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던 시절

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by 연월


나는 한동안 나 자신을 싫어했다.

거울을 보면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말 한마디를 내뱉고 나면 꼭 후회가 뒤따랐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지만, 혼자 있을 때면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를 탓했다.

그때의 나는 항상 부족했고, 잘못했고, 모자랐다.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세상에서 버려진 것 같았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졌다.

나는 늘 누군가의 기준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기준에 닿지 못할 때마다 나를 미워했다.


그 시절의 나는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웃어 보이고, 상처받아도 괜찮은 척했다.

‘괜찮아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지만, 속으로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남들이 보는 나와 진짜 내가 너무 달라서, 그 간극이 점점 나를 조여 왔다.

나는 착해야 했고, 열심히 해야 했고, 실수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야만 사랑받는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삶은 내 안의 작은 나를 점점 병들게 했다.


사람들은 ‘자존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무엇인지 몰랐던 시절에는,

자존감은 그냥 남들의 인정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칭찬해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무시당하는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너졌다.

그건 내 마음이 남에게 전부 의지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누군가의 눈빛 하나에 흔들리는 나를 보며,

나는 또 스스로를 미워했다.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이렇게 의존적일까.’

그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마음 한쪽이 더 어두워졌다.

나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몰아붙였다.

“이 정도도 못 버티면 넌 아무것도 못 해.”

그렇게 나를 다그치면서, 나는 점점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오후였는데, 문득 내가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힘이 빠졌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너무 오랫동안 애써왔다는 걸.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느라, 진짜 나를 잃어버렸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 좀 그만 혼내줘.’

그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렸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거울 앞에 앉아 나를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이지만 낯설었다.

늘 감추고 싶던 표정, 말하지 못한 슬픔, 참아왔던 분노가 그 얼굴 안에 다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마주하며 조용히 울었다.

내가 싫었던 건, 사실 나의 모자람이 아니라

그 모자람을 인정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나는 불완전한 나를 미워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나를 사람답게 만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걸.

잘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고, 그 실수 속에서 조금씩 성장한다는 걸.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나를 미워하던 그 시간 속에서,

결국 나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미워하던 시절을 통과해야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걸.

그 시절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이렇게까지 따뜻하게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지만, 동시에 고맙다.

끝까지 버텨줘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와줘서.

나는 이제야 안다.

그때의 나는 약했던 게 아니라,

그저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던 거라고.


그래서 이제는 나를 미워하던 시절조차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 시절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테니까.

나는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완벽하지 않지만,

이제는 그 모든 모습을 포함해 나를 사랑하려고 한다.

그게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용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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