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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Dec 02. 2022

미국 뚜레쥬르 인턴쉽 3 _ 숙소제공 편

다음부턴 숙소 제공이라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집을 가더라도 차로 10분 거리이기 때문에 차를 구해야 하는 건 똑같았다.

차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는데 그건 숙소 얘기가 끝난 다음에 적도록 하겠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나는 바로 그 집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차를 구해야 나가서 살 수 있지 않겠냐며 차를 구하고 집을 나가란다.

그거 듣고 속으로

'엥... 그럼 당장 내보낼게 아니었다는 건데, 어차피 차를 구하고 내보낼 거였으면

첫 번째 집을 가도 됐던 거 아닌가..?'

싶었지만 사장님이 두 번째 집주인분께 들어간다고 말을 해놨을 테고

이미 결정한 사항이니 말을 아꼈다.


어찌어찌 힘겹게 중고차 하나를 구했다.

미국 내에서 운전면허증도 따고 보험도 신청하고 번호판도 받아서

이제 정말 완벽히 사장님 댁을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운전면허 시험을 치기 며칠 전,


아직 사장님과 출퇴근을 같이하며 장도 보고, 은행 업무도 따라다니던 중,

이동하는 길에 사장님이 두 번째 집주인분께 전화를 드렸다.

이제 곧 들어간다고 말씀을 드리려고 전화하는 거겠지?

스피커 폰으로 받으셔서 나도 내용을 같이 듣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집주인 분이

"아니 집 보고 간 다음에 연락이 없어서 나는 다른 집 구해서 들어갔나 했지~

왜 이제야 연락을 줘~아니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젊은 여자애가 들어오면

남편도 나도 좀 불편할 거 같더라고~ 아니 근데 뭐.. 아직 들어갈 집이 없는 거면

일단 면허 따고 나서 그때 다시 연락을 줘봐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아니... 사장님..

두 번째 집 선택하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차 구해지는 대로 들어갈 테니 양해 좀 해줘라, 날짜가 정해지면 바로 말씀드리겠다

라고 집주인 분께 당연히 말을 해놨을 줄 알았죠 저는...?!


그렇게 집 보고 나서 연락 한 통 안 주셨으면 어쩌란 말인가요

저는 그 집에 들어갈 줄 알고 있었는데..


그 통화를 듣고 나서 나도 좀 꺼림칙한 거다.

아무래도 거긴 처음부터 내가 가고 싶어서 선택한 게 아니었고,

집 주인 분들도 젊은 여자인 내가 불편하다고 하시니..


그래서 사장님께


"사장님 그럼 두 번째 집에 들어가기로 돼있던 것도 아니고, 집주인 분도 저 좀 불편해하시는 거 같은데

첫 번째 집에 방 아직 안 나갔으면 연락 다시 해봐 주시면 안 될까요?"

.

"아니 거긴 거리가 너무 멀지 않겠어?"

.

"저 드라이브하는 거 좋아해서 괜찮아요."

.

"그래 네가 편한 곳에 살아야지 연락 다시 해볼게~"








면허시험에 최종적으로 합격해 실물 카드를 받았고,

사장님께 저번에 말씀드린 첫 번째 집에서는 연락이 왔냐고 물었더니

아직 연락이 없으시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방들도 알아본 게 있는데

오늘 마치고 방 하나 뷰잉을 보러 가자고 하셔서 알겠다고 했다.

어쨌든 한 달이 넘은 시점에, 첫 번째 방이 이미 나갔을 가능성도 많으니까.


그렇게 세 번째 방을 보러 갔다.

차로 20~2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고, 첫 번째 집과 거리가 꽤 가까운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리, 기름값, 새벽에 운전하는 걸 걱정하시던사장님이 첫 번째 집과 별반 다를게 없는 거리에 위치해 있는 집을 데려가길래.

2층짜리 큰 주택이었고,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방이 6개가 있어서

각 방에 사람들을 들이시는 모양이었다.

방 크기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았는데 침대 길이가 짧았다는 게 단점..

화장실도 좀 노후된 게 보였고, 냉장고도 그냥 작은 한 칸을 주신다고 한다.

요리를 해 먹는 나로서는 냉장고 작은 한 칸은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바로 결정하기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 집이라

그냥 더 고민해보고 말씀드리겠다 하고 나오려는데

집주인 할머니께서

"요즘 방 구하는 사람이 많아서 연락이 하루에도 몇 통씩 와~

오늘 저녁에 바로 보러 온다고 해서, 내가 일단은 보여주려고 다른 사람한테는 말을 안 한 거야.

