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착기)1. 나는 어쩌다 이렇게 추울까

뉴질랜드의 겨울은 아주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by 김깜깜


나는 되도록 겨울은 피하며 살았다.

한국의 듣기 싫은 겨울과 혹독한 추위의 진눈깨비 날리는 잔소리를 피해 호주로 떠났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평범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한 전화를 받아야 했고

호주의 가장 추운 도시에서 손이 발갛게 익는 딸기를 싸야 했다. 가끔 눈이 오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호주는 1년 365일 아니 때로는 470일 정도는 해가 쨍쨍하고 여름이 수평선처럼 이어지는 나라라고 생각했고 나는 콧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곤 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주근깨를 만드는 여름이었기에 나는 호주를 마음껏 사랑했다.


호주의 가장 추운 도시 중 하나였던 곳, 아주 가끔은 이 날의 냄새가 불현듯 떠오른다.


호주의 너무 추운 겨울에는 발리로 떠났다. 밤이고 낮이고 더위에 헐떡이는 발리에서는 비를 맞아도 춥지 않았다.

미지근한 바다에서 몸이 으슬거릴 때까지 서핑을 즐기고 나오면 시원한 맥주를 취할 때까지 마셨다.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에어컨을 끄고 더위와 열을 만끽했다.


발리는 발리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라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여름이라고 대답하는 성질 급한 나는 호주에서 평생 살고 싶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답은 비자. 무엇이든 내 통제 안에 있어야 안심하는 나에게 비자는 통제 밖의 일이었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다행히 나는 최선을 다해도 안된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다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 잔소리와 겨울의 혹독함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게 싫어서 다시 나는 여름으로 도피하기로 했다. 그곳은 뉴질랜드였다. 몰랐다 나는. 뉴질랜드가 이렇게 추운 곳인지. 마냥 호주 옆이니 뉴질랜드도 호주처럼 여름이 대부분인 파라다이스라고 지레짐작했다.

뭐든지 대충대충이던 나라 검색 한 번 하지 않고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다.


그전에 나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국의 잔소리와 겨울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뉴질랜드에 가기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후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쏟아졌다. 잔소리와 겨울 때문은 아니었다. 코로나였다.


돌아온 한국은 다행히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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