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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Dec 07. 2022

미국 뚜레쥬르 인턴쉽 4_미국은 월급을 종이로 받아요

월급 받기 힘들다.

미국에 와서 문화적으로나,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른 게 많아서 신기하고 놀랐던 것들이 많지만

그중에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월급을 종이로 받는다는 것!


'체크'라고 불리는, 은행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수표 같은 종이가 있다.

거기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이름, 금액, 싸인, 날짜 등등을 기입한 후

상대에게 주면 상대방은 그걸 들고 은행을 가서 처리를 하거나,

은행 어플에 체크 앞 뒷면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통장에 입금이 되는 거다.


처음 받아보는 개념의 월급이라 신기하고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다.

은행 가서 처리하는 방법은 당연히 은행 업무시간 안에 찾아가야 하고

또, 돈이 바로 들어오진 않는다. 현금이 아니라 돈을 준다는 서류 개념이고,

그걸 상대 통장에서 빼와야 하는 등 전산작업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

어플로 사진을 찍어 신청을 해도 바로 안 들어오는 건 똑같다.

내가 사용한 은행 기준 최소 반나절에서 하루는 걸렸던 것 같다.

심지어 주말이 껴있으면 월요일이 되어서야 입금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플로 신청을 하면 체크 뒤편에 서명을 하고 대충 '나는 이 돈을 디파짓 할 것이다'

와 같은 글을 수기로 적어야 한다. 이거 잘못 적으면 디파짓 안 될까 봐 오타 하나 내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적었던 기억이 있다.

잘 못 적거나 글자를 빼먹거나 하면 디파짓이 안 되는 건가? 잘 모르겠다.

근데 사진 찍는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난 분명 제대로 찍어서 올렸는데 '사진을 다시 찍어서 올려주세요.', '어두우니 빛이 있는 곳에서 찍어주세요.'

등 까다롭게 군다는 것.

그리고 한 번은 몇 번을 시도했는데도 안되길래 은행사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간혹 어플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은행에 직접 찾아가 디파짓을 한 적도 있다.

아니 내 월급 내가 받겠다는데 너무 힘든 거 아닌가요ㅜㅜ








다사다난하게, 또 엄청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집 구하기가 마무리된 시점.

이제 숙소비를 어떻게 주느냐 이건데.

나는 당연히 사장님이 직접 집주인에게 주거나,

아니면 나를 통해서 체크를 전달해주거나,

아니면 내 월급에 포함해서 줘서 내가 집주인한테 주거나.

이 3가지 방법이 있다.


근데 이건 또 무슨 신박한 방법인가.

월급은 2주에 한 번씩, 두 번을 받는다. 주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때 숙소비도 2번에 나눠서 내 월급에 포함해서 준다고 하는데,

숙소비는 550불인데 내 월급에는 350불씩, 700불이 들어갈 거라고 한다.


체크에 숙소비 350불씩 적혀서 사장이 나한테 줄 건데,

그걸 받아서 350불을 다시 체크로 써서 사장 본인한테 주란다.

그러면 본인이 숙소비 550불을 현금으로 줄 테니 그 현금을 집주인에게 전달해주라고 한다.


아니 이게 무슨 이상하고 귀찮고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방법인가?

집주인은 체크를 안 받는다고 한다. 즉 현금으로만 받는다는 건데

사장이 나보고 "그 집주인은 체크를 안 받고 현금만 받는다고 하니까,

네가 은행 가서 달마다 현금 뽑아서 주기엔 불편함이 있지 않겠니?

네가 다시 나한테 체크를 써서 주면, 나는 은행 자주 가니까 내가 뽑아서 줄게~"

이러는 거다.


또 나를 위하는 척 저렇게 말을 시작한다.


사장 본인도 내 숙소랑 은행이 차로 7분 거리밖에 안 걸리는거 알고 있고,

나도 뭐 한 달에 한 번만 가면 되는 거고, 한인마트도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갈 테니

안 귀찮고, 괜찮다고 했는데도..! 저렇게 말한다.


오히려 받은 돈을 다시 체크를 써서 사장한테 주고 캐쉬를 다시 사장한테 받아서

그걸 집주인한테 전달하는 게 더 귀찮은데 무슨 말이지..

나는 싫다고 했다. 그런데도 계속 저 방법으로 해달라고 하길래


"아니 근데.. 왜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해야하는 거예요?

돈이 한 번만 오가면 되는데 왜 왔다 갔다 거려야 되는 건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그리고 진작에 월세는 550불이고 그럼 제 통장에 550불만 넣어주시면 되지 왜 700불을 넣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미국에서 누구랑 체크 주고받을 일도 없고

더치페이할 일 있으면 송금하거나 캐쉬로 바로 주면 돼서 체크 필요 없어요.

은행에 돈 주고 체크를 사야 되는 건데, 저는 쓸 일도 없는데 굳이 이 돈이 불필요하게 왔다 갔다 거리는 것

때문에 사야 된다니, 왜 그래야 할까요? 어차피 사장님이 제 월세 주는거 아니세요?

그럼 딱 550불만 넣어주세요. 제가 은행 가서 캐쉬 뽑아서 집주인한테 주면 되니까."


라고 말했더니

"아유.. 아니... 그럼 내가 체크를 사줄까? 내가 사줄게! 서로 돕고 사는 거야~ 그렇게 해주면 안되니?"

이러는 거다.

이 말을 듣고 느낀 것.

아 숙소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어디서 지원받으시나 보다!

나한테 해외정착지원금이 나오듯이, 사장도 어쨌든 한국에 있던 나를 미국으로 고용한 입장이니

어디서 지원받는 돈이 있겠구나 했다.


처음에 내가 첫 번째 집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그 방의 가격을 몰랐지만

사장은 그 방이 700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내가 다시 연락해달라고 했을 때

회계사와 얘기 중, 내 월급에 700불이 들어가는 걸로 얘기가 됐던 것 같다.

근데 어쨌든 나는 550불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본인 통장에서 나오는 거였으면 회계사에게 다시 말해 550불만 넣어라. 라고 할 수 있는 건데

이미 내 숙소비가 700불로 책정이 되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저 귀찮은 과정들을 할 필요도, 사장이 나한테 서로 돕고 사는 거다 등의 말을 하며

부탁하면서 체크까지 사준다고 할 일이 없지 않나?

본인이 체크까지 사주면서 나에게 오는 차액 150불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서겠지.


지금 읽고 계신 분들은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내가 왜 이렇게 까지 말하는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전에 썼던 글들과 앞으로 써 내려갈 글도 읽으시면

백 번 천 번 이해할 거다.



너무 심각하게 귀찮은 행위이지만 그렇게 부탁을 하니 알겠다고 했다.

나 보다 4개월 정도 늦게 한국에서 들어온 인턴도 있는데 그 인턴도 550불짜리 방에 들어갔고,

월급에는 600불이 들어와서 나랑 같은 방식으로 사장한테 체크를 다시 써서 준다고 한다.

50불도 받아내겠다는 그 의지!!!

근데 새 인턴은 나처럼 안 따지고, 싫다고 하지도 않았고,

사장이 계좌 만들 때부터 '미국은 체크를 많이 사용하니 꼭 있어야 하니까, 지금 미리 체크 주문을 하라.'

고 해서 인턴이 직접 돈 내고 체크를 샀다고 한다.

앞서 나한테 체크를 직접 돈 들여 사준 게 학습이 됐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새 인턴에게

그냥 미국에서는 꼭 필요한 거라며 사게 하는, 체크 값 27불도 아끼겠다는 그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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