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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Mar 16. 2023

서부 로드트립 하다가 미국경찰한테 구조된 썰

살면서 911에 전화할 줄이야

4월17일 저녁


부킹닷컴에 들어가 내가 미리 예약한 숙소의 주소를 그대로 복사해

구글지도에 붙여 넣기 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떴고,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 늦은 시간일 것 같아

버거킹에서 햄버거 세트 하나를 사서 출발했다.


그렇게 시티에서 출발해 한 삼십여 분을 달리던 도중

구글맵이 비포장 도로로 안내한다.

이번에 예약한 숙소도 그전 같은 숙소는 아니지만, 시티에 위치하진 않았고

평야에 별이 잘 보이는.. 한국으로 치면 펜션 같은? 곳을 예약했기 때문에

비포장도로로 안내해도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달렸다.


그렇게 비포장 도로를 10분.. 15분.. 정도 달리는데

길이 점점 더 구불구불하고 흙과 모래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 앞에 소 떼도 보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소를 키우시는 분이 있나 보다.


소들 안녕..?




주변에 차나 사람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여기 숙소가 있는 게 맞아..?

나는 대체 어떤 숙소를 예약한 거야..?

생각하며 천천히 악셀을 밟았다.


여행에 비행기랑 숙소만 예약해 놓으면 70프로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엠비티아이 대문자 P 인 나는 그냥 대~충 그랜드 써클 근처로 숙소를 잡았었고,

그 숙소의 주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아놓지 않았다.

어차피 다 그 근처일 테고 가서 구글지도 치면 되겠지 하는 아주 계획 없는 사람.. 여깄 어요.ㅎㅎ


그렇게 소들 사이도 천천히 지나쳐 가서

구글맵이 가라는 데로 가고 있는데 그 앞에 모래길이 엄청 심한 거 같아서

'엇 여기는 바퀴 빠지겠는데?'

라고 생각하고 브레이크를 밟아야지 생각함과 동시에..!

왼쪽 바퀴가 빠져버렸다....

차 안에서 아무리 풀엑셀을 밟고, 후진도 해보고, 핸들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해봐도

빠질 생각을 안 한다.

그렇게 차 안에서 쌩쑈를 하고 있는데

아까 지나쳐왔던 소들이 내가 있는 길 쪽으로 온다.



안녕 얘들아...

내가 길막하고 있구나...



아니 웃긴 게

내가 있는 도로 쪽으로 오다가 내 차가 가로막고 있으니까 한 참을 뒤에 서있다가

옆으로 비켜가는데 지나가는 소 한 마리 한 마리 빠짐없이 나를 쳐다보고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미안하다... 나 길막 중인거 나도 알아...ㅎㅎㅎㅎ


지금 차에서 내리면 혹시나 소들한테 몸통박치기 당할까 봐

다 지나가고 난 뒤에 차에서 나왔다.



다른 바퀴는 다 괜찮은데 왼쪽 앞바퀴가 그냥 모래에 먹힘..

내려서 나 혼자 밀어봤지만 당연히 안 밀리구요

캐리어에 삼각대 있던 게 생각나서 삼각대로 악셀 누르고 의자에 끼워서

삼각대가 악셀 계속 밟게 한 다음 내가 뒤에서 밀어봤는데도

당연히 안 밀리구요...

지금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해서 됐으면 차가 존나게 앞으로 직진했겠네

심지어 장애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이라 그냥 아주 광란의 질주를 할 뻔했네

차 혼자 보내고 혼자 남을 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바퀴 쪽에 있는 모래를 손으로 파내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 봤다고 생각했고, 지나가는 차도 한 대도 없어서 도움 요청도 못 한다.

구글 맵을 보니 차로 5분만 더 가면 숙소라고 뜨길래

( 3시간 넘게 걸린다고 했는데 1시간도 채 안 달렸는데 벌써 숙소라고 하는 구글맵 이상한 점 발견..)

