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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Mar 04. 2023

혼자 미국 서부 로드트립_ 4

생애 첫 그랜드 캐년

4월 16일


요 앞 며칠을 계속 새벽기상에 운전도 나 혼자 하고, 어젯밤에 콘서트도 다녀오느라

체력이 바닥이 돼서 오늘은 느지막이 일어났다.


오전 10시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한식당에 들러 로드트립을 떠나기 전에 든든히 먹어두었다.

그랜드 캐년까지 가는데 4~5시간은 걸리니까

오후 4시쯤 숙소 도착 예정이니 숙소에서 가까운 홀슈스 밴드만 오늘 보고,

내일 그랜드 캐년과 앤틸롭 캐년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아점 메뉴는 설렁탕!



또 쭉 뻗은 도로만 달리고 달려~

그전 까지는 캘리포니아 주, 네바다 주에 있었고, 이번에 그랜드 캐년을 가면서

애리조나 주로 가는 건데, 애리조나 주로 들어서자마자

서부 영화에서만 보던 동그란 짚풀떼기..? 같은 게 바람에 날려서 바닥에서

동글동글 지나가고, 좀 더 갈색갈색한 풍경이 이어졌다.

와우

진짜 서부 온 느낌 확 났던 애리조나 주.


바로 숙소로 차를 몰고 가, 체크인을 마치고, 또 바로 홀슈스 밴드로 향했다.



말의 발굽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홀슈스 밴드.

생각보다 훨씬 웅장하고 거대하다.

근데 세상... 모래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데

모래뿐만이 아니라 입자가 큰 자갈 같은 것도 바람에 날려서

거의 모래 싸대기를 맞으면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렇게 절벽인데 안전장치도 없고, 근처에서 제재하는 관리인도 없었다.

네가 알아서 조심해라 이건가 ㅎㅎ

그렇게 한 30여분 동안 둘러보다가

'페이지'라는 시티로 가서 월마트에서 모자와 먹을거리를 좀 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모자를 산 이유는...

내가 나름 서부 자연을 느끼고 싶다고 이색숙소 같은 걸 예약해서

야외에 있는 숙소였는데 화장실도 옛날 할머니댁 가면 있는 푸세식..? 그런 거였고

샤워도 그냥 야외에 나무 가림막만 있고, 저장된 물을 부어서 샤워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다..ㅎㅎ


그래서 샤워는 못하겠다 싶어서 내일 하루는 모자 눌러쓰고 다니고,

다음 숙소에서 씻어야겠다 생각하고 샀다.



저 앞에 말이 끌고 가야 할 거 같은 바퀴 달린 집이 내 숙소였다.

애리조나주는 밤에 별이 잘 보인다고 그래서 일부러 저런 숙소를 잡았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 별이 보이진 않아서 실망했다.

그리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집 전체가 흔들리고, 또 그 소리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오늘 하루만 자기를 잘했지..ㅎㅎ


저 뒤에 흰색 천으로 된 게르 같은 곳도 같은 주인이 하는 숙소다.

저런 평야에 숙소가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었고, 호텔 방 배정해 주듯이

너 방은 저기, 너 방은 쩌어어기 이렇게 배정해 준다ㅋㅋㅋㅋ

그리고 화장실이랑 샤워실도 떨어져 있어서 한 3분은 걸어가야 하는데

저기에 가로등이 있을 리는 만무..


아미밤 들고 화장실 갔다 왔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샤워실에서 남자분들이 그 시간에 씻고 있던데

한국어가 들렸다. '아씨 추워' 뭐 이런 소리가 들렸는데

이 넓은 미국 땅에, 같은 날에, 이 숙소에 다른 한국인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


나는 내일 또 새벽같이 일어나서 그랜드캐년과 앤털롭 캐년을 가야 해서

알람을 맞춰놓고 새벽 5시쯤 출발하려고 방을 나서... 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린다.

뭐야 왜 안 열려

너무 이른 새벽 시간이라 안 일어났을 것 같았지만 일단 집주인 분한테 연락을 했다.

당연히 안 받고ㅜㅜ 문자라도 남겨놓고 안에서 한 20분 정도를 기다렸는데도

감각무소식이라 '아.. 주무시겠지.. 그래..'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그러고 보니 문 잠그는 게 안에도 있었는데 밖에도 고리 형식으로 있었다.

어젯밤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 고리가 잠긴 것 같았다.


집주인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창문으로 빠져나오기 시도


근데 창문도 다 열리는 게 아니라 절반정도만 열리는 형식이었고 생각보다 높이가 높았다.

혼자 꾸역꾸역 나와서 돌 천지 바닥에 쩜프...아이고 내 발바닥이야

저 창문에서 나왔습니다...ㅎㅎ

절반정도 열린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몸뚱아리 임에 감사...


