품이 개봉했지만 지난 작품을 존중하는 회상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존중은 시리즈에서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DCEU를 기억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저 이전 배우들을 젊은 배우로 갈아치우고, 새로 써 내려갈 유니버스의 역사에 흥분할 뿐입니다.

최고의 유니버스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노고를 생각하면 이런 처량한 처분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부디 새로이 나올 DCU에서는 지난 시리즈에 대한 존중이 표현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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