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by 연월


나는 가끔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군가의 말 때문도, 어떤 사건 때문도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의 내가 생각보다 너무 어렸고, 미숙했고, 또 어리석었다는 걸 인정할 때마다 마음이 저릿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나는 한때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아야 했고, 나 자신도 실망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이 보이면 그게 부끄러워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은데, 왜 나만 이렇게 서툴까.

그런 질문을 수없이 반복했다.

결국 나를 미워하는 건 언제나 나였다.


용서는 타인을 위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어려운 용서는, 나 자신을 향한 용서였다.

지나간 과거 속의 나는 여전히 내 안에 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여전히 죄책감에 갇혀 있고, 그때의 실수를 반복해서 떠올린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끝없는 되묻기 속에서 나는 자꾸 제자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는 걸.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그 정도였다는 걸.

후회는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완벽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나를 다시 품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지나간 일은 잊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잊을 수 없었다.

잊으려 하면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그래서 나는 잊는 대신, 그 기억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를, 그 마음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그렇게 조금씩 과거의 나를 안아주다 보니, 미워하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누군가에게 사과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

그때는 미안하다고 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더 이상 그 사람에게 닿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미안함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미안함을 나를 벌주는 이유로 쓰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 속에서 자란다.

실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가끔은 충동적으로 말하고, 때로는 후회하며 밤을 새운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비난하진 않는다.

이제는 그런 나를 그냥 바라본다.

‘괜찮아. 너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그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용서는 한순간의 결정이 아니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다가오는 과정이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또 어느 날은 마음이 무너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때의 너를 이제는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어.’

그 말 한마디가 내 안의 상처를 조금씩 녹여낸다.


삶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인 것 같다.

타인을 용서하는 일도 결국 나를 용서하는 연습의 일부였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건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아마 평생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용서는 끝내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 이어지는 일이니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이제야 정말로 알게 되었다.

용서란, 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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