그럼 걸어서 2~30분 정도면 숙소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차에서 여권이랑 지갑, 핸드폰, 카메라 같은 중요 물품만 크로스백에 넣고

문을 잠그고 차를 버리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가서 숙소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잠시만 그대로 있으렴... 금방 가서 다시 구해주러 올게ㅜㅜ


모래밭 길이라 걷기가 너무 힘들었고 체감상 30분은 훨씬 더 걸은 것 같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누군가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OO 맞니? 나 숙소 주인인데 너 몇 시에 체크인할 거야?"


와 구세주

데이터는 물론이고 서비스 자체도 안 터지거나 한 칸 정도 터지고 그래서

아무한테도 연락을 못하고 있었는데 걷는 와중에 서비스가 터지는 구간이 있었고

그때 숙소 주인한테 전화가 온 거다.


그렇게 숙소 주인한테 있었던 일들을 전부 얘기했다.


"나 너네 숙소 가고 있는데, 가는 중에 바퀴가 모래에 빠져버렸어ㅜㅜ

너네 숙소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네가 정확히 어디 있는데?"


"음... 나도 몰라ㅜㅜ 근데 너네 숙소에서 직선으로 5분 거리에 있어!"


"나 숙소에 혼자라서 숙소를 비울 수가 없어. 그리고 네가 정확히 어딘지 내가 어떻게 알고 찾아 나서."


"숙소에서 5분 거리라니까ㅜㅜ 그럼 너네 숙소에 남자 손님들 있어?"


"??"


"숙소에 남자 손님들 있냐구, MAN!!"


"??"


"..."


"그래서 너 몇 시에 체크인할 거냐니까?"


"아니..... 아까 말했잖아. 나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차로 5분만 더 가면 되는데

모래에 바퀴가 빠져서 움직일 수가 없다구. 그리고 나 혼자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고,

그래서 도움 요청하러 너네 숙소까지 걸어서 가고 있어."


"그럼 911에 연락해."


"나 여기 어딘지 모르는데... 네가 혹시 대신 연락해 줄 수 있어?"


"네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데 내가 경찰에 어떻게 연락해?"


"숙소 근방 5분 거리니까 경찰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음 그건 좀 그런데. 그래서 너 몇 시에 온다고??"


".....(지금까지 내 말을 뭘로 들은 거야. 내가 상황을 설명했으면 대충 알아들어야지)

  지금! 걸어서 가고 있고! 20분 정도 더 걸릴 거야.. 그냥 가서 얘기하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아니 이게 무슨 대화야...?


그렇게 무의미했던 전화를 끊고 구글맵이 알려주는 곳까지 도착을 했....


했는데.... 아무것도 없네...?

엥...

엥????!!

그냥 똑같은 허허벌판이었다.

건물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저~ 앞에까지 동서남북 다 돌아봐도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미친...

진짜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


일단 첫 째, 차. 내 힘으로 안 빠지고

둘째, 도움 요청하러 온 숙소는 온데간데없고

셋째, 애리조나주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고 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봤자 도움을 못 받고

넷째, 해는 지고 있다.


말 그대로 뭣 됨을 느낀 나는

해가 지기 전에 얼른 차로 들어가 문을 잠궈야겠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갔고

돌아가는 길에 911에 전화를 걸었다.


"911 #$@$%@# ~ How can I help you?"  ( 사실 당황해서 기억도 잘 안 남 )


"나 숙소 가던 길에 차가 모래에 빠져서 차가 움직이질 않아. 나 좀 구해줄 수 있니?"


"잠시만, 너 다쳤니?"


"응? 아니.. 다치진 않았는데 그냥 차만 안 움직이는 거야."


"잠시만, 다른 곳으로 연결해 줄게."


잠시 후..


"911 #$@$%@# ~ How can I help you?"


"나 숙소 가던 길에 차가 모래에 빠져서 차가 움직이질 않아. 나 좀 구해줄 수 있니?"


"너 위치가 어딘데?"


"나도 모르겠어.. 숙소 가던 길이었고 숙소에서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야.

근데 도움 요청하러 숙소까지 걸어갔는데 숙소가 없어.. 내 생각엔 구글맵이 뭔가 잘못된 거 같아."


