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앱이 사랑받는 이유

완벽한 현재란 없습니다.

by 야자수



이번 주 애플 모바일 앱스토어 유료 앱 1, 2위는 필름화와 네거티브입니다. 둘 다 필름카메라 앱인데 필름화는 한 100만 인플루언서가 만든, 셀카 등 일상 사진에 초점을 맞춘 앱이고요. 네거티브는 고급스러운 필름룩을 내기 위해 여러 현존 필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앱입니다. (그 외에도 저는 dazz cam, 올드롤, ProCCD 같은 앱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필름카메라는요. 한 장 한 장 심혈을 기울여 찍어야 하는 정성스러움이 집약된 산물입니다. 36장을 찍으면 1통을 다시 갈아야 하고요. 화이트 밸런스와 노출을 자동으로 맞춰주지도 않습니다. 실수로 찍은 사진을 되돌릴 수도 없지요.


필연적인 디지털 시대 흐름과 필름 값 상승으로 하드웨어였던 필름 카메라가 작은 기기 속 소프트웨어가 되자 소비자는 열광했습니다. 기존 필름 카메라가 갖고 있던 정성스러움과 이에 동반한 불편함이 오히려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기본 카메라 대비 사진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요. 다른 사진 앱이 흔히 제공하는 얼굴 보정 기능도 없고요. 원치 않던 아지랑이와 노이즈가 생기기도 합니다만 필름만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이런 불편함을 재미로 승화하지요.


과연 그 느낌이라는 게 무엇인지요. 누구도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누군가는 그것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설사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과거라고 하더라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위안받는 것일 텝니다. 어떤 분은 필름카메라 자체를 조작해 본 적이 없기에 프로세스를 비슷하게 구현한 UI, 사운드, 진동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기도 합니다.


가만 보면 기술은 우리 일상 속 불편함을 제거하여 이전보다 완벽에 가까운 삶을 누리게 해주지 않았던가요. 로봇청소기나 세탁기처럼요.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이 기술은 완벽함과 상극에 있음에도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세이스트 캐럴라인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289pg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이상에 견주어 측정하면서 살다 보면, 어느새 많은 단순한 감정들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인간성에서 큰 부분을 잃게 된다. 편안함과 즐거움과 재미를 잊게 되고, 현재를 살아간다는 감각과 최소한 순간적일지라도 현재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감각을 잃게 된다.


필름카메라는 절대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앱으로나마 비슷한 특성을 찾는 까닭은 우리 모두가 완벽한 현재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겁니다. 형체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어수룩한 필터가 완벽하지 않고 불확실한 현재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거지요. 캐럴라인 냅이 말한 현재를 살아가는 감각, 현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감각을 필름카메라 앱을 통해 느끼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현재를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완벽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우리는 36컷을 실패해도 또 찍으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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