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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Sep 04. 2021

가스라이팅 호신술

1편. 나 가스라이팅 당한 거 같아!

“나 가스라이팅 당한 거 같아!”


지금은 가스라이팅의 시대입니다. 괴테의 시 ‘마왕’처럼, 사람들은 정확한 실체가 없는 위험에 대해 입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내고자 한다는 면에서 ‘가스라이팅’의 유명세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가스라이팅’ 이라는 문학적 표현이 어색합니다. ‘개인적 세뇌’, 즉 세뇌라는 표현이 이 무식한 심리 조작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가스라이팅의 경각심을 표현하는 데는 피해자의 자아를 절이고 빤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춘 brainwashing, 즉 세뇌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만약 우리나라에 세뇌가 몇 년 전부터 이슈였으면, 세뇌 관련 책을 찾기 위해서 근처 도서관을 찾아 헤매는 일이 적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글 이후로는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 대신 개인적으로 더 익숙한 ‘세뇌’라는 표현을 쓰고자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 부정적 세뇌를 이겨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짧은 연작 소설에선 세뇌의 가해자 ‘수현’과 피해자 ‘시현’의 시점에서 제가 아는 한의 세뇌를 이야기하고, 이를 막기 위해선 ‘시현’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이 소설에서 가해자의 성을 한정 짓지 않기 위해서 ‘수현’이라는 중성적인 이름을 쓴 것을 밝히며, 허구의 소설로 읽어주길 부탁 드립니다.      


#1. 피해자 물색


먼저, ‘수현’은 SNS를 통해 세뇌를 할 상대를 물색합니다. 이미 ‘수현’의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세뇌 상대는 다 사용한지 오래입니다. ‘수현’은 왜 세뇌를 하고자 할까요?


1. 자기애적 연극성 성격장애   

 ‘수현’은 채우고자 하는 자존심이 매우 높지만, 현실에선 그 정도 자존심을 채우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끊임없이 인정받고자 하며, 자신의 행동과 상황을 연극처럼 포장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극단적인 의존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찾아 나섭니다. 결국 현실에서 연극은 어떤 형태로든 끝나기 때문에 가해자는 연극을 빛내줄 피해자를 또 다시 찾아 나섭니다.  


2. 실리적 이득

피해자들의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거나 직접적으로 돈을 갈취하고자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경우엔, 이미 가해자의 가면이 벗겨져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사회 관계에서 벗어나 다시 자존심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뇌에 드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피해자의 돈을 끌어내야 생활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목적의 경우엔 피해자의 외부적 요인들도 확인합니다.


 ‘수현’은 목표를 물색하던 중 SNS에서 ‘시현’을 찾았습니다. 왜 수현은 ‘시현’을 목표로 잡았을까요? ‘수현’의 오랜 감각이 ‘시현’이 이런 사람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1.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적은 사람

2. 자아 정체성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거나 의존적인 사람


 쉽게 말하면 물렁한 사람입니다. 물렁하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론 수용과 공감을 잘 할 수 있는 따뜻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연극에 피해자를 끌어 들어야 하는 가해자에겐 찰흙 같은 존재입니다. 자신이 바라던 피해자의 형태를 만들어내기에는 최적의 상대입니다.


 하지만 아직 ‘수현’과 ‘시현’은 서로를 알지 못 합니다. 그래서 수현은 정보 수집을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 ‘콜드 리딩’과 ‘핫 리딩’을 합니다. 이렇게 말하니 생소하지만 결국 ‘모르는 데 아는 척하기’와 ‘아는 데 모르는 척하기’입니다. 먼저 ‘콜드 리딩’은 학생 때 하던 외국어 공부와 비슷합니다. 여러 구문을 정해놓고,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똑같이 사용합니다. 우리가 ‘Hello?’에 대한 대답을 정해놓은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 수법의 목적은 동질감과 공감 형성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겐 자기만을 위한 답변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수현’은 책을 폅니다. 그리고 여러 운세와 혈액형, MBTI 등 사람을 분류하거나 예측하는 책들을 읽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성 들여 만든 구문에서, ‘수현’은 중요 키워드 별로 구문들을 분류하고 쓸만한 단어들을 발췌한다. 최대한 추상적이며, 보편적인 단어들을 선택한다. 한 문장에 모순되거나 반복된 단어가 들어가 이중 해석이 가능한 문장도 빠짐없이 적습니다. 그 후 ‘수현’은 평소 쓰던 ‘콜드 리딩’ 문장들을 점검하고 수정합니다. 지치지만 세뇌에 성공했을 때 주인공이 된 자신을 생각하며 지독하게 애를 씁니다. ‘수현’은 곧바로 ‘시현’을 발견한 ‘핫 리딩’을 시작합니다. 거창한 ‘핫 리딩’보단 ‘SNS 염탐’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1. SNS에서 올린 게시물과 ‘좋아요’를 표시한 모든 게시물을 확인합니다.

 인스타그램이 생기고 ‘수현’은 더 편합니다. 구글 계정에 연결까지 되며, 기존의 글 형태의 SNS와 다르게 사진과 영상은 게시자도 생각하지 못한 개인 정보들과 인간 관계들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놓친 것이 있을까 캡쳐 하고 확대하며 최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동선을 파악합니다.


2. SNS에 사용된 아이디와 이름을 검색하고, 다른 SNS가 있는 지 확인합니다.

 제일 먼저 이메일 주소를 찾습니다. 여러 SNS의 아이디가 이메일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름을 찾고, 앞과 뒷자리에 사람들이 자주 쓰는 패턴들을 조합해봅니다. ‘수현’은 이 짓을 질리도록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습니다.

3. 블로그, 커뮤니티 등의 좀 더 개인적이고 익명의 공간을 찾고 주위 친구들의 계정까지 확장합니다.

 ‘가스라이팅’보다 실리적 이익이 더 얽혀있는 ‘조직적 세뇌’에선 이 탐색 단계는 더 치밀해지고 간결해집니다. 어떤 성격인지, 돈이 현재 부족한지, 가정환경 및 이혼의 유.무부터 과거 생활까지 모두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이 정보들은 물론 ‘시현’을 지목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에게 받아야 하겠지요.


정보 수집과 미래의 자신에 대한 망상을 끝낸 ‘수현’은 자신의 상태와 몸짓 언어를 점검하며 수현을 만나러 갑니다.


- 2편 ‘첫만남’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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