"너 이름이 뭐야?"


"OOO"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한국인인데 OOO에 살고 있는데 지금은 혼자 렌트해서 여행 온 거야."


"숙소 이름은 뭐야?"


"OOO인데, 근데 이 숙소 근처가 아닌 거 같아. 나 숙소까지 걸어왔는데 숙소가 없어."


"구글지도 켜서 거기에 나오는 지표 알려줘."


"여기 서비스가 안돼ㅠㅠ 구글 맵에 들어가지기는 하는데 뭘 누를 수가 없어."


"거기 구글지도 보면 뭐 뜨는데 그거 알려줘."


"아니 아무것도 안 뜬다니까ㅠㅠㅠ 서비스가 안돼.."


"아 서비스가 안돼? 그럼.. 너 어디서 출발했어?"


"나 페이지에서 30~40분 정도 달렸어."


"주변엔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평야에 아까 소들 지나가는 건 봤는데.."


"소..? 다른 건 정말 아무것도 안 보여?"


"응 안 보여ㅜㅜ"


이러고 있는데 서비스가 끊겨서 경찰이랑 전화가 끊겼다...

아니 이런 긴급 전화는 서비스가 안 돼도 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다시 아까 전화가 잘 됐던 곳으로 돌아가 911을 다시 눌렀고,

근데 아까 통화한 사람이랑 다른 여자분이었다.


그래도 내 기록은 남아있겠지 싶어

나 아까 전에 통화한 누구누구이고 이런 상황이었던 사람이다.

중간에 전화가 끊겨서 다시 걸었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상황설명 쭉 하구요..


"너 위치가 어디라고?"


"나도 몰라ㅠㅠㅠ 페이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이고

어쩌고저쩌고 서비스가 안돼서 구글맵 어쩌구#%$#%"


"렌트회사가 어디야?"


"허츠!"


"차 종 이랑 차 회사 이름, 차 색깔 다 알려줘."


"Ford 차량이고 스몰 SUV야. 색은 블루 색깔이고."


"너는 뭐 입었어?"


"나 아래에는 네이비 바지랑, 위에는 그린색이고, 머리카락 길어."


이렇게 말하는데 진짜 이 넓은 미국 땅 한가운데 허허벌판에서 내가

911에 전화해서 미국 경찰이랑 되지도 않는 영어로 구조요청을 하고 있으니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전화 너머로 내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렸는지 경찰분이


"울지 마. 괜찮아. 심호흡하고. 우리가 꼭 너 구하러 갈 거야."

라며 안심을 시키는데

나도 웃긴 게 미국경찰이 그렇게 단호하게 말해주니까 진짜 눈물이 쏙 들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구하러 와 줄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달까.

그러고 있는데 서비스 또 끊김.

이런...




이제 5분만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질 것 같아서 전속력으로 차로 돌아갔다.

차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어둠 속에 경찰이 날 찾으려면 불을 다 켜놔야겠지 하고 시동 걸고, 상향등 하향등 다 켜놓음.

주유를 빵빵하게 하고 와서 다행이지 기름까지 없었으면 슬플 뻔했네.


근데 그렇게 전화가 끊겨서 접수가 제대로 된 건지 만 건지 모르겠어서

다시 911 전화.

그랬더니 다행히 처음에 전화하셨던 분이랑 연결이 됐다.


"나 누구누구인데 아까 전화해서 어쩌고저쩌고..."


"아 너구나 아까 전화가 끊겨서, #@%@#!~~"


"여기 서비스가 안 터져서 끊겼어ㅠㅠ"


"아 그랬구나. 너 대충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구글지도에 도로 번호 같은 것도 안 보여?"


"엇 잠시만..."


서비스 잘 안 터져서 되지도 않는 구글맵에 들어가서 여차저차해보니 내 근처에 도로 번호가 보이길래

그걸 말해줬다.


"정확히 이 도로 위는 아닌데 근처에 이 도로가 있다고 떠."


