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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Dec 13. 2022

미국 뚜레쥬르 인턴쉽 5_ 중고차 구하기

중고차 가격이 새 차 가격

_시간은 다시 미국에 도착하기 전, 사장과 면접 볼 때


"미국은 차가 있어야 해요~"

.

라고 말하는 사장.


나는 미국에서 차를 살 생각이 없었다.

일단 미국에 한 번도 가보질 않았으니 인도의 비율이 얼마나 적은지도 몰랐고,

숙소 제공이면 당연히 매장과 가까운 곳에서 지낼 줄 알았고, 조금 멀다면

자전거를 타고 다닐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또 비자 신청비 500만 원 구하는 것도 힘들어 엘지 공장에서 알바를 뛰고 있었는데

내 주제에 중고차...?


"엇... 저는 차 살 생각 없는데요.."

.

"미국은 꼭 차 있어야 해요~ 출퇴근할 때도 타고 다녀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그래서~"

.

"출퇴근이요? 가까운데 숙소 있는 거 아닌가요?"

.

"숙소 구해봐야 해~ 멀리 구해질 수도 있고.. 지금 중고차 5~6천 불이면 살 수 있는데

혹시 그 돈도 없으면 내가 처음에 다 내주고 12개월 할부로 월급에서 까는 방법도 있어요~

어차피 미국 처음 오면 크레딧도 없어서 크레딧 있는 사람이 결제해줘야 하니까 같이 알아보러 가고 해요~."

.

미국은 가야 하고, 차는 있어야 된다 그러고,

정말 필요한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도 될런지 가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이었다.

또 일단 사장이 내준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고 남은 비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과 같이 출퇴근하던 때


점심 쯔음에 시간이 나신 사장님이 근처에 'CARMAX'라는 곳에 나를 데리고 갔다.

중고차가 정말 많이 있었고, 매장에 들어가 직원에게

중고차를 알아보려고 하는데 5~6천 불 선에서 구하고 있다라고 했더니

"5~6천 불로 차 못 구해. 지금 있는 차들 중에~... 제일 싼 게... 1,1000불이야."

라는 거다.


1,1000불... 이 돈이면 한국에서 모닝 새 차로 거뜬히 뽑을 수 있겠다.

그게 최소라는 거고 평균적으로 지금 중고차 가격이 2만 불 이상은 넘는다는 거다.

아니.. 이럴 순 없어..라는 생각에 그냥 차 좀 보겠다며 중고차들이 주차돼있는 주차장 쪽으로 나와

각 차 앞유리에 붙여진 가격들을 보는데 진짜 다 2로 시작하고 앉아있다.

그나마 잘 찾으면 1로 시작하는 걸 찾을 수 있었는데 당연히 상태는...

내 기준 '이 차는 좀.. 낡아 보이는데?' 싶은 게 1,5000불이었다.


나는 차를 볼 줄 몰라서, 봐도 가격이나 몇 년도 차인지 그 정도만 볼 줄 알 뿐이다.

쭉 둘러봐 봤자 평균 예산보다 훨씬 벗어난 가격들이었다.


"아.. 제가 중고차를 사본 적이 없어서 볼 줄을 모르겠네요.."

이렇게 말했더니 사장이 옆에서 뭔가 얄미운 목소리로

"여태까지 새 차만 타봤나 봐?"

이러는 거다.


...?


아니 어떻게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내가 아주 거만한 표정과 말투로 "아 저는 중고차는 처음이라~"

이런 것도 아니고, 난처한 표정으로 작게 중고차를 사본 일이 없으니 뭐가 좋은 거고

뭘 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말한 건데 그걸 그렇게 받아들인다고?


25살짜리 여자애가 중고차를 보러 갈 일이 당연히 거의 없잖아요 상식적으로?

있다고 해도 부모님이나 남자를 데리고 가지.

차 관련된 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새 차만 타본 사람이면 돈이 있다는 건데 그럼 제가 중고차 하나 그냥

사버렸지 여기서 가격 보면서 있겠냐구요.


그리고 5~6천 불 처음에 본인이 빌려주겠다던 사장은

갑자기 중고차 가격을 보더니 말이 한 마디도 없다.

나도 솔직히 속은 기분이었다.

너무 당당하고 잘 알고 있다는 말투로 "중고차 5~6천 불이면 사~ 없으면 내가 빌려줄게~"

라고 말하는 현지인의 말만 믿고 온 건데..!


일단 그 중고차 매장에서 내가 살 수 있는 차는 없었고, 다시 뚜레쥬르 매장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사장님이 혼다 쪽에 일하시는 지인분께 연락을 하셨다.