오늘 바로 말 안 하면 나갈 수도 있어. 방도 좋은데 그냥 해~"


라고 말씀하시며 지금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신다.

나도 사장님 댁에서 빨리 나오고 싶기도 했고, 두 달이 다 돼가는 시점에 이사도 빨리 해야

다른 것도 좀 하고 적응도 할 텐데.. 싶은 마음에 초조함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1년을 살 집인데 당장 결정하기는 그래서

사장님께 "그 첫 번째 집에서는 연락이 안 온 거예요? 지금 당장 결정하기에는 좀 그런데.."


"그 집은.. 아유 거기는 사정이 좀 복잡해~

여기 할머니도 좋으시고 집도 좋은데 여기 어때?"

이러시면서 안 되는 거 같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아 그 방 이미 나간 건가?'


또 나에겐 선택권이 없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아.. 네.. 그럼 여기 할게요.."

라고 말씀드렸고


집주인 할머니께서 그럼 예약금 100불을 먼저 달라고 하셔서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예약금을 드렸다.

그러고 집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타, 사장님께


"첫 번째 집은 무슨 사정이 복잡한 거예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아니 거기는 연락이 오늘 오후에 왔는데 당장 내일까지 들어올 건지 말 건지 답을 달라는 거야~

계속 연락 없다가 오늘 연락 와서는 당장 내일까지 결정하라니 #$%&%^*%$@$~~"


....

.... 네..?

아니 그럼 그 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리고 당장 내일까지 말해달라는 게 그렇게 화낼 일이신가요?

연락 왔으면 바로 저한테 이렇게 연락이 왔다고 말해주시면

들어갈지 말지 내일까지 결정하는 건 제 몫인데 왜 사장님이 화를 내시는 거죠?

그리고 아까 예약금 드리기 전에 제가 물어봤을 땐 사정이 복잡하다고 안된다는 식으로 하셔서

방이 나갔나 보구나하고 어쩔 수 없이 여기를 한다고 한 건데...


"네..? 아니 아까 안에서는 왜 그렇게 말 안 하셨어요? 결론적으로 된다는 거잖아요.

첫 번째 집주인분 연락처가 저한테 없으니까 저는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고,

아까 안에서는 당장 이 집에 살 건지 말 건지 바로 결정해야 된다는 식으로 두 분 다 저를 쳐다보셔서,

그래서 한다고 한 거예요. 다른 선택권이 없는 것 같아서."


"아 그랬니? 나는 너 표정도 좋고 이 집 마음에 들어 하는 줄 알았지~"

이러는 거다....

아니 나는 그 집에 들어가서 웃은 적도 없고 리액션을 한 적도 없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심지어 결정해야 된다고 했을 때 난처한 표정으로 있었는데..?

그게 표정이 좋고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 같았다고요..?


말 그대로 어이가 없었다.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있으니 사장이


"그럼 첫 번째 집으로 가~ 나는 네가 편한 게 더 우선이야~"

.

"... 네..? 저는 처음부터 첫 번째 집이 좋다고 했어요.

그리고 지금 예약금도 100불이나 다 주고 나왔는데 무슨.."

.

"그 100불 없어도 괜찮아! 네가 편해야지~예약금 100불 내가 뭐 그거 하나 때문에

그럴까 봐? 그럼 첫 번째 집주인 분한테 다시 연락할까?"

.

이때 내가 진짜 당당하게

"네 지금 당장 연락해서 들어간다고 해주고, 방금 보고 온 집주인 분께는 안 들어간다고 말씀해주세요."

라고 했어야 했는데....


이미 적지 않은 100불이라는 돈이 예약금으로 사장님 지갑에서 나간 거고..

또 이미 들어가겠다고 한 상황에, 사장하고 말만 더 길어질 거 같아서


"... 아니에요 이미 예약금 주고 다 했는데요 뭐.."

라고 했더니


갑자기

"사실 거기는 거리도 멀고 방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방 값이 700불이라는 거야~ 700불 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으면 가라고 했을 텐데

그런 것 같지도 않고~ 기름 값도 많이 나올 거고~"

.

"아.. 지금 방은 얼만데요?"

.

"거긴 550불~ 우리가 전에 왔었던 인턴도 그렇고 600불이 딱 적당해~

예전에는 500~600불이면 좋은 방 다 구했었어~"


또 어이가 없다.

