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이 과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 대학원으로 진학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다른 산업 현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화학공학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산업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정유, 석유화학은 물론이고 건설, 화장품, 디스플레이, 전자, 자동차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이 중에서도 정유사의 화공엔지니어로 일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정유사는 중동, 북미 등에서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주유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휘발유와 경유, 가정용 연료로 쓰이던 LPG,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납사를 비롯해서 등유, 중유, 아스팔트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된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관리하고,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화공 엔지니어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정은 수 백평의 면적을 차지한다. 이러한 공정이 회사마다 200개 내외 운영된다. 그리고 대부분 24시간 365일 꺼지지 않는다.
엔지니어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신입 사원은 몇 개의 공정을 담당하게 된다. 의욕이 앞서는 상태이지만, 생각보다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 안타깝게도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1인분을 하기 위해선 3년은 걸린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선배와 함께 일한다. 선배가 업무를 주도해 가면서, 신입 엔지니어는 공정의 원리, 기술검토 방법 등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배워간다.
엔지니어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생산팀의 근무일지에서 특이사항을 확인한다. 그리고 공정 관제 시스템에서 주요 데이터를 확인하며, 공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한다. 별 이상없이 하루가 시작되면, 어제 하던 기술검토를 이어간다. 시작은 간단해 보였으나, 막상 검토를 시작하면 고구마 줄기처럼 확인할 것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사무실에서 도면을 통해 1차적인 검토를 마치고, 직접 현장을 점검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다.
공정 운영의 효율성을 유지하고 높이는 것도 중요한 업무다. 실적이나 계획 대비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공정과 연계해 최적화할 것은 없는지, 최신 기술을 도입하여 효율을 높일 방법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개선 방안을 찾으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다른 경제적인 대안은 없는지, 혹은 안전과 환경 상 제약사항은 없는지 검토한다.
또한, 회사 내 다양한 부서에서 들어오는 공정 관련 문의나 요청에 대응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이나 최종 판단이 필요할 때, 그 끝에 엔지니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비록 개인의 경험이 모든 엔지니어의 역할을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세부적인 차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유사할 것이라 생각한다. 공대생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한다는 것은, 회사의 생산 기반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묵묵히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