스피커 폰으로 받으셔서 나도 옆에서 들었는데

그 지인분이 하시는 말.

요즘 5~6천 불로 차를 어떻게 사냐. 코로나 때문에 가격이 엄청 올랐고,

리스(렌탈)도 거의 없는데 있어도 기본 2년부터라는 말.

그 말을 듣고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사장의 말만 굳게 믿고 미국으로 왔기 때문이다.

중고차를 내 돈 주고 2천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미국 비자 준비 자체를 안 했거나,

했어도 공장에서 돈 더 벌고 몇 개월, 혹은 1년 뒤에 다시 준비했을 거다.

아니면 정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다른 지역의 뚜레쥬르로 가거나.



일단 사장도 차를 알아본다고 하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는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이나 미국 중고차 알아보는 사이트를 들어가서

알아봐도, 그 차를 보러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다.

그 차들이 내 눈앞에 촤라락 주차가 돼서 "차 구경하세요~." 이러는 것도 아니고,

저~쪽 동네에서 올린 글, 쩌~쪽 동네에서 올린 글 등등 못해도 차로 3~40분 이상은 가야 하고,

또 발품을 팔려면 연락도 많이 돌리고, 많이 보러 가야 하는데

알다시피 나는 그 차를 보러 갈 차가 없다는 것이다.

사장도 본인 할 일도 있고 바쁘고 매장에 있어야 하고 그런데 어떻게 하루 종일 같이 차 보러 가자고 하겠나.

일단 사장도 본인 바쁘다는 뉘앙스를 엄청 풍겼다.


그렇게 매장 한 켠에 앉아 심각하게 핸드폰으로 이 사이트 저 사이트 들어가며 알아보고 있는데

사장이 하는 말.

"OO이 심심한 거 같은데? 앉아있는 김에 이것 좀 포장해줘라~."

이러는 거다.

...

"저 안 심심한데요..."

.

"아 그래? 내 눈엔 심심해 보였지~"

...

방금 같이 차 보러 가고 나서 가격보고 기분 안 좋은 거 대문짝만 하게 얼굴에 붙인 상태로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하고 있는데 그게 심심해 보였다는 건가?

아니 아까부터 대체 왜 그러세요?!?!


그리고 돈 줄 것도 아니면서 일을 왜 시키는 거야...


최대한 사장과 멀리 떨어져서 매장 구석으로 가 앉았다.





차 구하기는 계속 어려움만 겪고 있었고, 그러다가 사장과 말다툼이 일어났다.


말다툼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사장이 하는 말들이 나를 화나게 했다.


"아니 솔직히... 사장님이 저 한국에 있을 때 면접으로 중고차 5~6천 불이면 살 수 있고,

그것도 없으면 사장님이 빌려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미국을 한 번도 와본 적이 없고,

중고차도 사 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미국에 오래 사신 현지인인 사장님 말을 백 번 믿고 온 거예요.

근데 같이 차 보러 가니까 최소가 만 천불이라 그러고.. 솔직히 저도 많이 속상하죠."

.

"아니 왜 내 탓인 것처럼 얘기해? 나도 중고차 가격이 그렇게 오른 줄 몰랐어~

내가 너 속였니?"

.

속인 거나 다름없지 ㅅ..

"아니 속였다는 게 아니라 저는 사장님 말만 믿고 온 건데 와보니 그게 아니니

제일 스트레스받은 건 저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번에 혼다에서 일하는 지인분 한테 전화하셨을 때,

그 통화를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면접에서 그렇게 당연하듯이 말씀하시기 전에

그 통화를 해서, 저한테 말해주셨으면 제가 한국에서 몇 백만 원이라도 더 벌어서 왔겠죠~근데 와보니 이게 뭐예요 최소가 만 천불이라는데.."

.

"내가 일부러 그랬니? 나도 몰랐어~! 3~4년 전에 매니저는 그 돈 주고 중고차 샀었어!!!

그럼 차를 네가 알아보지 그러니?!"

이러는 거다.


아니 지금 싸우자는 건가?

3~4년 전에 5~6 천불 주고 중고차를 샀으면 당연히 물가도 오르지 코로나까지 터졌는데.

진짜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저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싶었다.

그니까 본인은 알아보지도 않고, 중고차 살 돈 없다고 한 어린애한테 3~4년 전 물가를 생각하며

아무 책임감 없이 말했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럼 차를 네가 알아보지 그러니~?! 아니 차 없어서 사장 본인이랑 같이 움직이는 거 빼곤

어디 장 보러도 못 가는 나한테 네가 알아보지 그러니...?