"오케이. 너 바퀴가 걸렸다 그랬지? 그럼 그거 빼려면 렉카차가 필요할 거야. 우리가 렉카차를 불러서

너 찾으러 보낼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은 네가 부담해야 돼. 얼마가 나올지는 나도 몰라. 괜찮니?"


"응 괜찮아!"


"응 그럼 렉카차 회사랑 연결해 줄 테니까 그 사람이랑 말해."


하면서 렉카차 직원이랑 연결이 됐다.

근데 또 이 렉카차 직원한테 차 종, 색깔, 근처 도로 번호, 내 상황 다 설명해야 했다.


"근데 이 근방에 지금 사고가 많아서 렉카차가 바로는 못 갈 거야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니?"


"응 괜찮아"


하면서 아직 말하고 있는데 또 전화가 끊김....

뭐 다 말했으니까 접수됐겠지....


이제 서비스가 또 안 터져서 전화하고 싶어도 몬함...ㅎㅎ

주변이 깜깜해졌다.

배도 고파오고...

생각해 보니 아까 버거킹 사 왔었잖아?


어둠 속에서 먹는 햄버거 맛이란...

햄버거 다 먹고 혹시나 근처에 누가 지나갈까 봐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왜냐면 소들이 지나간 거 보니까 소 주인이 있을 것도 같고

내가 온 길에 바퀴 자국이 나 있었어서 차가 아예 안 다녔던 곳은 아닌 것 같아서.


그러다 저 너머에 무슨 빛이 보이길래

헉 혹시 사람인가?!

하고 클락션을 계속 울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거다.

나중에 다시 보니 그냥 거기서 달이 뜨고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뭐 한 거지


근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상황 진전이 없길래 나 제대로 접수된 거 맞나...?

하고 다시 서비스 터지는 곳으로 조금 걸어가 911에 다시 전화했다.

근데 이번에도 다른 사람이 받음

이제 익숙해졌기도 했고, 그래 똑같은 거 또 물어봐라~하는 심정으로

또 처음부터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 말해줌.


경찰이 찾으러 나설 거다, 근데 너 앰뷸런스는 필요 없니 라길래

안 다쳐서 필요 없다고 했다.


통화 끝나고 몇 분 경과..

햄버거 먹고 배불러져서 잠이 온다.

이런 상황에 자면 안 되는 거 알면서,

누가 차 문 따고 들어와서 총구를 머리에 겨눌지 창문을 깨 부술지 어떻게 알고 잔 담.

여긴 미국인데.

...

그러고 잠 들음. 내가 생각해도 좀 미친 거 같음.

이 상황에 잠이 오니...?

나도 모르게 운전석에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창문 똑똑 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서 깼다.

창문 열어보니 여자 경찰 분이었다.


와 드디어 구하러 와주셨구나ㅠㅠㅠ 신고한지 4시간 만에ㅜㅜㅜㅜ

경찰분이 나 보자마자 하는 말

"너 왜 여기 있니..?"

"응... 글쎄...ㅎㅎㅎ"

경찰분이 내 바퀴 빠진 걸 보더니 생각보다 심하게 빠져서

자기 차로 빼면 본인 차도 같이 빠질 거 같다고 다른 큰 차 몰고 다니는 경찰한테 연락할 테니까

올 때까지 다시 차에 들어가서 있으라고 함.


그러고 2~30분쯤 지났을까

남자 경찰분이 오셔서 차에서 큰 밧줄..? 같은 걸 내 차 밑에다가 묶고, 본인 차에도 연결하시더니

나보고 차 안에 들어가서 핸들을 어쩌고 저쩌고 하라고 한다.

그렇게 차 빼기 성공 ㅠㅠㅠ!!


남자 경찰분은 차 빼고서 그냥 쿨하게 다시 먼저 가시고

여자 경찰분은 큰길까지 안내해 주겠다며 먼저 출발할 테니까 따라오라고 했다.

땡큐를 연발하며 차에 탔다.


절반정도 가고 있는데 건너편에 렉카차가 오는 거다.

