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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Jan 26. 2023

혼자 미국 서부 로드트립 _ 2

데쓰밸리 국립공원으로

다음 날 새벽 4시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 프론트 직원에게 방키를 반납했다.


"엄청 일찍 가는구나"

라는 직원의 말에 덜 깬 눈으로 눈인사를 보낸 후, 캐리어를 끌고 차로 향했다.


오늘은 데쓰밸리 국립공원에 가는 날.

가는데 4시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저녁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오쇼' 공연을 예약해 놓아서 저녁시간 전에는 호텔에 도착해,

밥을 먹고 공연을 보러 가야 해서 바쁘게 움직였다.


해가 뜨기도 전, 아무도 없는 휑하고 쭉 뻗은 도로를 혼자 운전하자니

무서우면서도 새로워서 좋았다.

가는 길이 멀어, 미리 시티를 다 빠져나오기 전에 주유소에서 주유를 했다.



정말 아무도 없고, 옆에 상점도 간판만 불이 들어와 있고 문은 닫혀있어

일하는 직원조차 없는,

그냥 미국 어딘가 길 위에 덩그러니 조용히 놓여있는 주유소였다.

혼자 내려서 주유를 하자니, 어디선가 총을 들고 와서 나를 죽일 거 같은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화면 속에 내가 들어온 느낌이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ㅎㅎ


기름을 풀로 채운 후, 다시 출발했다.

 


가는 길에 일출 시간이 돼 가면서 하늘색이 계속 바뀌는데

도저히 그대로 운전만 할 수가 없어서 갓길에 세우고 사진을 엄청 찍어댔다.

일찍 출발하길 너무 잘했다.

일출 시간에만 갓길에 차를 5번도 넘게 세웠다.

핸드폰으로 영상도 찍고

스토리에 올릴 사진도 찍고

카메라도 들고 나와 찍고.


혼자 여행해서 다행이지 이런 부분 안 맞는 친구나 누군가와 왔으면

빨리 운전이나 해서 목적지나 가자는 소리를 들을 뻔했다.


개인적으로 조슈아 국립공원에서 데쓰밸리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색감이 제일 다채롭고, 푸릇함과 거대한 자연이 한눈에 들어오는 로드였다고 할까.



데쓰밸리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왔고, 중간에 화장실이 있어 들렀는데

화장실에서 보는 뷰가 이렇게 이쁘다니..


데쓰밸리에도 여러 뷰 포인트가 있는데

모래 언덕이 마치 사막처럼 펼쳐진 곳이 있고,

또 너무 덥고 건조해 바닥이 조금 갈라지고 흰색인 곳이 있다.

내가 제일 기대했던 건 모래언덕이었는데,

멀리서 볼 때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확히 사막은 아니지만 그렇게 사막같이 생긴 곳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차마 저 끝까지 모래언덕을 올라갈 엄두는 나지 않아서

중간 정도까지만 간 다음에 카메라 줌을 최대로 당겨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풍경을 찍는 건 처음이라 혼자 신이 나서 셔터를 눌러댔다.


모래도 만져보고, 언덕에 앉아서 멍도 때려보고

언덕 내려오면서 슬라이딩(?) 도 해보며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어떤 가족들은 눈썰매 용 썰매를 가져와서 모래언덕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거다.

속으로 '나도 끼고 싶은데..?'

하지만 소심한 나는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확실히 데쓰밸리. 이름만큼 너무 더워서

아직 여름 전인 4월에 갔는데도 온도가 30도가 넘었다.

한 여름에 가면 50도가 넘는다고 하니

그때 여행을 안 온 게 천만다행이다.


이번 로드트립 여행을 끝낸 후 

방탄소년단이 'Yet To Come' 뮤비를 공개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배경인 거다.

콘서트 끝난 후 브이라이브에서 멤버들이 라스베가스에서 두 시간을 달려서 도착했더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촬영이 힘들어, 다시 두 시간을 달려 라스베가스로 돌아왔다고 했는데

데쓰밸리가 라스베가스에서 딱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인터넷에 방탄 뮤비 촬영 장소를 검색해 보니 역시나 데쓰밸리 국립공원에서 찍었다고 뜨길래

방탄도 콘서트 온 김에 공연 안 하는 날에 촬영을 갔을 텐데

날짜만 잘 맞췄으면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 싶었다.


뭐 만났어도 통제한다고

먼발치에서 보이지도 않아서 저게 방탄이여 스태프여 이랬겠지만...ㅋㅋㅋ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신발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내고

차를 타는데, 세상에 차 안이 이렇게 뜨거울 수가 없다.

산 지 얼마 안 된 사이다도 뜨뜻해져 있었다.

여름에 오면 녹아버릴 거 같은데..?


모래언덕에서 출발해 이번엔 다른 뷰 포인트로 향했다.

여기가 제일 건조하다고 하던데

확실히 공기가 좀 다른 게 느껴졌다.


