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착기) 11. 일하지 않는 자, 괜찮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은 내 사전에 없는 말이다.

by 김깜깜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게도 병명은 나오지 않았다. 통풍으로 강력하게 의심을 했을 뿐 한국에 들어와 통풍검사를 했을 때 정상이 나왔으며 그 이후 2년이 훌쩍 지나는 시간 동안 통풍 발작이 다시 온 것도 아니니 그저 막연하게 통풍이었으려나? 아니면 봉와직염이려나? 하는 생각만 가질 뿐이다. 아플 때는 3차 병원 응급실이라도 달려가고 싶다가도 안 아프면 병원은 무슨- 하는 것이 사람 아닌가.


물론 그 시간을 돌이켜 보면 무척 아팠던 기억에 몸서리가 쳐진다. 한 달쯤 됐을 것이다.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일을 하지도 못했던 것이. 다행히 캐주얼잡이었기 때문에 일하던 곳에서는 너그럽게 이해해 줬다. 물론 회사 사정을 뻔히 아는 나는 진정한 너그러움이 아닌 걸 알았지만 나부터 살고 봐야 하기에 모르는 척 회사를 쉬었다.


쉬는 동안 나는 주로 집 마당과 공원에서 낮잠을 잤다.




심지어 괜찮아지자마자 산책하고 운동하는 무모함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던가. 나는 다행히 남이 하는 말은 죽어도 듣지 않는 사람이기에 일하지 않지만 야무지게 잘 챙겨 먹었다. 오히려 활동량이 떨어지니 살만 오르는 제철 인간이 되었을 뿐이다.

친구와 우중 클럽을 가기도 하는 무례.


하지만 여전히 다시 통증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통풍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나를 압박했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그러니까 그런 변명 거리를 등에 업고 나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1년에 한 번은 한국에 가야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생각보다 한국은 무척 그리운 나라였고 아프고 나니 마음이고 몸이고 잔뜩 나약해져 한국에 안 가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일도 하지 않으면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행기 표를 끊으면서도 나는 한국에 간다는 설렘으로 가득 찼다. 욱신거리는 발등을 애써 무시하면서 한국에서 가야 할 곳들을 지도에 체크해 가며 부푸는 설렘에 잠식당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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