앞으로 가보니 역시나 고리가 걸려 있었고.. 낮에 봤을 때 360도 휭휭 돌아가는 고리인걸 봤을 때부터

조심했어야 했는데.. 누가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불어서 정확히 문을 잠글 줄 알았겠냐구요ㅠㅠ


새벽부터 혼자 쌩쑈를 다했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캐리어 챙겨서 숙소 탈출


페이지에 있는 24시간 맥도날드로 향했다.

여기서 세수라도 하고 가야지 했는데, 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화장실 문을 잠궈두셨다..ㅎㅎ

결국 오늘 하루는 세수도 못 하고 모자랑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다녔다.



맥모닝 :)


이제 그랜드 캐년으로 출발!



일단 날씨가 정말 좋다 못해 더웠구요

근데 사실 너무 기대를 많이 하고 와서 그런가

웅장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데쓰밸리 국립공원이 더 예쁘다는 생각..?

내가 처음부터 그랜드캐년만 딱 봤으면 모르겠는데

로드트립 하면서 웅장한 풍경들을 계속 봐와서 그런가 보다.


이제 앤털롭 캐년으로 가보아요.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 앤털롭 캐년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인디언 부족들의 사유지 같은 곳이라서 예약을 하고 가야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입장료도 다른 국립공원보다 비쌌던 것.

나는 예약해야 된다는 걸 늦게 알아서 이미 풀 예약이 돼있었다.

근데 블로그에서 찾아보니,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고, 예약한 사람이 노쇼 하면

현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들여보내 준다고 해서 워크인 시도!


앤털롭 캐년은 Upper와 Lower로 나눠져 있고

나는 어퍼로 갔다.

어퍼에서도 투어업체가 두 군데 정도 있었던 거 같은데 나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안 쪽에 있는 투어업체로 갔다.

예약한 사람들은 잠시 기다렸다가 시간 되면 맞춰서 들어갔고

나처럼 예약 안 한 사람들은 명단에 적어놓고 옆에 벤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 "나 예약 안 했는데 들어갈 수 있어? 나 한 명이야."

라고 했더니 옆에 명부를 들고 있던 아저씨가 "너 럭키하다 한 명은 지금 타임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해서 속으로 '와우'를 외치던 와중에

옆에 다른 아저씨가 "저 옆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한 번 물어봐야지" 이러는 거다.

처음에 된다던 아저씨는 명부에 혼자 온 사람이 없는데, 한 자리만 남아서 나한테 바로 주려고 했던 거였고,

옆에 아저씨는 그래도 혼자 들어갈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라고 한 것.

그랬더니 부부 한 쌍이 둘이서 합의를 봤는지 남편분 혼자 들어가겠다고 해서

나는 결국 밀려나버렸다 ㅎㅎ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기다렸나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직원들한테 자기 6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항의를 하는 거다.

직원은 노쇼가 안 났는데 어떡하냐고 서로 싸우기 시작.

예약을 안 하고 온 본인 잘못이 좀 더 크지 않을까요..

기다리면 100프로 들여보내주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4시가 다돼 갈 무렵, 마지막 입장 팀만 남았는데

노쇼가 하나 났는지 직원분이 대기명단을 보면서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앞에 온 사람들은 최소 2명에서 4~5명까지 되는 것.

일행이 있다 보니 혼자 들어가기는 다들 그랬는지 패스, 패스하다가 나까지 왔다!

"나 혼자야!"

하고 입장료 결제를 하고 들여보내 주었다.

와우 럭키



미쳤다는 말 밖에 안 나왔다.

더구나 내가 갔던 시간이 해가 기울어져 앤털롭 캐년 아래로 예쁘게 떨어지는 시간 대였던 거다.

예약도 안 했는데 이렇게 좋은 시간대에 까지 들어오다니, 혼자 여행의 좋은 점이다.

나도 누구랑 같이 왔으면 못 들어갔겠지. 휴



다 보고 올라오고 나서 올라온 곳을 사진 찍은 거다.

저 틈 사이 아래에서 위에 사진 같은 풍경이 펼쳐졌던 것.

투어는 한 팀 당 5~6명 정도를 데리고 인디언 부족인 가이드 한 분이 통솔을 하는데

투어를 마치고 올라오면 팁을 줘야 한다.

100프로 의무는 아니지만 예의 같은 거라서 99%는 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라^^

나도 20불을 드리고 왔다.

보통 20불을 준다길래..

그럼 입장료  61불 정도에 팁까지 주면 81불 나간 셈.

그래도 보는 내내 너무 아름다워서 아깝진 않았다.


다시 차로 돌아와 이제 다음 숙소로 출발해야 했다.

숙소 도착하면 저녁 늦은 시간일 거 같아서 페이지 시티에 있는 버거킹에 들러

햄버거 세트 하나를 사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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