앞에 경찰분이 무슨 일이고 어디 가냐 했더니 내 차를 구하러 가고 있었다는 것.

상황 종료 됐으니 그냥 가셔도 된다라고 해서 렉카차도 차 돌려서 다시 큰길로 갔다.

큰길 바로 앞에서 차들이 멈추고, 경찰이랑 렉카차 직원이 차에서 내리길래

나도 차에서 내렸다.


경찰분이

"모든 상황은 끝났어. 나한테 결제할 건 없는데 여기 렉카차 아저씨랑은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

라고 말하고 쿨하게 가버리시는 경찰언니..ㅋㅋㅋㅋ


알고 보니 내가 911에 전화를 여러 번 해서 접수가 여러 번 된 것.

처음에 렉카차 보내준다던 그 경찰분이 접수한 걸로 렉카차 직원이 온 거고,

그다음에 전화한 경찰분이 접수한 걸로 그냥 일반 경찰분이 와서 나를 구해준 거였다.

아니 나는 내 이름이랑 상황을 다 말했고, 전에도 전화했었다고 했는데 왜 같은 사건으로 안 보고

접수를 그렇게 하셨는지... 하하


사실 이거도 줄여서 말한거지

경찰이 위치 어디냐길래

나 내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모르고, 시티에서 어디 방면으로 몇 분정도 달렸고,

숙소 가는 중이었는데 구글지도가 잘못됬는지 간 곳에 숙소는 없었고,

근처 도로번호는 어쩌구 저쩌구 다 말했는데 물었던거 또 묻고 또 묻고 난리 났었다.

그리고 서비스 안 터져서 전화도 잘 안된다고 했는데..

여긴 위치 추적이 안되는겨...???




렉카차 직원의 말로는, 네가 사건접수가 돼서 본인은 어쨌든 출발을 한 거 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거였다.

솔직히 한국이었으면 아니 안 걸었는데 무슨 돈을 주냐며 뭐라 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냥 나는 그 순간에 살아서 큰 도로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 긴장 풀리고

다들 생명의 은인으로 보였기 때문에,

또 경찰보다 렉카차 직원이 먼저 왔으면 어차피 줘야 할 돈이었기 때문에


"응으으응응 당연하지 얼마 주면 돼?"


"200불"


"나 지금 캐쉬가 80불 밖에 없는데 카드결제 안되지?"


"여기서 2~30분 정도 달리면 시티 나오는데 거기 주유소에 ATM기 있어.

일단 80불 먼저 주고 거기서 돈 뽑아서 나머지 줘. 내가 먼저 갈 테니까 뒤 따라오고."


"응 알겠어."


어차피 나도 데이터를 제대로 켜려면 시티로 갔어야 했고,

늦은 시간에 원래 예약한 숙소는 못 갈 것 같아서

페이지에 다시 돌아가 그냥 보이는 숙소에 갈 참이었다.


렉카차 아저씨 따라 페이지 시티로 돌아왔고

ATM기에서 돈을 뽑아서 바로 아저씨게 드렸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SUPER 8이라는 모텔 같은 호텔에

주차를 하고,

"너네 혹시 남는 방 있니?"

하고 그냥 바로 결제하고 들어가서 쉼..

1박에 13만 원 실화인가


근데 너무 피곤하고 그냥 눕고 싶어서 돈 생각 안 하고 그냥 긁음..

미래의 내가 값겠지.. 응응..


살면서 제일 황당하고 어이없고 나에게 이런 일이?

싶었던 하루였다.

살면서 내가 미국 땅 덩어리 한가운데서 911에 전화해서 구조를 받다니..

911은 미국 영화에서만 봤지 내가 한국 119에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데 ㅋㅋㅋㅋㅋㅋ


원래 일정으로는 일찍 일어나 유타주에 가서 지온국립공원이랑 브라이스 캐년을 들른 뒤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차를 반납하고 다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너무 피곤하고 멘탈이 탈탈 나가서

그냥 체크아웃 시간까지 느지막이 자고 일어나서

조식까지 챙겨 먹고 라스베가스로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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