제가 뭐 어떻게 갈까요 차를 알아보려면 차를!! 보러!!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제가 뭐 어떻게 갈까요


물론 우버로 이리~저리~갈 수 있긴 하다. 월급 받지도 않았는데 통장에서 하루에 백 불씩 나가겠지 뭐~

근데 가서 전문 영어를 구사할 수를 있나, 차를 볼 줄을 아나, 이게 합리적인 가격인지 의심을 할 수 있길 하나


아는 현지인이 사장님밖에 없었고 믿을 사람도 사장님 밖에 없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더 속상하고 화가 났던 거다.


나는 사장님이 속였다는 게 아니라, 내 입장에선 사장님은 미국에 오래 산 현지인이고,

그 어떤 인터넷 정보보다 살고 있는 현지인의 정보가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지인분께 전화 한 통만 걸었어도, 뚜레쥬르랑 1분밖에 안 걸리는 중고차 매장을

한 번만 가 보셨었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나에게 말해서, 내가 미국에 오니 "3~4년 전에 매니저는 그 돈 주고 샀어!! 코로나 때문에 가격이 오른 게 내 잘못이니."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게 화가 난다는 거다.


내가 어른이라면, 내가 딸자식보다 어린애를 낯선 국가로 오게 했다면,

나는 사과를 했을 거다.

내가 미리 알아보지 않고 너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을 거다.

중고차를 사주진 못할 망정, 미안한 기색이라도 보였을 거라는 거다.

그때, 사장이 미안한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아유.. 뭐 현지인이라고 현지 상황을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코로나 터져서 중고차 가격이 오른 게 사장님 탓도 아닌데.. 괜찮아요."라고 했을 거다.

실제로 사장하고 말할 때 "중고차 가격이 오른 게 사장님 잘못은 아닌 거 당연히 아는데요~"

라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근데 저 사장이란 사람은 뭔가?

내 기분과 감정은 1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본인이 잘못한 건 단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나오니

나도 '중고차 가격 오른 게 사장 잘못이 아니지'에서 '현지 살면서 중고차 가격하나 몰라?!'

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그렇게 중고차 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어쩌다 사장님 댁에 한 달 반이나 지내게 된거다.

어찌어찌 오래된 중고차 하나를 사장님이 구해주셨다.

나는 그 차를 달에 100불씩 주고 빌리기로 했다.


시험운전해봤을 때, 운전석 쪽 바퀴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브레이크 밟을 때 느낌도 좀 이상했다. 그래서 그걸 다 말씀드린 다음

사장님이 카센터에 수리를 맡기셨고, 나에게 차 열쇠를 주셨다.


근데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켜고 보는데,

그 핸들 앞쪽에 속도랑 다 나오는 그 판에

ABS, 엔진모양, 무슨 모양 등등 전부 불이 들어와 있는 거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이 들어오는 건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불이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어서,

마침 사장님 남편분이 계셔서, 같이 내 차로 가 다시 시동을 걸어 불 들어오는 걸 보여줬더니,

아 이거 다 괜찮은 거야~라고 하신다.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런 차를 받아놓고

사장과 '중고차라 중간에 어떻게 될지는 모름. 받은 이후부터 수리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함.'

이라고 그냥 에이포 용지에 쓴 글 밑에 싸인을 했다.

정비소에 간 것도 내가 봤고, 아직 사장님네 부부를 제대로 겪기 전이라,

당연히 잘 고쳐서 줬겠지 싶었다. 그리고 본인들 말로는 내가 딸 같고~ 여자애가 운전할 건데

잘 손 봐달라고 말해놨다 그러길래.


근데 딸 같고 여자애가 1년 동안 운전할 차인데, 딱 봐도 별의 별게 불 다 들어와 있는 걸 보고도

괜찮다며 수리 다 한 거라며 줬다는 거 자체부터가 느낌이 쎄한걸.. 그땐 몰랐지.


그리고 처음에 내가 말한 운전석 쪽에서 소리가 나는 거 같다는 거.

사장이 "우리 남편이 운전해서 정비소 갈 때는 아무 소리도 안 나고 괜찮았다던데?"

라고 한다. 나는 갸우뚱하며 내가 운전했을 때만 좀 이상했던 건가?

했는데


종이에 싸인을 한 후, 차에 올라타 운전을 다시 해보는데

확실히 운전석 바퀴 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난다.

결론은 문제가 있다고 정확히 말한 것도 안 고쳐서 줬다는 사실.


미리 말하자면 내 인턴 생활의 절반은 사장과 싸운 거다.

20가지가 넘는 알바들을 해오면서, 또 25년을 살아오면서 가족 제외한 그 누구와도

큰소리로 싸운 적도 없고, 내 생각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뱉은 적이 없는데,

이 사장은 아주 사람을 열받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 때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고혈압에 걸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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