기름값은 내가 내는 거지 그걸 본인이 왜 걱정하며, 누가 보면 기름값 영수증 뽑아서 비용처리 해주는 줄 알겠다.

그리고 방금 갔던 집도 첫 번째 집이랑 비슷하게 20~23분 정도 걸리는데

말이 앞 뒤가 안 맞잖아요?

그리고 예전에 인턴은 3년 전쯤 하고 간 걸로 알고 있는데, 3년 사이에 코로나도 터졌고, 방 값도 당연히 오르죠..


결국엔 거리가 멀고~ 눈이 오면 어쩌고~ 는 다 위해주는 척하는 위선적인 말 들이었고

그냥 돈이 더 비싸서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두 번째 방도 550불 이었고, 그중에서 내가 비싼 방을 고르니

거리가 어쩌고 눈이 오면 어쩌고를 시전 했던 거다.

그게 정말로 걱정이 됐던 사람이라면 마지막 세 번째 집도 좀 그렇지 않냐며

반대 아닌 반대를 해야 앞 뒤가 맞아떨어지지 않나.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나는

"아니.. 그럼 처음부터 저한테 이 방은 얼마고, 저 방은 얼마고,

사장님이 최대 지원해 주실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알려주셨으면 좋았잖아요.

그럼 저도 '아 그게 지원금액이구나' 하고 제가 정말로 가고 싶은 집이 있으면

100불 차이 나는 건 제가 따로 더 낸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 않나요?

지원공고에 '숙소 제공'이라고 되어있어서 저는 사실상 그냥 와서 집 하나만 딱 보여주고

‘여기서 살아야 해’ 라고 했으면 '아 지원해주는 숙소가 여기구나.‘

하고 집 상태가 어떻든 '아 지원해주는 집 상태가 별로 안 좋네' 하고 끝냈을 거예요.

근데 오자마자 숙소도 안 구해져 있고, 또 선택권은 저한테 있는 거처럼 편하게 살고 싶은 곳

고르라고 하시더니, 비싼 집 고르니까 거리가 멀고~ 기름 값도 많이 올랐는데 기름 값도 많이 나올 거고~

겨울에 눈 많이 오는데 새벽에 출근하는데 어떡할 거냐 등등 이렇게 저 위하는 척 말씀하셨으면서,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주시고 결국엔 돈 때문이었던 거네요?"


라고 말하니 갑자기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네가 100불 더 내고 그 집 들어갈래?"

이러는 거다.


아니 보통 저렇게 말하면 본인 입장을 말하거나

'아 그렇게 생각을 했니'라고 나와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 자리에서 첫 번째 집 하겠다고 했으면 본인 지갑에서 달마다 700불이 나가야 했던걸


내가 이미 예약금도 다 냈으니 괜찮다, 근데 진작에 돈이 문제였으면 100불은 내가 내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라는 식으로 얘기가 나오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100불 네가 낼래??"라고 말하니


진짜 정 뚝 떨...


그리고 내가 첫 번째 집은 어떻게 됐냐라고 물었을 때

“거기도 연락이 와서 내일까지 들어올지 말지 결정해달래"

라고 솔직하게 말 하면 내가 당연히 첫 번째 집으로 결정할 걸 아니까

그게 싫어서 "거기는 사정이 좀 복잡해~"라고 거짓말하고,

내가 차 안에서 다시 물어보니까 당장 내일까지 연락 달라는 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 전혀 아님에도

혼자 열불을 토해내시던 게, 그 100불 더 아끼려고 그랬던 거면서,

본인은 예약금 100불 낸 거 없어져도 되니까 네가 편한 집으로 선택하라며 한 것 과,

또 내가 예약금 이미 냈으니 그 집에서 산다고 하니 그제야

사실은 돈이 문제였다 라는 식으로 말하니...

이 말인 즉 네가 편한 집과 어쩌고 저쩌고 늘어놓은 건 결국 본인 좋은 사람인 척, 우리 부부는 너를 위하는 사람인 척 꾸미기 바빴던 것 아닌가?

그 행동 하나하나가 정이 떨어진다는 거다.

결과야 그렇다 쳐도 그 과정들이 너무나 스트레스였고, 위선적으로 행동한 게 너무나 눈에 보인다는 거다.



나 위하는 척이란 척은 다하고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주고

이게 숙소 제공 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론 숙소 제공이 아니라 숙소'비'지원이라고 적어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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