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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티너디 Sep 04. 2021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책 리뷰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떨어진 장초를 발견한 금연인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손을 뻗었다.


참 자극적인 제목이다. 익명 커뮤니티에선 항상 ‘멍청이’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문들이 흘러다닌다.


1.   세상은 왜 이렇게 간단한 것을 알지 못할까?

2.   왜 내 주위에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 많을까?

3.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4.   세상은 왜 이런 나를 주목 하지 못할까?


수많은 조소들을 대략적인 얼개로 짜면 위와 같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기울어진 자기계발서 같은 제목이었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맞춤 자기 위안서를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런 내용이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제목에 끌린 나와 같은 음침한 꼽추들을 마음껏 비웃는 내용으로 점철되어있다. 이 책은 개인적, 집단적, 국가적 인지적 오류와 이를 유도하는 다양한 변인들을 설명한다. 개인의 차원에선 자기객관화, 인지 오류, 감성과 이성 등의 생물적, 심리학적 원인들을 비웃는다. 사회학적 관점에선 맹신과 미신, 미디어와 인터넷,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에 대해 비판하며 마지막으로 상대방과 나의 관점으로 돌아와 우리 모두 멍청하다는 것으로 화려한 스탠딩 코미디를 마무리 짓는다.


작가는 이 스탠딩 코미디를 이끌어가기 위해 저명인사들을 초대해 예시와 논리의 살을 덧붙인다. 결국 이 책은 무차별적인 파괴적 조소로 끝나는 책인 걸까? 다행히도 그런 재미없는 농담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멍청함은 창의력의 모태이며, 우리를 생존하게 만든 도구였으며, 과학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언급한다. 물론 이 책의 알싸한 맛을 해치지 않게 가끔씩 언급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나와 너는 모두 멍청할 수 밖에 없으니 이 어리석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인지적 오류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냐는 꽤 유용한 심리학적, 철학적 자기계발서다.


이 책을 집어 든 나와 같은 우민들을 위해, 제목부터 자극적이며 치밀하게 구성된 하나의 스탠딩 코미디다. 다만 우리가 이 책이 얼마나 유익한지 눈치를 못 채는 멍청이일뿐이다.


책 추천: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이주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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