사실 여기가 제일 인기가 많은 스팟이라는데 나는 딱히 감흥이 없어서

내려서 좀 걷다가 사진 몇 개만 찍고 바로 차로 올라타

라스베가스로 갈 준비를 했다.


라스베가스로 향하는데

또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풍경들이 나타나, 또 갓길에 차를 2~3번은 세운 듯하다.

태어나서 이렇게 쭉 뻗은 도로들은 처음 본다.

더구나 거기에 나만 딱 있으니, 영화나 사진에서만 보던 그런 곳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왔다.

이런 큰 도로에 나밖에 없다니...

혼자 도로 중앙에서 사진도 실컷 찍고, 언제 다시 이런데 와보겠냐며,

언제 이런 순간이 오겠냐며 혼자 도로 한가운데에서 달리기도 했다.

물론 뒤에 차가 안 오는지 확인한 후..ㅎㅎ

누워볼까도 했지만

아무리 차가 안 와도 도로는 도로니까 눕는 건 좀 그렇겠다 싶어서

그냥 중간에서 혼자 빙빙 돌며 그 순간을 만끽했다.


중간에 캐리어에서 꺼낼 게 있어서 트렁크를 열고 캐리어를 뒤적이는데

그때 지나가던 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그대로 서 있는 거다.

그러다 내가 캐리어에서 볼 일을 다 본 후 트렁크를 닫고 차에 올라타자

그 차도 다시 출발을 했다.


내 생각에 웬 여자 혼자서 갓길에 주차해두고 있으니 차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도움이 필요한가 잠시 멈춰 섰던 것 같다.

아무래도 차가 많이 안 지나다니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지나가는 차가 절실하겠다 싶었다.








열심히 달려서 라스베가스 시티로 들어섰고

예약한 호텔로 갔다. 

시티 중심에 호텔을 잡기에는 가격이 미친 듯이 비싸서,

거의 1박에 30만 원 정도는 했던 거 같은데..

나는 시티에서 10~15분 정도 벗어나, 비즈니스호텔 같은 곳에 예약을 했다.

그래도 1박에 16만 원 정도는 줬던 것 같다.


호텔에 도착하니 웬 직원이 나와 발렛파킹을 해주겠다며 그대로 차에서 내려서 

그냥 호텔 안으로 들어가라는 거다.

와우.. 이런 서비스 처음이야..

그러곤 나중에 방에서 나올 때는 이 번호로 차 번호만 보내면 5분 안에 차를 대기시켜 놓을 거라며

번호를 하나 알려주었다.

이런 것도 해본 사람이 하지, 처음인 나는 

'차 열쇠는 어떡하지?'

'뭐야 그냥 내리면 되는 거야?'

'차가 대기 되면 그냥 타고 나가면 되는 건가?'

혼자 오만가지 물음표를 띄우며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1층에는 전부 카지노 게임 기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분야에선 간이 콩알만 한 나는 쓱 지나가면서 보기만 하고

게임을 해볼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라스베가스 여행 와서 호강하네 나..

인턴쉽에서 번 돈 여기다 다 쏟아붓는건가


오쇼 공연시간이 아직 좀 남아서

우버잇츠로 한식당을 찾아 배달을 시켜 먹었다.

이 집 육개장 맛집이네.


밥을 다 먹고 라스베가스 분위기에 맞게 옷 좀 챙겨 입고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데

방금 전 데쓰밸리 모래언덕을 다녀온 티를 팍팍 낸 운동화만이 나를 반기고 있었고

내일 콘서트도 가야 하는데.. 나가서 신발 좀 사야겠다.


차를 끌고 나가기엔 또 어색한 발레파킹이 두려웠고,

주차할 곳 찾기가 힘들 것 같아 그냥 우버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그냥 나이키나 아디다스나 신발 파는 곳에서 높이 좀 있는 예쁜 신발을 사려고 했는데

대부분 러닝화 종류만 보여서 맘에 드는 게 없는 찰나

겟스에 들어가니 불편해 보이지만 디자인은 나쁘지 않고, 

내 라스베가스 룩에 어울릴 것 같은 신발을 발견했다.


딱 봐도 오래 신으면 발바닥이랑 뒷 꿈치 아플 거 같은 신발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신고 있어도 착용감이 썩 괜찮았다.



신발 쇼핑을 마치고 오쇼 공연장에 도착해 공연을 보는데

살면서 이런 서커스 같은 공연은 처음이라 너무 아름답고 멋졌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가 돈 아낀다고 3층 중간자리쯤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냥 돈 더 주고 1층에서 볼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라스베가스에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더 오래 머물며 다른 공연들도 보고

자리는 돈을 더 주더라도 최대한 좋은 곳으로 예약해야겠다.



오쇼를 다 본 후 유명하다는 벨라지오 분수쇼까지 보고

다시 우버를 불러 호텔로 향했다.

내일은 드디어 라스베가스에 온 목적인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보러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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